금강산 신계사 낙성식
“민족화합과 통일로 나가는 길”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스님)과 북한의 조선불교도련맹(위원장 유영선ㆍ이하 조불련)이 공동으로 복원불사를 진행하고 있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공사 3년차 불사 마무리에 따른 낙성식이 19일(일) 금강산 현지에서 봉행됐다.
금강산 신계사는 신라 법흥왕 5년(519년)에 창건된 사찰로 유점사ㆍ장안사ㆍ표훈사와 더불어 금강산 4대 사찰로 역대로 수많은 선승들이 깨달음을 구하고자 수행정진했던 사찰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모두 소실돼 3층 석탑만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남북 불교계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복원불사를 시작하여 2004년에 대웅보전 낙성식을 봉행한 바 있다.
현지에서 봉행된 신계사 낙성식은 대웅보전 복원 이후 2년간 복원한 만세루, 극락전, 어실각, 나한전, 축성전, 칠성각, 산신전, 범종각 등의 10개 주요 전각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행사는 극락전 부처님 봉안과 편액 제막, 남북 불교계 주요 인사들의 헌향과 헌화와 조불련 정서정 서기장의 개식사, 사회부장 지원스님의 경과보고,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봉행사,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축사, 유영선 조불련 위원장 축사,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축사, 리의하 문화보존지도국 부국장의 축사, 비구니회 회장 명성스님의 발원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원로 정무스님, 월탄스님을 비롯하여 세민스님,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명진스님, 문화부장 탁연스님, 사회부장 지원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명성스님과 유영선 조불련 위원장, 정서정 조불련 서기장, 라영식 조불련전국신도회장, 리의하 문화보존지도국 부국장등 남과 북의 불자들이 함께했다. 또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김문환 국민대 총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회장 백도웅 목사를 비롯하여 김의정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조불련 정소정 서기장은 개식사에서 "금강산 신계사를 복원해 낙성식을 진행하는 것은 조국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놓은 6ㆍ15공동선언의 덕"이라며 "오늘 낙성식에 참석한 북남 사대부중들이 통일 염원을 일심으로 봉행해 이 땅에 지상 정토를 하루 빨리 이루어 나가는 통일보살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봉행사에서 "남북 7천만 동포와 2천만 불자님들과 함께 통일 민족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의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며 “오늘 이 자리는 남북 불자들의 마음과 여러 관계기관들의 후원과 성원이 더해지고 남북 기술자들의 땀이 어우러져 남과 북의 목재, 물, 흙들이 하나로 모여 소중한 우리 민족 성지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으로 신계사를 복원하는 것은 과거를 참회하고 용서하며 민족화합과 통일의 길로 나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이렇게 함께 뜻 깊은 신계사 복원 낙성법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곳 금강산 신계사가 민족통일의 기도도량으로서 거듭나고 복원불사가 원만 회향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유영선 조불련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민족문화유산의 복원과 겨레의 통일운동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게 될 오늘의 공동 락성식을 열렬히 축하하며,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남측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과 신도님들을 조선불교도련맹중앙위원회와 북녘의 전체 불교도들의 이름으로 뜨겁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615시대 북과 남이 함께하는 신계사 복원불사는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중요한 불사인 동시에 민족의 단합을 이룩하는 통일불사로, 이 땅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수호하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협력과 련대를 강화하고 조국통일을 앞당겨 나가는데 이바지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계사 복원불사를 총괄하고 있는 신계사 도감 제정스님은 18일 저녁 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복원공사 현장에서 남과 북은 이미 통일됐으며 이것이 이번 불사의 가장 큰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정스님은 신계사 복원불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사도중 재자가 떨어지게 되면 남쪽에서 자재를 가져오는 데만 최소 1주일이 소요된다. 남쪽에서 가져오는 자재 조달이 원활하지 못할 때가 어려웠고 또한 아시다시피 이곳 금강산 지역은 강한 바람으로도 유명한데, 기왓장이 날아갈 만큼 강한 바람 때문에 공사 진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런 어려움보다는 북핵 사태처럼 민감한 사안이 터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거나 분위기가 썰렁해졌을 때가 더 힘들게 느껴 진다"고 말했다
또한 "복원공사를 시작하고 난 이후 처음에는 북측 사람들과 밥 한 끼를 함께 하는 것도, 말 한마디를 하는 것도 어려울 만큼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매우 높았습니다."며 그간 공사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밝혔다.
제정스님은 "요즘에는 북측 사람들에게 '스님선생'으로 불린다. 복원 현장에서 남측과 북측의 사람들이 함께 모든 것을 논의하면서 복원공사가 진행되는 까닭에 이제는 매우 가까워졌다. 북측 인부들과 족구경기를 하고, 그들이 싸온 찬 도시락과 현대아산쪽에서 마련한 따뜻한 밥을 섞어 함께 비벼 먹거나 옥수수, 감자, 라면을 삶아 먹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며 진정한 통일의 장이 금강산 신계사임을 강조했다.
제정스님은 "단청이나 문양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색감과 문양 등에 대한 차이,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신계사의 옛모습에 대한 해석의 차이 등으로 남북 전문가 사이에 논쟁과 토론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남북 학술교류, 문화교류가 이뤄진다"면서 "그동안 발굴현장에서 쌓인 성과를 남북이 함께 정리해 공동보고서나 남북통일건축용어집 등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19일 저녁,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를 위한 후원의 밤이 개최됐으며, 현장에서 약 2억 6천만원의 불사 후원금 약정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