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만족과 불만족에 대하여 읊다〔足不足〕/ 구봉집 제1권

淸潭 2024. 12. 12. 15:50

만족과 불만족에 대하여 읊다〔足不足〕/ 구봉집 제1

 

군자들은 어찌하여 길이 만족해하는데 / 君子如何長自足

소인들은 어찌하여 길이 불만족해하나 / 小人如何長不足

부족함을 족해하면 항상 여유롭겠지만 / 不足之足每有餘

족한데도 부족해하면 늘 부족한 법이네 / 足而不足常不足

여유로움 즐긴다면 부족함이 없게 되나 / 樂在有餘無不足

부족함을 걱정하면 어느 때나 족해지랴 / 憂在不足何時足

안시처순하면 다시 무슨 걱정 있겠냐만 / 安時處順更何憂

원천우인하면 필시 부족하여 슬프리라 / 怨天尤人悲不足

내게 있는 걸 구하면 부족함이 없겠지만 / 求在我者無不足

밖에 있는 걸 구하면 어찌 능히 족하리오 / 求在外者何能足

한 표주박 물로써도 즐거움이 충분했고 / 一瓢之水樂有餘

한 끼 만전 식사로도 부족함을 걱정했네 / 萬錢之羞憂不足

예로부터 지극한 낙 족함 아는 데에 있고 / 古今至樂在知足

천하의 큰 근심 바로 부족해함에 있다네 / 天下大患在不足

저 이세는 망이궁서 베개 높이 베고서는 / 二世高枕望夷宮

내 수명을 다하여도 부족하다 여기었네 / 擬盡吾年猶不足

당 현종은 마외파서 길이 막히었을 적에 / 唐宗路窮馬嵬坡

내생을 점치면서 부족하다 말했었네 / 謂卜他生曾未足

필부들은 일포라도 만족한 낙 알건마는 / 匹夫一飽知足樂

왕공들은 부귀해도 부족하게 여긴다네 / 王公富貴還不足

천자 자리 차지해도 족할 줄을 모르는데 / 天子一坐不知足

가난한 저 필부들은 그 족함을 선망하네 / 匹夫之貧羨其足

불만족과 만족 모두 자기 맘에 달렸거니 / 不足與足皆在己

외물 어찌 만족함과 부족함이 되겠는가 / 外物焉爲足不足

나의 나이 칠십인데 깊은 골짝 누웠으니 / 吾年七十臥窮谷

남들 부족하다 하나 난 만족히 여긴다네 / 人謂不足吾則足

아침나절 만 봉우리 이는 구름 바라보면 / 朝看萬峯生白雲

제 스스로 오고 가서 높은 정취 충분하고 / 自去自來高致足

저물녘에 바다가 달 토하는 걸 바라보면 / 暮看滄海吐明月

넓고 넓은 금물결에 나의 안계 풍족하네 / 浩浩金波眼界足

봄철에는 매화 있고 가을에는 국화 있어 / 春有梅花秋有菊

끊임없이 피고 지니 그윽한 흥 족하다네 / 代謝無窮幽興足

책상 위의 경서 보면 도의 맛이 깊거니와 / 一牀經書道味深

만고 옛 분 사귀어서 사우들이 족하다네 / 尙友萬古師友足

나의 덕이 선현들에 비해 부족하긴 하나 / 德比先賢雖不足

허연 머리 가득하여 나인 이미 족하다네 / 白髮滿頭年紀足

나와 함께 즐기는 건 진정 때가 있거니와 / 同吾所樂信有時

내 몸에 잘 간직하매 즐거움이 풍족하네 / 卷藏于身樂已足

천지간에 부앙하며 자유롭게 내 살거니 / 俯仰天地能自在

하늘이 날 대우함이 족하다고 할 만하리 / 天之待我亦云足

 

[-D001] 만족과 …… 대하여 :

초간본에는 이 시의 1, 2구에 대해서두 개의 격구대(隔句對)를 세운 것이 문득 기발하게 느껴진다.[立兩扇, 便奇拔.]”라고 평하였으며, 중간의 여러 구에 대해서많은 족() 자를 써서 서술해 나갔는데, 그 뜻이 끊임없고 끝이 없다.[敍開多少足, 意滔滔莽莽.]”라고 평하였으며, 마지막 두 구절에 대해서결구가 유쾌하다.[結得快活]”라고 평하였다. 또한 이 시에 대해서이 시는 족() 자를 써서 압운(押韻)하면서 잇달아 20개의 족 자를 운자로 썼는데, 옛날에도 이러한 시체(詩體)는 없었다. 이 시는 처음부터 족 자를 가지고 이끌어 갔는데, 서로 겹치는 법이 없으며 남아 있는 흔적도 없어서 질펀하면서도 거칠 것이 없다. 이에 읽어 보노라면 서로 중복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바, 마치 하늘을 나는 용이 구름을 탄 것만 같아서 모사하거나 포착할 수가 없으니 참으로 기이한 볼거리이다. 시의 내용은 지극한 이치를 엿보아서 깨치는 것을 위주로 하였는데, 뛰어난 견해가 마치 산이 무너지고 하수가 터지는 것만 같으니, 참으로 도가 있는 사람의 말이다. 어찌 한갓 시만 좋겠는가.[此作用一字爲押, 連用二十, 古無是格. 此爲始而無砌疊, 無痕迹, 淋漓恣肆. 讀之不覺其複, 猶飛龍乘雲, 不可模捉, 信一奇觀也. 主其破至理, 達見如峽決河潰, 眞有道者言. 豈徒文哉!]”라고 평하였다.

[-D002] 안시처순(安時處順) :

어떤 시운(時運)을 만나든 그 변화를 편안히 여기면서 순응하는 것을 말한다. 《장자》 〈양생주(養生主)〉에마침 그때에 태어난 것은 선생이 올 때가 되었기 때문이요, 마침 이때에 세상을 떠난 것은 선생이 갈 때가 되었기 때문이니 도리상 순응해야 할 일이다. 자기에게 닥친 시운을 편안히 여기고서 그 도리를 이해하여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슬프고 기쁜 따위의 감정이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適來, 夫子時也; 適去, 夫子順也.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라고 하였다.

[-D003] 원천우인(怨天尤人) :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는 것을 말한다. 공자(孔子)가 말하기를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不怨天, 不尤人.]”라고 하였다. 《論語 憲問》

[-D004] …… 충분했고 :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이 가난한 살림에도 분수를 지키며 즐겁게 산 것을 말한다. 공자가 안회에 대해어질도다, 안회여!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시골에서 지내자면, 남들은 그 곤궁한 근심을 감당하지 못하거늘, 안회는 도를 즐기는 마음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라고 하였다. 《論語 雍也》

[-D005] 한 끼 …… 걱정했네 :

자제할 줄 모르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진 무제(晉武帝) 때의 태위(太尉) 하증(何曾)이 호사하기를 좋아하여 궁실, 거마, 의복, 음식 등을 왕보다도 사치스럽게 하였는데, 특히 끼니때마다 만전(萬錢)의 값이 나가는 음식상을 받았는데도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것이 없다.[無下箸處.]”라고 투정을 부렸다. 《晉書 何曾列傳》

[-D006] …… 여기었네 :

이세(二世)는 진 시황(秦始皇)의 둘째 아들 호해(胡亥)를 말하고, 망이궁(望夷宮)은 중국 섬서성(陝西省) 경양현(涇陽縣) 동남쪽에 있는 궁궐이다. 진 시황이 죽은 뒤에 이사(李斯)와 조고(趙高)가 진 시황의 유조(遺詔)를 위조하여 장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호해를 세웠다. 그 뒤에 조고가 정사를 마음대로 하여 관동(關東)에서 도적이 일어나 이세가 조고를 책망하자, 조고가 그의 사위인 염락(閻樂)을 시켜 망이궁에서 이세를 시해하게 하였다. 《史記 秦始皇本紀》

[-D007] …… 말했었네 :

당 현종이 일찍이 양 귀비(楊貴妃)의 팔을 베고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일에 감동하여 은밀히 연리지(連理枝)처럼 세세생생 부부가 되기를 약속했는데, 안녹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나 촉() 땅으로 가던 중 마외파(馬嵬坡)에 이르렀을 때, 군사들이 안녹산의 난의 원인이 된 양 귀비를 제거하도록 요구하자 현종은 하는 수 없이 허락하였다. 양 귀비는 마외파에서 고역사(高力士)에 의해 교살(絞殺)되었다. 《古文眞寶 前集 卷9 長恨歌》 《新唐書 玄宗皇帝本紀》

[-D008] 일포(一飽) :

대본에는一抱로 되어 있다. 문맥에 근거하여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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