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 생각 7 비록 항소를 포기하긴 했지만 나는 15년이건 20년이건 감방 생활을 할 자신이 있었다. 누님은 내가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부터 면회가 허락되는 시간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면회하러 오셨다. 영치금도 넉넉하게 넣어 주셔서 나는 쥐털이라 불리지 않고 범털이라 불리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고 성실하게 복역하는 모범수 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1년 쯤 지나서 당국이 예기치 않았던 특별 사면을 하였다. 유신을 반대하던 우리들에게 가석방의 특혜가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항소를 한 자들은 나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출소하지 못하고 교도소에서 하루를 더 지내야만 했다는 것이다. 항소했기 때문에 검찰이 처리해야 할 서류가 또 하나 있어서 내가 석방되는 날에 같이 내보낼 수가 없었다고 들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처지라 학교에 복직은 안 되었다. 공보부 장관도 지낸 오재경이 이런 말을 내게 들려주었다. 내가 옥중에 있던 추운 겨울 날 내 누님을 찾아갈 일이 있어 이화여자대학 총장실에 들어갔더니 난방이 안 되어 여간 춥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왜 난방을 켜지 않았습니까?”라고 오 장관이 물었더니 “동생은 차디찬 감방에서 겨울을 나는데 누나인 내가 따뜻한 방에서 집무할 수는 없지요.” 그것이 누님의 대답이었다고 한다. 후에 그 말을 듣고 나는 혼자서 울었다. 김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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