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雪에 관한 漢詩모음 1
今日山中惡風雪 금일산중악풍설 / 오늘 산중에는 눈보라가 사나운데
一寒江上復如何 일한강상부여하 / 그대 사는 차디찬 강가는 또 어떠하려나
白屋獨燒秋後葉 백옥독소추후엽 / 초가에서 홀로 가을 지난 낙엽 태우고
孤舟應得夜來魚 고주응득야래어 / 외딴 배에서 밤 되어 물고기 잡으리라
千林極望無行逕 천림극망무행경 / 숲을 멀리 보니 오솔길 보이지 않는데
十里何由見尺書 십리하유견척서 / 십 리 멀리에서 어떻게 편지 받아 볼까
莫向山陰回小棹 막향산음회소도 / 산음에서 오다가 작은 배 돌리지 말게
故人搖落正端居 고인요락정단거 / 벗이 쓸쓸하게 조용히 지내고 있으니
신광수(申光洙, 1712~1775), 『석북집(石北集)』권3 「대설기경삼(大雪寄景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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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雪 / 迎春花
不知時節發連翹 (부지시절발연교) / 시절을 몰랐는가? 개나리 꽃 피어나니,
未了前春戀慕謠 (미료전춘연모요) / 지난 봄날 못다 이룬 연모의 노래인가!
黃片可憐寒雨濕 (황편가련한우습) / 가련한 노란 꽃잎 찬비 마저 적시는데,
無來蜂蝶奈何搖 (무래봉접내하요) / 벌 나비 안 온다고 어찌그리 흔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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連翹 개나리, 迎春花, 개나리의 열매.
未了 아직 다 끝내지 못함. 前春 지난 봄.
戀慕 이성을 사랑하여 간절히 그리워 함. 黃片 노란 꽃잎 조각.
可憐 불쌍함. 가엾음. 애틋하게 동정심이 감.
寒雨 겨울에 내리는 차가운 비. 蜂蝶 벌과 나비.
奈何 어떻게. 어찌하여.
요즘 조경일을 하며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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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雪(대설)
- 申欽(신흠 1566-1628). 조선중기 서예가 -
塡壑埋山極目同 전학매산극목동 / 골 메우고 산 덮어 온누리가 하나 되니
瓊瑤世界水晶宮 경요세계수정궁 / 영롱한 은세계요 빛나는 수정궁궐이라
人間畵史知無數 인간화사지무수 / 인간 세상의 화가들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難寫陰陽變化功 난사음양변화공 / 누가 자연의 변화를 이처럼 그려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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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선생집 제26권 / 칠언 고시(七言古詩) 47수
눈이 많이 온 날 동생의 시에 차운하다[大雪次舍弟韻]
일찍 찾아 온 금년 추위 음기도 극성하여 / 今年寒早陰氣盛
남지 이전에 큰눈이 세 번이나 내렸는데 / 南至以前三大雪
언뜻 보니 구름 덩어리 무너져 쏟아질 듯 / 乍看雲物亂崩騰
음산하게 불어오는 숲속의 바람 소리 / 稍聴風林響騷屑
아니나다를까 하늘 가득 내려오는 함박눈 송이송이 / 須臾飄灑蔽天衢
문 열고 내다 보니 숨 막힐 듯 아름다워 / 開戶縱目眞奇絶
순식간에 천지가 혼돈으로 뒤바뀌며 / 歘如天地欲混沌
솟구치는 바다 물결 오극을 끊으려 하는구나 / 溟海飛飜鰲極折
병예와 현명이 마구 기승부리자 / 屛翳玄冥正王張
양오도 목 움츠려 썰렁한 날씨 / 陽烏縮頸愁凛冽
산하 대지도 새로 옷 바꿔 입고 / 大地山河幻形質
여기저기 무더기로 옥 구슬을 쌓아놨네 / 堆瓊疊玉巧施設
나귀에 타고서 흥취 한번 돋궈 볼까 / 徑思驢背去乘興
학창의(鶴氅衣) 입고 나서면 은빛 바다 일렁이리 / 鶴氅生寒銀海纈
집에 앉아 누더기 쓰고 오영 한 편 짓는 터에 / 閑齋擁褐作吳詠
백전하라 그 누가 촌철 못쓰게 하겠는가 / 白戰何人屛寸鐵
콩죽 실컷 먹으니 다른 생각 나지 않아 / 豆粥飽來百無思
톰방톰방 낙숫물 소리 누워서 듣노매라 / 臥聴簷霤鳴浙浙
[주-D001] 남지(南至) :
태양이 남쪽 극점(極點)에 이르는 시기, 즉 동지(冬至)를 말한다.
[주-D002] 오극(鰲極) :
하늘과 땅을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을 말한다. 옛날 여와(女媧)가 자라의 다리를 잘라서 사극(四極)을 세웠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史記 三皇紀》
[주-D003] 병예(屛翳)와 현명(玄冥) :
병예는 풍백(風伯), 현명은 우사(雨師)를 말한다.
[주-D004] 양오(陽烏) :
태양을 말한다. 태양 속에 다리 셋을 가진 까마귀가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005] 나귀에 …… 돋궈 볼까 :
시흥(詩興)이 일어날 만한 기막힌 분위기라는 말이다. 옛날 정계(鄭綮)가 “시를 한 편 짓기 위해서는, 눈 오는 날, 나귀를 타고 패교를 건너갈 때와 같은 분위기[灞橋風雪中驢子背上]가 필요하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全唐詩話 5 鄭綮》
[주-D006] 학창의(鶴氅衣) …… 일렁이리 :
눈밭을 걷노라면 마치 신선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라는 말이다. 《진서(晉書)》 왕공전(王恭傳)에 “왕공이 언젠가 학창의를 입고 눈밭을 거닐었는데 맹창(孟昶)이 이를 엿보고는 ‘참으로 신선 세계 속의 사람이다.[此眞神仙中人也]’고 찬탄했다.” 하였다.
[주-D007] 오영(吳詠) :
오(吳) 나라 지방의 노래로 남방의 청악(淸樂)을 말한다.
[주-D008] 백전하라 …… 하겠는가 :
옛날 특정한 어휘의 구사를 금하고 시를 짓게 했던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읊어 본다는 뜻이다. 백전(白戰)은 송(宋) 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처음 시도했던 것으로서, 예컨대 눈[雪]에 대한 시를 지을 경우 눈과 관련이 있는 학(鶴)ㆍ호(皓)ㆍ소(素)ㆍ은(銀)ㆍ이(梨)ㆍ매(梅)ㆍ로(鷺)ㆍ염(鹽)ㆍ동곽(東郭) 등 어휘의 사용을 금하는 것이다. 그 뒤에 다시 소식(蘇軾)이 빈객들과 함께 이를 회상하며 시도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시 가운데 “당시의 규칙을 그대들 준수하라. 손으로만 싸워야지 무기를 잡으면 안 될지니.[當時號令君聽取 白戰不許持寸鐵]”라는 구절이 있다. 《蘇東坡詩集 卷34 聚星堂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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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大雪)이 내려 평지에 한 자 남짓 쌓였다.
백관들이 조복(朝服)을 입고 낭무(廊廡)에 서고, 주상이 곤면(衮冕)을 갖추고 인정전(仁政殿)에 나아가 옥책(玉冊)과 금보(金寶)를 받들어 상왕에게 ‘성덕신공 상왕(聖德神功上王)’이라는 존호를 올리고 대비에게 ‘후덕왕대비(厚德王大妃)’라는 존호를 올렸다. 주상이 직접 진책관(進冊官) 박은(朴訔), 진보관(進寶官) 이원(李原)에게 상왕의 옥책과 금보를 주고 진책관 남재(南在)와 진보관 유정현(柳廷顯)에게 대비의 옥책과 금보를 주어 인정문(仁政門)에까지 보내왔다. 박은 등이 옥책과 금보를 받들고 수강궁(壽康宮)에 이르러 올렸다. 상왕의 책문(冊文)은 다음과 같다.
“국왕 신 도(裪)는 두 번 절하고 삼가 책문을 받들어 상언(上言)합니다. 공손히 생각건대 성스럽고 신령스러운 신묘함은 비록 형언할 수 없으나 신자(臣子)의 심정으로는 반드시 아름다운 칭호를 높이 바쳐야 합니다. 이에 나라의 떳떳한 법을 거행하여 저의 효성스러운 마음을 아룁니다.
공손히 생각건대, 상왕 전하께서는 고명(高明)함이 하늘과 같고 박후(博厚)함이 땅과 같으십니다. 성조(聖祖 태조)를 도와 나라를 창건하고 적장자(嫡長子)를 높여 선대가 이루어 놓은 업적을 지키셨습니다.
덕성은 모든 왕 중에 으뜸이 되어 순(舜) 임금과 문왕(文王)의 타고난 본성과 부합하고 공적은 만대(萬代)에 높아 탕왕(湯王), 무왕(武王)과 부합하셨습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정성을 돈독하게 하며, 큰 나라를 섬기고 이웃 나라와 사귀는 도리를 다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극한 인정(仁政)은 두루 퍼져서 이 세상을 태평성세로 만드셨습니다.
중요하고도 어려운 자리를 이어받은 것을 생각하니,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참으로 깊습니다. 성대한 아름다움을 밝히려고 하면 의당 지극한 존호를 올려야 합니다. 이에 신료들을 거느리고 책례(冊禮) 의식을 거행합니다. 신 도는 간절한 바람을 금할 수 없어 삼가 옥책과 금보를 받들어 ‘성덕신공 상왕’이라는 존호를 올립니다.
부디 상왕 전하께서는 특별히 살펴 비천한 저의 정성을 따르소서. 굽어살펴 존호를 받아 냇물처럼 모여드는 큰 복을 끌어안고, 화기(和氣)를 가득 맞이하여 백성들의 천세 소리 속에 장수를 누리소서.”
상왕의 금보는 ‘성덕신공상왕지보(聖德神功上王之寶)’라고 새겼다. 상왕을 위한 악장(樂章)은 다음과 같다.
아, 위대하신 상왕이여 / 於皇上王
덕은 성대하고 공은 드높으셨네 / 盛德隆功
우리 성조를 도와 / 贊我聖祖
동방 나라 가지셨네 / 以有大東
두 번이나 반란 막으시고 / 再遏亂略
정치와 교화를 밝게 펴셨네 / 治敎昭宣
영광스럽게 상제의 명을 받으니 / 龍受帝命
종묘사직 만년까지 이어지리 / 宗社萬年
대비의 책문은 다음과 같다.
“국왕 신 도는 두 번 절하고 삼가 책문을 받들어 상언합니다. 공손히 생각건대 하늘을 받들고 모든 것을 포용하시니 비록 그 성대한 덕은 형언할 수 없으나 효자의 지극한 심정은 오직 어버이를 높이는 것이 가장 크나큰 일입니다. 이에 삼가 옛 예문(禮文)을 따라 조금이나마 사랑하고 존경하는 정성을 아룁니다.
공손히 생각건대, 왕대비 전하께서는 유순하고 은혜로우며 안온하고 정숙하며 자애롭고 온화하며 엄숙하고 신중하니, 〈주남(周南)〉의 아름다운 교화에 근본을 두고 지중(摯仲)의 덕음(德音)을 이으셨습니다. 지아비를 경계하면서도 뜻을 어기지 않아 도와 이루어 주는 도리를 다하고 길러 준 수고로움 가없으니 키워 주신 은혜 갚기 어렵습니다. 해와 짝이 되어 송축을 받아 온 나라에 국모의 위의를 보이셨습니다.
생각건대 신은 보잘것없는 자질로 외람되이 큰 왕업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보살피고 길러 주신 사랑을 생각해 보니 의당 칭송하는 의식을 거행하여야 합니다. 신 도는 큰 바람을 금할 수 없어 삼가 옥책과 금보를 받들어 ‘후덕왕대비’라는 존호를 올립니다.
부디 왕대비 전하께서는 영광스레 존귀한 칭호를 받았으니 많은 복을 가득 받아 만년토록 장수와 부귀를 누리고 백대토록 종손(宗孫)과 지손(支孫)을 창성하게 하소서.”
대비의 금보는 ‘후덕왕대비지인(厚德王大妃之印)’이라고 새겼다. 대비를 위한 악장은 다음과 같다.
거룩하신 대비여 / 思齊大妃
덕을 행하셨네 / 維德之行
군왕을 돕는 도리 / 有相之道
이룩하셨음을 보았네 / 遹觀厥成
경사를 두터이 쌓으셨으니 / 卽篤其慶
후손들 창성하리 / 克昌厥後
복을 편안히 받으시어 / 福履綏之
장수를 누리소서 / 以介眉壽
이날 조정의 신하들이 눈이 내려 다시 좋은 날짜를 정하자고 청하니, 주상이 근신(近臣)을 상왕에게 보내어 아뢰었다. 상왕이 말하기를,
“옛사람들은 눈이 내리는 것을 상서롭다고 여겼다. 그리고 유사(有司)가 이미 준비하였으니 날짜를 바꿀 수는 없다. 백관들은 제외하고 책사(冊使)만 오는 것이 좋겠다.”
하니, 상왕의 뜻을 따라 궁중(宮中)의 길을 따라가서 헌수(獻壽)하도록 명하였다. 박은, 이원, 남재, 유정현, 독책관(讀冊官) 변계량(卞季良), 독보관(讀寶官) 조말생(趙末生), 대비 독책관(大妃讀冊官) 맹사성(孟思誠), 대비 독보관(大妃讀寶官) 민여익(閔汝翼), 효령대군(孝寧大君) 이보(李補), 이조 판서 정역(鄭易), 호조 판서 최이(崔迤), 예조 판서 허조(許稠), 판도총제부사(判都摠制府事) 박자청(朴子靑), 한평군(漢平君) 조연(趙涓), 도총제(都摠制) 이백온(李伯溫), 총제(摠制) 홍부(洪敷)ㆍ이교(李皎), 대사헌 허지(許遲), 예조 참판 윤여방(尹汝方), 병조 참판 이명덕(李明德), 참의 원숙(元肅), 지신사(知申事) 하연(河演), 좌대언(左代言) 김익정(金益精), 우대언(右代言) 이수(李隨), 좌부대언(左副代言) 윤회(尹淮), 우부대언(右副代言) 최사강(崔士康), 동부대언(同副代言) 유영(柳穎) 등이 연회에 참석하였다.
악관이 변계량이 바친 새로운 악장을 연주하니 상왕이 주상의 정성스러운 효성을 칭찬하면서 누차 말하기를,
“왕위에서 물러난 이후 내가 더욱 존귀해졌다.”
하고, 서로 시를 읊고 화답하면서 매우 즐거워하였다. 상왕이 말하기를,
“신공성덕(神功聖德)이라는 존호를 내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하였다. 주상이 여러 신하를 이끌고 가서 사은(謝恩)하려고 하였는데, 상왕이 명하여 그만두게 하였다. 그리고 주상이 윤회의 별명을 부르며 농담하고서 원숙과 허지를 불러 앞으로 나아오게 하며 말하기를,
“내가 윤회와 농담하는 것은 친근하게 여겨서이다. 내가 윤회의 이름을 들은 지 오래되었지만 그 실상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제 상왕을 통해서야 윤회가 사학(史學)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 윤소종(尹紹宗)이 우리 왕가에 상당히 공훈이 있으니 경들은 이를 알라.”
하니, 허지가 말하기를,
“문학이 비록 귀하지만 반드시 마음을 바르게 하여야 합니다.”
하고, 원숙이 말하기를,
“근래의 유자(儒者)들 가운데 윤회가 뛰어납니다.”
하였다. 남재가 먼저 일어나 춤추는데 풍모가 볼만하니, 주상이 남로(南老)라 일컬었다. 상왕과 주상이 모두 일어나 춤추자 남재가 꿇어앉아 주상의 허리를 끌어안았고 여러 신하가 차례로 일어나 축수하였다. 상왕이 말하기를,
“내가 주상과 내전에 들어가면 반드시 눈물부터 흘릴 것이니, 경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것이 기쁠 뿐이다.”
하였다. 밤이 2경이 되자 주상이 이보와 함께 상왕을 부축하고 내전에 들어갔다.
【원전】 2 집 280 면
【분류】 과학-천기(天氣) / 왕실-의식(儀式)
[주-D001] 도(裪) :
원문은 ‘某’이다. 원래 세종의 이름이 쓰일 자리에 사관이 왕의 이름을 휘(諱)하려고 이렇게 표기한 것이므로 가독성을 고려하여 본문에 바로 이름을 밝혀 번역하였다. 이하의 ‘도’도 동일하다.
[주-D002] 고명(高明)함이 …… 같으십니다 :
《중용장구》 제26장에 보이는데, 상왕의 덕이 천지와 짝할 만하다는 뜻이다.
[주-D003] 적장자(嫡長子)를 …… 지키셨습니다 :
제1차 왕자의 난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이방원(李芳遠) 세력이 당시 적장자였던 이방과(李芳果)를 세자로 추대하여 태조에게 왕위를 선양(禪讓)받게 한 일을 말한다. 《定宗實錄 總序》 《太宗實錄 18年 11月 8日》
[주-D004] 성대한 :
원문은 ‘成’이다. 《태종실록》 18년 11월 8일 기사 및 《춘정집(春亭集)》 권11 〈상왕봉숭옥책문(上王封崇玉冊文)〉에 근거하여 ‘盛’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5] 따르소서 :
원문은 ‘循’이다. 《춘정집》 권11 〈상왕봉숭옥책문〉에는 ‘恂’으로 되어 있다.
[주-D006] 냇물처럼 …… 복 :
임금에게 만수무강의 복이 내릴 것을 기원하는 말이다. 《시경》 〈소아(小雅) 천보(天保)〉에 “하늘이 임금을 보호하고 편안하게 하여 흥성(興盛)하지 않음이 없네. 은혜는 산과 언덕 같고 산마루와 같으며, 냇물이 막 이른 듯이 불어나지 않음이 없네.”라고 하였다.
[주-D007] 두 …… 막으시고 :
이방원이 태조 7년(1398)에 일어난 제1차 왕자의 난과 정종 2년(1400)에 일어난 제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한 일을 말한다. 《太宗實錄 18年 11月 8日》
[주-D008] 영광스럽게 :
원문은 ‘龍’이다. 《춘정집 속집》 권1 〈상존호악장(上尊號樂章)〉에는 ‘寵’으로 되어 있다.
[주-D009] 하늘을 …… 포용하시니 :
땅의 덕성(德性)을 표현한 것으로, 왕후의 덕을 뜻한다. 《周易 坤卦 彖傳》
[주-D010] 지극한 :
원문은 ‘至’이다. 《춘정집 속집》 권1 〈상대비존호옥책문(上大妃尊號玉冊文)〉에는 ‘之’로 되어 있다.
[주-D011] 효자의 …… 일입니다 :
《맹자》 〈만장 상(萬章上)〉에 순 임금과 그 아버지 고수(瞽瞍)의 일에 관해 말하면서 “효자의 일 중에는 어버이를 높이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12] 주남(周南)의 …… 이으셨습니다 :
〈주남〉은 《시경》 국풍(國風)의 하나로, 주 문왕(周文王)의 훌륭한 교화와 그 후비(后妃)인 태사(太姒)의 덕을 노래한 시편이 많이 실려 있다. 지중은 주 문왕의 어머니이자 왕계(王季)의 부인인 태임(太任)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왕대비의 부덕(婦德)이 태사, 지중과 같다는 말이다. 《詩經 周南, 大雅 大明》
[주-D013] 지아비를 …… 다하고 :
왕대비가 내조를 잘하였음을 의미한다. 《시경》 〈제풍(齊風) 계명(鷄鳴)〉의 모서(毛序)에 “〈계명〉은 어진 후비를 생각한 것이다. 애공(哀公)이 여색에 빠지고 태만하였다. 이 때문에 어진 후비와 정녀(貞女)가 밤낮으로 경계하여 이루어 준 도를 읊은 것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4] 변계량이 …… 악장 :
세종이 상왕에게 헌수하고자 변계량에게 짓게 한 〈천권동수지곡(天眷東陲之曲)〉 등 2개의 악장을 말한다. 《世宗實錄 卽位年 11月 3日》
[주-D015] 윤소종(尹紹宗)이 …… 있으니 :
윤소종은 조선의 원종공신(原從功臣)으로, 고려 말 사전(私田) 개혁을 주도하고 조선 건국에 공헌하였다. 정도전(鄭道傳), 조준(趙浚)과 함께 《고려사(高麗史)》 편찬에 참여하였다. 《太祖實錄 1年 10月 13日, 2年 9月 17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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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에 관한 詩모음 2
대설(大雪) /엄원용
오늘은 대설
절기 따라 눈이 내린다.
온 마을과 마을
부드럽게 감싸며
토닥이며 덮어 내리는 눈
한여름 이글이글
지독하게 타오르던 욕망들이
한꺼번에 흰 치마폭 속에 포근히 잠재워
잠시 부끄러움 가릴 수 있겠다.
이제야 순수 하나쯤 품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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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 大雪 /오보영
너 오는 날 미리 알고
선조들이
달력에 기록해놓은 이유를
오늘 네가
가는 길을 막아서니 알겠구나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님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놓으니
오래 기억될 수밖에
이런 내 맘은 아랑곳없이
그저 저만 좋다고
마냥 좋아 흩날리는 널 보고 있노라니
좋아하던 모습조차
미워지려 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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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대설 /鞍山백원기
큰 눈이 온다는 대설
달력이 장난했는지
눈 씻고 봐도 눈이 없다
이른 새벽부터 꽁꽁 묶고 덮고
싸매주었다
철갑을 두른 듯 무거운 옷에
빠꼼하게 눈만 내놓고
뒤뚱거리며 걷는다
불을 지펴서 맞서려는
굳건한 방어심리 였지만
상대 없는 대결에 맥이 빠진다
사람은 워낙 약삭빨라서
당일치기로 살려하지만
자연의 위대한 섭리는
예습의 삶 살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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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 겨울 같지 않은 날 /松潭 김일선金日鮮
12월 초순의 대설은
겨울 같지 않은 이른 봄날 같다
따사로운 엷은 햇살이
벌거벗은 은행나무 가지사이
앙상하게 얹히어 있는 까치집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철나무 틈새를 뚫고 휘감아 올라
양지쪽을 점령했던 넝쿨들도
파삭파삭 말라 비틀어 죽었고
늘푸른나무 잎사귀도 윤기 없이 매달려 있다
거무스름한 북쪽 하늘 위엔
희끔한 눈을 이고 앉은 무등산이
대설이면서 지붕엔 눈을 안 내리느냐고
스쳐가는 흰 구름을 흘겨본다
크고 작은 온갖 흰 구름들은
동쪽 산모롱이에 모두 한데 모여
건너편 파란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파란 바탕 위에 그어진 비행기구름이
너무도 곱다고 감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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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대설 /박진표
큰눈이 오면
풍년이 든다는데
장난꾸러기 바람이
시샘을 부려
하이얀 흰눈 잠시들려 갑니다
배꺼질라 보릿고개 엊그제 같은데
농자천하지대본
우리네 농부님들 시름만 깊어가는
대설의 밤은 떠날 채비 합니다
부디
열심히 땀흘린 그 땀의 댓가는
위정자여 굽이 살피소서
광화문의 함성 커져가는데
아직도 그 이유 모르시나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으로 들으세요
싸우지들 마시고 가슴으로 느끼세요
대설인 오늘
큰 눈이 아닌 성난 민심의 소리가
흰눈처럼 쏟아집니다
하얀 눈아 펑펑 쏟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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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 /靑心 장광규
한 해가 저물어 가고
낮의 길이는 짧기만 해
추위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
소설과 동지 사이에 있는 절기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의 대설이다
12월 초순이라 눈이 온다 해도
적설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날 눈이 수북이 내리면
겨울을 포근하게 지낼 수 있고
이듬해에 풍년이 든다고 여긴다
눈은 농작물을 이불처럼 덮어주고
가뭄을 해갈하기 때문이리라
시베리아 벌판에서 바람이 불어
강추위가 계속되어도 걱정 없게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고
창문에 문풍지도 정성스럽게 붙이고
반갑게 올 하얀 손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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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大雪)에 겨울비 /최홍윤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백두대간 고요한 자락에 산불도 요란했는데
겨울비, 빗줄기가 제법 굶구나
등 푸른 산맥이
검은 띠 두른 지 몇 날이 지났다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애절한 지평선 스멀스멀 속절없이 다가서네
배고픈 멧돼지 습생으로
도전하는 사람 사는 세상
한쪽에서는 흰 밥에 고깃국 타령이고
한쪽에서는 설원에 차량들만 북새통이네
대설에
비가 오려나, 눈이 오려나
철들은 곳에는 비가 내리고
철부지에는 눈이 내리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산 첩첩
물 겹겹 백두대간 동녘에는
대설에도 빗줄기 하염없이 내리네
우리가 빗줄기라면
이대로 진눈깨비로 내리면 안 되겠네
우리가 눈발이라면
대설에는 함박눈으로 내랴야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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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설 /가혜자
한 여름 현란한 광채로
세상을 유혹하다
자아 도취되어
교만하던 박쥐는
어디로 갔는가
그 울음소리
들리질 않고
쩌렁 쩌렁
온 산을 호령하던
범들은 짝을 찾아
교미하여 새끼를 치니
눈 덮힌 겨울 산은
행복에 겨운
범들의 보금자리라
눈 속에 싹 틔운 여주는 무엇을
잡으러 나 왔는가
오톨도톨
도깨비 방망이로
자라나서
당뇨잡고 건강잡고
여주 여주 나왔다네
눈 세상에 펼쳐지는
대설 이야기
풍년이 온다네
봄날이 온다네
……………………………………………..
대설(大雪) /안태봉
칼날 같은 바람에 나를 맡기고
혼자 앉았다
말갈기 같이 흐르는 밤 눈 속에서
어둠이 지고 있을 뿐
가도 가도 오직 그 자리
산빛은 그대로
내 귀가 산보다 깊어만 갔다
너는 어디 갔다
이 자리로 돌아왔니
그래 안 보이는 슬픔까지 동구메고
떠나버린 자의 영혼을 달래보자는 것인가
그러나 아직은 기다리지 뭐냐
대설은 어느새 가슴을 잃고
머언 산 바라고 섰는가
맨살로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소나무
그 수평 사이로
길이 없는 길에 주저 앉아 버렸나
하염없이 울고 있는 저 산의 울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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