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오에 그네 뛰는 여자들 놀이를 보고
- 이규보(李奎報),端午見鞦韆女戱
推似神娥奔月去 返如仙女下天來
추사신아분월거 반여선녀하천래
仰看跳上方流汗 頃刻飄然又却廻
앙간도상방류한 경각표연우각회
밀어올릴 땐 항아(姮娥)가
달나라로 달아나는 것 같더니
돌아올 땐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하네
솟구쳐 오르는 것 쳐다보면
막 땀이 나지만
순식간에 펄럭이며
다시 또 돌아오네
오늘은 우리의 전통 명절인 단오다.
이날은 창포물에 머리감기, 씨름,탈춤 등
여러가지 민속놀이가 행해졌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네뛰기다.
이 시는 고려의 대문호(大文豪)인 이규보가
단옷날 그네뛰는 모습을
재미있는 비유로 읊은 것이다.
그네를 밀어올려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항아가 달나라로 달아나는 것 같다'고 했다.
항아(姮娥)는 신화 속 인물인데,
남편이 신녀(神女)인 서왕모(西王母)에게서 얻은
불사약(不死藥)을 훔쳐먹고 신선이 돼
달나라로 달아난 여자다.
여기서는 항아가
황급히 달아나는 그 장면을 차용한 것이다.
항아는 의리없는 여자였지만
그래도 '달 속의 선녀'이니, 흔히
미인의 비유로 쓰인다.
셋째구는 그네가 까마득히
높이 솟아오를 때,
구경하는 사람이 느끼는 아슬아슬함을
'막 땀이 흐른다'고 해,
그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네의 오르내리는 반복동작을 포착,
역동적으로 표현한 시이다.
이 시를 읽노라면 저절로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하는 가곡이 생각난다.
창문을 활짝 열어본다.
푸른 하늘에 제비 한쌍이 날고 있다.
보기에 참 좋구나..
지지배배,
지지배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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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李奎報1168~1241):
고려 고종 때의 시인. 문장가.
자 춘경(春卿). 호 백운산인(白雲山人).
본관 여주(驪州).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 등 역임.
시, 술, 거문고를 좋아하여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불리었으며
기개가 있고 강직하여
인중룡(人中龍)이란 평을 들었다.
2천 수십 수의 시작품을 남긴,
일세를 풍미한 시호였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백운소설(白雲小說)> 국선생전(麴先生傳)> 등.
시호는 문순(文順)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