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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단 나라가 망하겠다 / 김동길

淸潭 2020. 8. 14. 10:46

이러단 나라가 망하겠다

고종이 등극하고 이듬해인 1864년 대원군 이하응은 전국의 서원중에서 47개만을 남기고 모든 서원을 철폐하라는 명을 내렸다. 폐지 당한 서원에서 공부하던 젊은 서생들이 가만있을 것 같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된 대원군은 몇 사람을 지방에 보내 민정을 시찰하게 하였다.

서원 철폐로 지역사회의 선비들이 조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 본 대원군은 돌아온 정보원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선비들이 조용하더냐?” 지방의 유생들의 반응을 살피고 돌아온 이하응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고하였다. “매우 조용합니다대원군이 안색을 붉히며 그게 사실이냐고 되물으니 한결같이 그렇사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때 대원군은 자기의 무릎을 치며 이러다간 나라가 망하겠구나, 전국의 서원들을 소수만 남기고도 젊은 선비들이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그것이 이하응의 반응이었다.

그 젊은 선비들은 청일전쟁을 겪으면서도 아무 말이 없었고 러.일 전쟁이 터졌을 때에도 조용하기만 하였다. 마침내 일본이 1905년 보호조약을 강요했을 때에도 침묵하였다. 드디어 한일합방이 강행 되었다. 한국 청년 안중근은 일본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두에서 살해함으로 한국 청년의 기상을 전 세계에 알렸지만 이 나라의 다른 젊은이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오늘 대원군이 살아 있다면 이러단 나라가 망하겠구나라고 한마디 할 것만 같다. 젊은이들이여,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기를 바란다.

 

김동길

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