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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통령의 실수 ! ,대표와 차담후 원내대표와 식사해...

淸潭 2024. 10. 22. 12:52

“한동훈, 시종일관 무시당했다”…친한계가 지목한 장면들

구민주 기자2024. 10. 22. 10:33
尹-韓 마주 앉았지만 싸늘…형식도 내용도 논란의 연속
러브샷→조언→패싱→“최악 차담”…만날수록 분위기 악화
윤-한, 5번째 만남은 없다? 한동훈 ‘넥스트 스텝’에 주목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10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여기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어렵사리 마주했지만, 공개된 사진 속 대통령의 두 손처럼 끝내 '빈손'이었다. "할 말을 다 하겠다"며 면담에 들어선 한 대표는 측근들에 "할 말이 없다"며 곧장 귀가했다. 그를 대신해 브리핑에 나선 박정하 비서실장은 한 대표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해가 진 상황이라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별도 공식 입장조차 내지 않았다.

22일 복수의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들에 따르면,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담을 나눈 불과 82분여 동안 대통령으로부터 '무시'를 당한 '지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친한계 인사는 "대통령이 여전히 한 대표를 집권여당의 대표가 아니라 '내 말 들어야 하는' 검찰 후배, 혹은 그 이하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선 일정 탓에 예정시간보다 25분가량 늦게 만남 장소에 도착했다. 그동안 한 대표는 마땅한 대기 공간 없이 밖에서 선 채로 대통령을 기다렸다. 간단히 악수를 나눈 후 곧장 시작한 10여 분의 정원 산책 동안 대통령실 참모는 여럿 동행한 반면, 한 대표는 혼자였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그냥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걸어가는 거지 그게 무슨 산책이고 대화냐. 독대는 10초도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내로 자리를 옮긴 후 윤 대통령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한 대표와 나란히 앉혔다. 한 대표 자리가 대통령 정면에서 조금 옆으로 비켜있을 수밖에 없었다. 친한계에선 자리 구도 역시 합당한 대우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요구할 내용이 담긴 빨간 서류철을 준비해 들어갔지만 윤 대통령 앞엔 형식상의 메모지나 펜조차 놓여 있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차담 사진에서 윤 대통령은 정면으로 나온 반면, 한 대표는 측면 또는 후면 위주로 담겼다.

이에 대해서도 친한계 인사는 "대통령이 훈시하는 듯한 연출에 한 대표는 얼굴 반쪽밖에 안 나왔다. 한 대표가 제대로 나온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는 게 말이 되나"라며 "사람 불러놓고 대통령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이라고 직격했다.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한 대표의 요구들을 사실상 모두 거부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와 대통령실 내 인적쇄신 요청에 "이미 (김 여사가) 의욕을 잃었고 활동은 자제되고 있다" "제2부속실이 설치되면 나아질 것" "인적쇄신은 내가 판단한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제로콜라'를 대접해 보낸 후 곧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을 불러 저녁식사를 한 사실도 뒤늦게 파악됐다. "참모들과 밥 먹는 자리였고, 그 자리에 늦게 추 원내대표도 합류한 걸로 알고 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이해가 안 간다" "그 자리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게 그리 어렵고 싫었느냐"는 게 통화를 나눈 친한계의 반응이다. 한 대표도 친한계들과의 채팅방에 관련 소식을 공유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배석,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7월24일과 30일, 9월24일, 그리고 전날까지 총 네 차례 만남을 가졌다. 물론 올해 초부터 이른바 '윤-한 갈등'이 이어지면서 틈틈이 껄끄러움이 감지됐지만, 초반 두 번의 만남에선 화기애애한 모습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대통령실과 당 차원에서 나온 만남 후 브리핑의 '싱크로율'이 일치했다. 주로 당정이 화합해 거야 정국을 돌파하자는 메시지였다.

 

7‧23 전당대회가 끝난 바로 다음날인 7월24일, 윤 대통령은 곧장 한 대표와 신임 지도부를 초청했다. 당 대표 낙선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도 초청해 잡음이 나왔지만 다함께 당의 결속을 약속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윤 대통령(맥주)과 한 대표(제로콜라)는 러브샷을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고, 함께 손을 잡고 웃는 사진도 공개됐다.

그 후 엿새만인 7월30일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또 한 번 깜짝 초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 봉합'의 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임‧사퇴 논란으로 삐걱거리던 차에 윤 대통령이 "당무는 대표가 알아서 하시라"고 말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날 역시 둘은 정진석 실장의 배석한 상태로 1시간30분 간 대화를 나눴다. "사실상 독대"였다는 데 대통령실과 한 대표 모두 입장을 같이 했다.

만남의 분위기가 크게 악화한 건 세 번째부터였다. 한 대표의 잇단 독대 요청이 있었지만 대통령실의 응답은 미지근했다. 추석 연휴 직전, 대통령실은 예정돼 있던 한동훈 지도부와의 만찬을 한 차례 연기했다. 추석 민생 대응을 이유로 들었는데, 그 무렵 한 대표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결을 달리하는 제안을 던진 영향이란 분석이 파다했다.

그 사이 대통령실‧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한 대표의 발언 빈도는 날로 늘어났다. 9월24일 어색한 분위기 속 지도부 만찬이 이뤄졌고, 20여명이 함께하는 자리만 있었을 뿐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는 없었다. 이날 만찬에선 의료개혁‧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한 논의 대신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성과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한 대표에겐 모두발언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만찬 후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독대를 재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친윤(親윤석열)계에선 한 대표가 독대로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왼쪽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오전 일정 취소한 韓, 오후 입장에 주목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전날 면담을 두고 당 일각에서조차 '빈손'을 넘어 '최악'의 결과라는 자평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도 면담 후 측근들에게 씁쓸한 내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선 즉각 한 대표를 향해 '김건희 특검법'에 동참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의 '김건희 3대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에 쏠려 있던 세간의 시선은 이제 한 대표의 추가 대응 방향과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면담에 앞서 친한계 일각에선 "빈손 면담으로 끝날 경우 '특검법 정국'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공공연히 나왔다. '민심'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온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정면 돌파에 나설지 주목된다. 친한계에선 한 대표가 전날과 같은 만남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당분간 대통령에 독대 요청도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일정을 전격 취소한 상태다.

다만 대통령실에선 전날 면담 내용이 부정적이고 부정확하게 퍼지는 데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면담 분위기가 크게 나쁘지 않았으며 김 여사 문제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제안이나 요구에 대해 충실히 답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애초부터 이번 면담에 대한 브리핑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고도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친한계에선 "직전 지도부 만찬 때도 대통령실은 화기애애했다고 브리핑했었다. 성과를 말하는 대통령 혼자 화기애애했잖나"라고 지적했다. 면담 분위기를 전하는 대통령실과 친한계 사이 온도차도 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