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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천당 불신지옥..`맞는말이다...

淸潭 2013. 4. 10. 11:52

 

'예수천당 불신지옥..'

 

기독교인들인 즐겨 쓰는 말이다. 듣기 싫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거 참 그럴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천당? 불교도 그렇다.

'예수재'라는 게 있지 않은가.

천도재가 죽은 사람을 위한 거라면, 예수재는 산 사람을 위한 거다.

살았을 때 미리미리 닦아 놓으면 죽어서 악도로 떨어지지 않고 좋은 데로 간다고 한다.

좋은 데가 어디겠는가? 천당이지..

천당이라는 말도 사실 불교용어인데 지금은 그들이 더 많이 사용할 뿐이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닦으면(豫修 예수), 천당 가니까.. 예수천당 맞잖아?

이 정도 되면 타력천도 수준이 아니라 자력천도 수준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예수'는 그런 예수가 아니라 예수님(Jesus)이다.

뭐 그렇게 봐도 맞는 말이다. 예수님도 성인이신데, 어디 나쁜 짓 하라고 가르치셨겠는가? 사랑을 가르치셨지..

사랑.. 불교에서도 좋은 일 많이 하고, 선(善)을 행한 사람은 천당 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 말대로, 예수님 말씀대로 살면 천당 간다는 말..

불교 입장에서 봐도.. 맞잖아?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예수님 말씀대로 살면, 천당 가는 거 맞고요

부처님 말씀대로 살면, 천당은 물론, 그보다 더 좋은 극락, 열반..

그런 데까지도 갈 수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리고,

불신지옥?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

교회뿐 아니라 불교에서도 '믿음'을 강조한다.

화엄경에선 이르기를 믿음은 '도(道)의 근본'이며 '공덕의 어머니'라고 강조하였다.

믿음.. 진리에 대한 믿음, 삼보에 대한 믿음 없이 되는대로 막 살면..

어떻게 좋은 데 가겠는가? 지옥 갈 가능성이 높지.

그러니 불신지옥.. 불교로 봐도 맞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좀 지나치게스리 불신(不信)지옥을 불신(佛信)지옥이라..

'부처님을 믿으면 지옥 간다'고 하기도 한다.

이 말은 정말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 요샌 이 말도 그럴듯 하게 들린다.

부처님 믿으면 지옥 간다?

부처님 가르침을 그냥 통상적 수준으로만 믿으면 지옥 못 간다.

그 가르침대로 진리를 보고, 선업을 쌓았으면 천당이나 극락..

그런 데로 가겠지. 어떻게 지옥으로 가겠는가? 말도 안 되지..

그런데.. 아주 부처님 가르침을 확철하게 꿰뚫은 이들은 지옥으로 간다.

어떤 사람이 마조선사께 물었다고 한다.

"대선지식도 지옥 갑니까?"

그랬더니 마조선사가 답했다.

"내가 제일 먼저 가겠다."

"아니, 그 무슨 황망한 말씀이십니까?"

"내가 안 가면 자넬 어떻게 만나겠는가? 가서 구해 줘야지.."

성철스님은 당신께서 수행하던 토굴을 '천제굴'이라 하시고, 맏상좌 법명도 '천제'라 지어 주셨다.

'천제(闡提)'는 범어 '이찬티카(icchantika)'의 한역인데, 선의 종자가 끊어진 악(惡)의 화신을 말한다.

그래서 그런 인간은 도저히 성불할 수 없다고 손가락질 받아 왔다.

그러나 부처님께선, 일체 모든 중생은 다 불성이 있으며

천제도 예외가 아니므로 그도 성불할 수 있다고 하셨다.

천제.. 그가 성불한다면 이 세상에 제일 꼴찌로 성불할 중생이다.

성철스님이 '천제'라는 이름을 강조하신 것은, 맨 꼴찌로 성불하자는 대원(大願)이다.

바로 지장보살의 대비원(大悲願)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중생들을 남김없이 구제하고, 그래서 지옥이 텅텅 비는 날

제일 마지막으로 성불하겠다는 대원력(大願力)이다.

이는 우리가 법회 때마다 하는 '사홍서원'의 첫 번째 다짐이기도 하다.

'중생무변 서원도..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중생을 다 구제하려면, 지옥까지 가야하지 않겠는가?

지옥중생을 그대로 두고 어찌 그 서원을 완성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 말씀 믿고 지옥 갈 각오가 되어 있는가?

사홍서원의 의미가 이렇게 엄청난 것인 줄 알고나 있었는가?

새삼 정신이 번쩍 든다.

법륜스님도 얼마 전에 법문하실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당신 보고 '불신지옥! 부처 믿으면 지옥 간다!' 외쳐대면

화를 내기는커녕.. '감사합니다' 그러신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죽으면 지옥중생 구제하러 가려고 했는데

지옥까지 가려면 멀고 힘들텐데.. 저들이 보내 준다니.. 감사합니다.. ㅎㅎ

이렇게 우리 불교에는 자청해서 지옥 가겠다는 분들이 많은데

기독교에선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 했다.

왜 그럴까?

이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교회를 갔는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했더니

"예, 저는 하느님이 되려고 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는 하느님인 거 같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면 어떻게 될까?

기겁을 할 것이다. 이단이라고.. 마귀라고 쫓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절에 갔는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했더니

"예, 저는 부처가 되려고 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는 부처인 거 같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상하게 볼까? 쫓아낼까? 천만에 말씀이다.

"이야, 훌륭하신 분이 오셨다.

다들 뭐 복을 빌거나 제사 지내거나, 무슨 날짜 봐 달라고 오는데

이 분은 깨달음을 얻으러 오셨다. 장차 크게 되실 분이니,

어서 주지 스님께 모시고 가자." 이럴 것이 아니겠는가?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기독교에서 인간은 다만 신이 만든 피조물일 뿐이다.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신과 동등한 존재, 신 자체로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든 존재는 다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 부처의 성품, 불성이 있다 하고..

아니 심지어 '모든 존재는 다 부처'라고 까지 한다.

그냥 지금 그대로 이미 완전하고 온전한 부처인데

다만 어리석어서, 그 사실을 모르고..

부처가 중생놀음 하는 게 인간이라고..

이렇게 까지 말한다.

그래서..

기독교에선 심판을 받고 지옥에 떨어진 사람은 다만 응징의 대상이요, 구제불능의 존재로 단정할지 모르지만

불교에선 지옥에 떨어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불성을 지닌 존재, 아니 '부처 그대로'다.

그 본래 성품에는 아무런 흠결이 없다.

다만 어리석어서 죄업을 지었을 뿐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응징의 대상이 아니라 깨우쳐 줘야 할 대상이요

어리석은 사람은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연민의 대상이다.

그래서 지장보살이 거기로 간 것이다.

다만 어리석음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불쌍한 존재..

그들을 방관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거기로 간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당시 무고한 사람을 백여명이나 죽인 저 앙굴리마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그 위험한 현장에 까지 가서 구제해 주셨으니

이 또한 그런 인간관에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원력을 가진 이들 또한

지옥으로 가겠다고 자청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불신지옥'.. 부처님 믿으면 지옥간다..

그 소리도 그럴듯 하게 들린다.

하여간에, 그들이 좀 극성스럽긴 하지만

그 열정 만큼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가져온 곳 :
카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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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불사리노|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