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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 김동길

淸潭 2020. 8. 14. 10:41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역사를 보는 눈이 한결 같을 수는 없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반면에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유니온을 탈퇴하여 한 나라를 둘로 갈라놓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북을 향해 무력저항으로 일관한 남쪽이 패망하였기 때문에 오늘의 미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계속 노예제도가 용납되는 미국이었다면 미국이 오늘처럼 역사상에 큰 몫을 담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링컨 같은 지혜로운 사람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패배한 남부의 지도자들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자라고 주장하면서 패망한 남부를 껴안으려고 노력하였다. 링컨은 비록 잘못된 판단이기는 하였지만 당시 남부의 지도자들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비록 북부가 승리하고 남부는 해체되어 북부에 통합되었으나 북부의 정치인들은 관대한 정책을 펴 전쟁 중에 불법으로 탄생했던 남부연합군의 국기도 보존하였을 뿐 아니라 그 국기를 게양하는 것 또한 전면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 반란군의 장성들이나 정치적 지도자들의 동상이 건립되는 것도 방치하였었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 남부 곳곳에서 남부 연합군 기념물 철거 요구가 또 다시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종 차별을 근절하겠다고 과감하게 나서는 젊은이들이 생겨나 버지니아주가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리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다는 등 남부의 도시들이 소란하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늘의 관점에서 과거를 보고 못마땅한 것들을 다 때려 부순다면 다음 세대도 그런 일을 반복 할 가능성이 많지 않은가. 역사의 풀이가 달라지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에 있었던 사실을 바꾸려는 노력은 허무한 것이라고 차제에 강조하고자 하는 바이다.

 

김동길

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