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황민국 기자] '거미손' 이운재(37)가 국가대표 16년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운재는 11일 저녁 8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월드컵 대표팀 16강 진출 기념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나이지리아전은 이운재에게 특별했다. 이운재의 대표팀 고별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발탁된 뒤 A매치 132경기(114실점)에 출전해 한국의 4강 신화 등을 이끌었던 이운재의 마지막이었다.
이날 이운재의 몸놀림은 대표팀에서 물러나는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함 그 자체였다. 전반적으로 큰 위기가 없었지만 과감한 펀칭과 선방으로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물론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전반 26분 칼루 우체가 올린 프리킥 상황에서 피터 오뎀윈지에게 헤딩 동점골을 내준 뒤 실책을 만회할 시간도 없이 2분 만에 정성룡과 교체됐다. 하프타임에 예정된 '은퇴식'을 준비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교체를 앞두고 실점했다는 사실이 애석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운재는 아쉬움보다는 잠시나마 팬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정장을 입고 은퇴식에 나선 이운재는 "안녕하십니까. 제가 대한민국의 대표로 뛰었다는 사실이 행복했습니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행복했습니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이에 대표팀 선수들은 4만여 관중의 기립박수 속에 경기장을 떠나는 이운재를 헹가래치면서 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국가대표 골키퍼 이운재가 16년 국가대표의 마지막을 알리는 아름다운 종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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