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시나요?
함께인 듯 하지만 혼자고 혼자인 듯 하지만 함께인 듯 함께 모여 있다 방울방울 땅으로 떨어지고 다시 땅으로 하늘로 함께 하는 '빗방울'. 우리도 항상 많은 사람들 속에 함께 있는 듯 하지만 혼자고 혼자인 듯 하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선율에 곁들여 반주가 되풀이해서 두들겨지는 리듬은 누가 들어도 '빗방울'을 연상케 한다. 꿈을 꾸듯 고요하게 펼쳐지는 가락.. 지병인 폐병이 악화된 쇼팽은 연인 상드와 함께 마요르카 섬에 있는 어느 수도원으로 요양차 떠난다.
어느 날 상드가 쇼핑을 나간 사이, 석조로 된 수도원의 방에 적적하게 있던 쇼팽은 마침 창가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던 중 즉흥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한동안 연주에 몰입하던 쇼팽은 문득 외출한 상드의 모습이 떠오르자, 줄기찬 빗속에서 혹시 고생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갑자기 선율은 무겁고 격렬한 가락으로 바뀐다. 이것이 빗방울 전주곡의 중간부이다. 그러나 몽상에서 깨어난 쇼팽의 귀에는 다시금 창가를 두들기는 조용한 빗방울 소리만 들린다.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평온하게 회복되며 곡은 마무리된다.
쇼팽은 무척 셈세한 사람이었다 한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은 다양한 악기를 위해 곡을 썼는데 쇼팽은 피아노 음악이 아니면 그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그래서인지 쇼팽의 곡은 마치 유리가 부서지듯 투명하고 섬세하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며 아련한 지난 날의 길들을 되돌려 한발 한발 걸어가 본다.
빗방울과 쇼팽, 스페인 마요르카..
그녀가 남겨놓은 추억 안으로 또 다시 진한 그 그리움 속으로.
"저는 비.. 참 좋아해요.
그런데 밴쿠버에 와서 부턴 겨울비는 싫답니다. 이곳은 겨울이 우기라서
일주일에 거의 반은 겨울에 비가 내려요. 잘못하면 우울증 걸리기 쉽상이예요. 하지만 봄비는 아직도 너무 사랑합니다.
대학 2학년때 어느 봄비 곱게 내리던 날..
이강숙 선생님이 강의하시는 서양음악사 시간이었어요. 강의 하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셨죠. '제군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가 되는게 무언가?" 저는 그때 하염없이 내리는 봄비와 눈맞추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말씀은 들리더라구요. 좀 작은 소리로 혼잣말 처럼.. "빗. 방. 울." ~~~ 했어요. 선생님과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저에게 쏠렸죠.
"학생은 이름이 뭔가?" 하시더군요.
우 아무개라고 했지요.
그러니까.. "자네 성씨도 "비" 구만~! 하셨죠. 그래서 그 이후로 선생님께서 저를 "빗방울" 이라고 부르시고 기억해 주셨지요.
선생님은 그때 '하나 더하기 하나가 하나가 되는 것'은 바로 '음악' 이라고 말씀 하시려고 했는데 "제군, 참 음악스러운 대답이야!" 하시면서 즉석에서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하시더라구요.
이래서 제가 '빗방울'과는 좀 인연이 많답니다.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에서도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만났고요. 그때 저의 대학시절 그 시간이 온몸으로 느껴졌었지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인생은 꼭 '비' 같아요.
어느날은 소낙비, 또 어느날은 가랑비, 보슬비, 이슬비, 여우비.. 그 많은 색깔의 '비'들.
가끔은 폭풍우를 만날때도 있지만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것' 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들 각자가 한방울 한방울의 빗방울로 이 곳 음악정원에 떨어지지만, 결국은 다 모여 하나의 빗물이 된다는 것을.
따로, 또, 같이 하모니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 Tasha W 그녀가 남기고 간 사랑과 흔적들이 시간의 기억 속에서 흐려지지 않고, 지워지지 않고 진한 빛으로 그 색이 바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들리시나요? 가슴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하모니.. -Suji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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