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륜사에 10여일간 제석(帝釋)이 내려와 머물렀다는 내용의 설화. 불교의 영이(靈異)를 실제로 나타나게 하여 세상사람들을 감동시킨 설화로 ≪삼국유사≫ 권3 탑상편(塔像篇)에 실려 있다.
신라 제54대 경명왕 때, 흥륜사의 남문과 좌우 건물이 불타서 정화(靖和)·단계(占繼) 두 승려가 시주를 모집하여 수리할 계획을 세웠다. 마침 제석이 절의 좌경루(左經樓)에 내려와 10여일을 머물렀다.
그러자 절의 건물이며 탑, 그리고 초목토석에 이르기까지 향기가 나고 오색구름이 절을 덮었으며, 남지(南池)의 어룡들이 기뻐 뛰놀았다. 이 소식을 들은 나랏 사람들이 몰려들어 감탄하고 비단과 보물이며 곡식을 자진하여 바쳤고, 공장(工匠)들이 자진하여 공사를 서둘러 하루만에 복구를 완성하였다.
제석이 환궁하려 하자 두 승려가 진용(眞容)을 그려 천은을 기리겠다고 하니 보현보살의 상을 그려 걸고 공양하라고 하여, 그려서 건 것이 흥륜사의 보현상이라는 내용이다.
이 설화는 흥륜사의 보현벽화를 두고 생긴 설화이지만, 절 중수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일부러 제석을 꾸며 소문을 내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설화에도 영이를 가식하여 시주를 모은 설화가 몇 편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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