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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이 한국 버렸다, 미국으로간 1표가 왔더라면

淸潭 2010. 12. 3. 19:06

결국 일본이 한국 버렸다, 미국으로간 1표가 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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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은 한국을 돕지 않았다. 한국 유치위 한 고위관계자는 3일(한국시각) "일본이 막판에 우리를 버린 것 같다. 심증만 있을 뿐 확증은 없지만 FIFA가 공개한 득표수를 보니 어느정도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3일 새벽(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2022년 월드컵 개최지 결정 투표 내용을 공개했다. 당초 득표수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일정기간 투표함을 봉인하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여기저기에서 정보공개 요청이 일고, 투명성 제고 요구의 목소리가 높자 2시간 쯤 뒤 돌연 득표수 공개 보도자료를 돌렸다.

드러난 득표수를 보면 약간 허탈하다. 1차 투표에서는 집행위원의 표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1차 투표에서 호주는 1표, 일본은 3표, 한국은 4표, 카타르는 11표, 미국은 3표를 받았다. 카타르가 딱 절반인 11표를 받았는데 한국은 불과 4표였다. 1차 투표에서 호주가 떨어지고 이후 2차 투표가 벌어졌다. 2차 투표에서 일본은 2표, 한국은 5표, 미국은 5표, 카타르가 10표를 얻었다. 일본이 탈락한 뒤 3차 투표가 계속 진행됐고, 3차 투표에서는 카타르가 11표, 미국이 6표, 한국이 5표를 얻어 한국이 탈락됐다. 결국 결선 투표에서 카타르는 14표를 얻어 미국(8표)을 이겼다.

표 행방을 유심히 살펴보면 희미하지만 일정 흐름이 보인다. 한국이 처음에 받은 4표는 정몽준 FIFA 부회장의 표와 하야투 아프리카연맹 회장의 아프리카 3표로 보인다. 호주의 1표는 잉글랜드쪽에서 날아온 표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일본은 3표를 받았는데 오구라 준지 일본축구협회장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남미표 2개로 판단된다. 미국은 자신들의 표를 포함해 북중미 표만 가져갔다.

1차 투표에서 호주가 탈락한 뒤 그 표는 미국(2차 5표)으로 이동했고, 일본으로 향했던 남미표 중 1개는 일본이 예상외로 부진하자 한국(2차 5표)으로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

이후 2차 투표에서 일본이 탈락하면서 생긴 2표가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개는 카타르, 또 다른 하나는 미국으로 흡수됐다. 일본은 마지막에 한국이 아닌 카타르나 미국을 선택했다. 정 부회장이 그렇게 외치던 아시아연대는 허공처럼 사라졌다. 정 부회장은 사흘전 한국 취재진에게 "일본에 대해 절대 나쁘지 쓰지 말아달라. 행여 안 좋은 마음을 품으면 안된다. 결국은 일본이 도와줘야 우리가 이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역시 가장 아쉬운 대목은 3차 투표다. 만약 3차 투표에서 미국쪽으로 붙은 1표(일본 또는 남미 1표)가 한국으로 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카타르와 미국의 결선투표가 아닌 한국과 카타르가 결선에서 맞붙었을 것이다. 아시아 나라끼리 붙는다면 묘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다만 카타르는 1차에서 11표, 2차에서 10표, 2차에서 11표, 4차 결선투표에서 14표를 받았다. 표의 변동이 크게 없다. 유럽의 마음은 이미 카타르에 가 있었다. 지리적으로도 유럽과 카타르는 꽤 가깝고, 카타르는 수년간 유럽을 잡기위해 공을 들여왔다. 한국은 유럽 9표 중에서 최소 4표 확보를 목표로 했었다. 카타르의 머니 파워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한편, 2018년 월드컵 투표는 1차에서 잉글랜드가 2표, 네덜란드-벨기에가 4표, 스페인-포르투갈이 7표, 러시아가 9표를 받았다. 잉글랜드가 먼저 탈락했다. 잉글랜드의 1차 탈락은 최고 충격이다. 이후 2차 투표에서 러시아는 13표를 받아 네덜란드-벨기에(2표), 스페인-포르투갈(7표)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활짝 웃었다. 취리히(스위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