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참으로 예를 아시는 양반이라
선산 김씨네가 저 읍내 부용리에 사는데, 이전(예전)에 성이 황가인 사람이 그 집에 비복(婢僕)으로 살았다 그래. 근데 그 사람이 공부를 잘해 가지고서 진사과에 합격해설랑 진사를 했어. 그래서 “황진사, 황진사” 그러는데, 그 황진사가 예서(禮書)에 아주 밝아. 예의에 밝은 양반으로 아주 소문이 났어.
그러니 젊은 선비들이 찾아와 다투어 글을 배우고자 할 게 아닌가. 그래 제자들을 모아놓고 후학을 갈치는데(가르치는데), 하루는 가실(가을)인데 그 날 저녁에 황진사 집에 지사(제사)가 든다고 그런단 말이지.
그래서 제자들이 모여가주고
“우리 선생님은 비록 참 미천한 집 출신이지만 진사를 하시고 또 예학에 밝기 때문에 그 지사도 잘 지낼 것이니께, 우리 밤에 가서 선생님 지사 지내는 걸 구경하자구.”
제자들이 짜구설랑 밤에 지사 지내는데 구경을 갔드라는겨(갔더라는 것이여), 몰래. 그 친기(親忌)가 있는데, 밤에 몰래 가서 이제 문구녁(문구멍)을 뚫고설랑 참 제사지내는 걸 보니께, 아 진설(陳設)이고 뭐고 유구(鍮具)도 없이 저 함박(함지박)에다 밥을 수북하니 갖다놓고 잔이고 뭐고 큰 그릇에다 저- 웃목에다 잔뜩 차려 놨드라네. [청중: 웃음] 숫깔을 한군데다 수북하니 꽂아놓고, 그러고 절을 수없이 햐(혀, 해). 뭐 초헌(初獻) 아헌(亞獻) 삼헌(三獻)도 없구 절이나 햐. 모듬밥을 해 놓고.
제자들이 그걸 보구설랑 이상할 것 아닌가배. 그래 이튿날 선생님한테, 황진사한테 질문을 했어.
“아, 참! 선생님한테 여쭙기는 죄송합니다만, 선생님은 진살(진사를) 하시고 예학에 밝으시기 때문에 선생님 간밤에 참 친기가 계신다고 해서, 어떻게 예로서 제사를 잘 지내는가 싶어서 저희들이 참 구경을 갔었는데, 전부 함박 모름이로 밥을 놓구설랑 모듬밥을 놓구설랑 그라니 어디 예문에 그런 게 있는 겁니까?”
그렇게 물었드랴.
그러니까 황진사 말씀이,
“너 그렇게 의심이 날걸세. 그런데 나는 글자이나 해서 진사 자리에 합격해서 예서를 알고 예문을 알지마는 우리 부모들은 김진사 댁 노비로 있었는데, 아 그때 방에서 밥 먹든가 어디? 한데서(바깥에서) 모듬 밥으로 이렇게 먹고 그랬는데, 여기서 내가 예를 차려서 제사를 지내면 불안해서 우리 조상이 흠향을 안햐. [청중: 웃음] 그래 내가 그렀네(그랬네).”
그래더라는겨. 그래서 제자들이,
“참 왈(曰) 우리 선생님은 참으로 예를 아시는 양반이라구!”
그 참 훌륭한 얘기라구. 그 참 진설해서 초헌 아헌 예를 갖춰야 조상들이 모르지! 그걸 봤어? [청중: 웃음] 조상이 흠향을 안 햐. 그렇게 참 훌륭한 진사가 있었다고 어른들이 말씀을 하시데.
출처: http://limjh.and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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