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실/慶州金氏

鷄林八觀

淸潭 2020. 4. 29. 10:33

속동문선 제3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계림 팔관 병서 (鷄林八觀 幷叙 )

       조위(曺偉)

소동파(蘇東坡)가 봉상(鳳翔)에 재임할 때 고적(古跡)을 읊어 팔관(八觀)이라 하였는데, 그 중의 왕유(王維)ㆍ오도자(吳道子)가 그린 유마상(維摩像)과 진흥사각(眞興寺閣) 같은 것은 숫제 한 불사(佛寺)에서 본 것이니, 그런 시는 짓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계림은 신라의 고도(古都)로서 번화했던 문물(文物)이 지금은 다 사라졌으나, 그 유적(遺跡)은 역력히 셀 만하다. 내가 감사(監司)의 명을 받잡고 부임하는 길에 여기를 지나므로 먼저 우리 태조(太祖)의 진전(眞殿)에 배알(拜謁)한 뒤 신라의 고적을 두루 보고 배회(徘徊) 감개(感慨)하여 이따금 시로 읊조린 것이 있는데, 그것을 또한 팔관이라 했으니 감히 동파를 본뜨려 함이 아니요 지은 것이 마침 여덟 수이기 때문이다. 그 중 영묘사(靈妙寺)ㆍ금장대(金藏臺) 같은 것은 비록 기록할 만 한 일이 없으나, 그러나 영묘는 당(唐) 정관(貞觀) 연간에 창건된 것이 지금 우뚝히 홀로 남아 있고, 금장은 계림을 굽어보아 일망무여(一望無餘)로 한 도성의 으뜸가는 승지이기에 이로써 아울러 근체시(近體詩 율시(律詩))로 읊어 뒤에 와서 노니는 사람들에게 끼쳐 준다. 아, 계림이 구석지게 해동(海東)에 있어 중국과의 상거가 만리이니, 만일 파로(坡老)가 한 번 와서 이곳을 구경하였던들 그의 용용(舂容) 한 대편(大篇)이 삼한(三韓)을 뒤흔들고 빛냈을 지라, 그 지은 바가 어찌 팔관에 그칠 뿐이었으랴. 이것이 어찌 이 땅의 불행이 아니랴.
집경전(集慶殿)

보전이 엄숙하게 음음 한데 / 寶殿肅陰陰
새벽빛이 떠올라 환히 비치네 / 晨光昇杲杲
요지에 채장이 나란히 서고 / 瑤池綵仗列
수달에 향연이 둘러 있는데 / 繡闥香煙繞
궁관이 큰 문을 열어 놓으니 / 宮官開閶闔
청쇄가 깊고 또 그윽하구나 / 靑鎖深更窈
소신이 절하옵고 머리 조아려 / 小臣拜稽首
목목한 천표를 우러러 뵈오니 / 穆穆瞻天表
아, 그 용안과 그 일각이여 / 龍顔與日角
준상하심 천하에 다시 없으리 / 俊爽天下少
어찌 저 중동의 빛나는 광채 / 何意重瞳光
묘한 붓끝에서 나오단 말가 / 出自毫端妙
송구하여 감히 우러러 뵙지 못하니 / 踧踖不敢仰
땀이 흘러 도포를 흠씬 적시네 / 汗流浹袍襖
아, 나는 불행히도 늦게 태어나 / 嗟余生苦晩
정호의 궁검이 아득하네만 / 鼎胡弓劒杳
제세안민의 크옵신 그 공 / 大哉濟安功
하늘과 더불어 넓고 넓도다 / 與天同浩浩
고려의 국운이 이미 쇠하여 / 操鷄運已衰
혼란하여 병진이 어지러울 때 / 澒洞兵塵擾
몇 해나 즐풍목우 수고하시며 / 幾年勞櫛沐
남을 치고 또 북을 토벌하셨던고 / 南征與北討
슬기로우신 지략은, 하늘과 함께 합하여 / 睿略與天謀
귀신같은 군사로 휙휙 쓸어버리사 / 神兵資迅掃
마침내 삼한의 백성들로 하여금 / 遂令三韓民
신음에서 태평으로 변케 하시니 / 呻吟變熙皞
육룡이 금시 하늘에 날라 / 六龍俄飛天
해 바퀴가 바로 황도에 왔네 / 日馭當黃道
화산 남쪽에 도읍을 여니 / 闢都華山陽
풍호와도 같은 거룩한 서을 / 神京等豐鎬
태평의 시설을 넓게 차리니 / 恢張大平具
한껏 찬란하고 화려한 문물 / 文物極繪藻
전대의 규모를 시시하게 하니 / 陋彼前代規
후손에 주는 규모 어찌 초초했으랴 / 貽謨豈草草
선대의 거친 것을 크게 나타내는 성자 성손들 / 丕顯神聖孫
계계 승승 무궁히 이으시옵네 / 繼繼無窮了
유상이 고도를 눌러 계시고 / 遺像鎭古都
거룩한 영은 저 하늘에 계시리 / 皇靈在穹昊
무열왕릉 부치 서쪽 7리쯤의 들밭 가운데에 있다 [武烈王陵 在府治西七里許野田中]

길가 촌락 사이에 / 道傍墟落閒
푸릇푸릇 밀이 벌써 자랐는데 / 靑靑麥已秀
우뚝 솟은 두어길 봉우리가 / 斗起數仞峯
덩그랗게 짐승이 엎드린 것 같다 / 穹窿如伏獸
부러진 비석이 풀서리에 누워 / 斷碣臥荒草
높직이 귀수를 드러냈는데 / 昂然見龜首
주위엔 풀이 우거진 허허한 들판 / 莾蒼原陸長
구불구불 내가 흐르는 개천벌 / 迤邐川原走
사람들 이르되, 이것이 무열왕릉이라고 / 云是武烈陵
인산의 제도가 누하지 않구나 / 因山制非陋
말에서 내리니 머리가 쭈뼛 / 下馬髮蕭森
공손히 서서 소매를 여미고 / 拱立歛雙袖
비석을 만지며 비문을 읽어보나 / 摩挲讀碑文
비가 결락하여 확실히 알 수 없네 / 缺落難實究
망망 아득하게 세월에 멀었으니 / 茫茫歲月荒
내버려져 지키는 사람도 없었구나 / 委棄無入守
생각하니 옛날 음이 양 되니 / 憶昔陰爲陽
두 만(승만 왕만)이 참 임금이 아니었었네 / 二曼非眞后
강린이 번갈아 침노해오고 / 强隣肆侵軼
사경에 병란이 벌어질 때에 / 四境多兵鬪
왕께서 들어가 왕통이으니 / 惟王入繼統
높을사 그 공덕이 무성하였네 / 卓焉功德茂
조아로 유신에게 맡기었고 / 爪牙委庾信
무략은 하늘이 주신 것 / 武略殆天授
백제를 병합하여 패도를 열고 / 幷濟開霸圖
백년간의 도둑을 다 쓸어내니 / 剗掃百年寇
당 임금이 그 공적을 갸륵히 보아 / 皇唐嘉乃勳
금수의 사물을 둠뿍 내리고 / 厥篚堆錦繡
왕으로 책봉하는 큰 명 내리니 / 疇庸錫鴻命
싸워 얻은 땅이 넓기도 할사 / 鬪土綿廣袤
준예들 함께 종정에 서고 / 俊乂共登庸
창름이 날마다 풍부하더니 / 倉廥日殷富
우물 물이 문득 피빛이 되자 / 井水忽爲血
대운을, 아, 구할 길 없었네 / 大運嗟莫救
검리는 지하로 드시게 되고 / 劒履就窀穸
영령이 하늘로 돌아가셨네 / 英爽歸昻宿
옛 사기를 대강 참고해 보나 / 舊史粗可徵
기재가 엉성함이 한스러워라 / 紀載恨疏漏
인간의 일이 뜬 구름 같거니 / 人事如浮雲
누가 능히 우주의 종말까지 가랴 / 誰能了宇宙
가성(무넘)이 만고에 닫혔는데 / 佳城萬古閑
날 저물어 들쥐가 휘파람부네 / 日暮嘯鼪鼬
영묘사(靈妙寺)

낡은 절이 큰길 가에 임하여 / 古刹臨官道
우뚝 솟아 높이가 만 길 / 嵬峩高萬丈
지붕 보다 지나는 구름이 나직하고 / 棟宇行雲低
추녀 끝에 바다 해가 떠오르는데 / 觚稜海日上
자는 안개가 현판에 깃드리고 / 宿霧棲璇題
흐르는 노을이 금방을 숨기네 / 流霞隱金榜
화려한 접은 하늘 밖에 열렸고 / 綺寮天外開
공중에 메아리치는 풍경 소리 / 風鐸空中響
빛나는 저 불상은 / 赫赫金仙軀
채색 무리가 으리으리한데 / 綵暈光滉朗
사벽의 현란한 단청은 / 四壁絢靑紅
인천 대중들의 상 / 人天繪衆像
주당과 보개들이 / 珠幢與寶蓋
뒤섞이어 수없이 모였구나 / 漫槵集坌坱
내가 잠시 그 안을 들여다보니 / 我蹔窺其中
엄청난 그 결구가 우러러보고 굽혀 보기에 아득하네 / 結構迷俯仰
보통 이력으로 한 것 아니라고 / 謂非人力施
감탄하면 먼 옛 일을 생각하였네 / 感嘆起遐想
옛날 선덕이 여왕이 되어 / 善德昔司晨
불교를 숭상함이 너무 지나쳐 / 事佛過崇獎
한 재목에 백금을 막 허비하고 / 一木費百金
주춧돌 하나에 만전을 버려 / 一礎損萬鏹
경영이 숫제 이에 이르러 / 經營乃至此
내탕을 마구 기울였으니 / 不恤傾帑藏
가유의 힘을 빌어다가 / 欲借迦維力
온 넓은 세상을 적시려 함이었으나 / 普沾世界廣
백성들의 원망이 없었을 것인가 / 豈無怨咨聲
복리는 끝내 시원찮았네 / 福利竟曭㬒
겁화 천년이 지났건마는 / 劫火千載餘
용상을 보호하는 높직한 이 절 / 巋然護龍象
당시의 조시가 다 비었으나 / 當時朝市空
귀신같은 공력을 볼 만도 하네 / 鬼功嗟可賞
손꼽아 정관(당태종의 연호)이 몇 해 전인가 / 屈指貞觀年
바람 앞에서 한 번 손바닥 쳐보네 / 臨風一捬掌

[주-D007] 우물 물이 …… 되자 : 
신라 말기에 이런 재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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