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故事成語

안 서(雁書)

淸潭 2013. 5. 16. 10:19

안 서(雁書)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중랑장(中郞將) 소무(蘇武)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북방의 흉노족에 포로로 잡혀 한군의 포로 교환의 임무를 띠고 갔다가 흉노의 내란에 부딪쳐 일행이 다 붙잡혔다. 항복하지 않으면 처형하겠다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소무는 항복하기를 거절하였다.

흉노는 그를 움에 가두고 끼니도 대주지 않아 모전(毛纏 : 짐승의 털로 짠 요)을 씹어먹고 눈(雪)을 받아먹으며 기갈을 이겨냈다.

며칠이 지나도 소무가 죽지 않는 것을 본 흉노는
북해로 보내 양을 치게 하였다. 그들은 숫놈 양만 내주고는,

“수컷이 새끼를 낳으면 돌려 보내 주겠다.”

하는 것이었다.

무제가 죽고 소제(昭帝)가 즉위하자
19년 전, 선제(先帝)인 무제(武帝) 때(B.C. 100) 포로 교환차 사절단을 이끌고 흉노(匈奴)의 땅에 들어갔다가 그곳에 억류당한 소무(蘇武)의 귀환을 위해 특사를 파견했다.

현지에 도착한 특사가 곧바로 흉노의 우두머리인 선우(單于)에게
소무의 석방을 요구하자 선우는 '소무는 벌써 여러 해 전에 죽었다'며
대화에 응하려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상혜(常惠)라는 사람이 은밀히 특사의 숙소로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소무를 따라왔다가 흉노의 내란에 말려 일행이 모두 잡힌 뒤 투항한 사람 중하나요. 그런데 그때 끝까지 항복을 거부한 소무는 북해(北海:바이칼 호) 변으로 추방당한 뒤 아직도 그곳에서 혼자 어렵게 살아가고 있소."

이튿날 특사는 선우를 만나 따지듯이 말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황제께서 사냥을 하시다가 활로
기러기 한 마리를 잡았는데, 그 기러기 발목에는 헝겊이 감겨 있었소.
그래서 풀어 보니 '소무는 대택(大 澤:큰 못) 근처에 있다'고
적혀 있었소. 이것만 봐도 소무는 살아 있는 게 분명하지 않소?"

안색이 변한 선우는 부하와 몇 마디 나누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제는 제가 잘 모르고 실언을 한 것 같소. 그는 살아 있다고 하오. "

꾸며댄 이야기가 제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며칠 후 흉노의 사자(使者)가 데려온 소무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으나
그의 손에는 한나라 사신의 증표인 부절(符節)이 굳게 쥐어져 있었다.

이 고사에 연유하여 그 후 편지를 안서라고 일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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