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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淸潭 2020. 1. 28. 10:04

출범부터 잘못된 문재인호

세월호라는 허술한 여객선은 2014415일 저녁, 476명의 승객을 싣고 제주도로 떠났다. 승객들 중 324명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그 여객선은 불행하게도 그 다음 날 아침 진도 앞바다에 그 유명한 울돌목 가까이에서 조난을 당하였다. 세월호는 침몰하여 304명이 목숨을 잃었고 172명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세월호의 침몰 책임은 여객선을 불법 개조한 선주 유병언과 그가 고용한 선장 이준석에 있다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바람이 잘못 불어 그 사건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 박근혜가 져야한다는 엉뚱한 사태로 둔갑 되었다. '박근혜의 7시간'이 한국 대통령의 운명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까지도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끔찍한 일이다.

 

문재인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때리기에 절호의 기회가 다가온 셈이었다. 세월호는 이제 세월호가 아니고 '문재인호'로 둔갑하여 어린 아들딸을 잃은 단원고의 학부모들에게 박근혜 타도를 위한 중책이 맡겨진 것처럼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박근혜 탄핵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세월호의 새 선장 문재인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간신히 당선된 것이다.

 

문재인은 더불어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팽목항으로 달려가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여객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는 말도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어린 희생자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적었다니 나는 분통이 터진다.

 

문재인을 대통령 되게 하기 위하여 그들이 스스로 제물이 되었다는 것인가. 문재인이 계속 타고 다니는 세월호 아닌 오늘의 문재인호는 말 못할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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