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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자서전 출간

淸潭 2010. 7. 29. 17:10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DJ 자서전 출간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2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자서전’ 출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서전은 ‘출생에서 정치 입문까지’를 엮은 1권과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퇴임 후 서거 직전까지’를 기록한 2권으로 나뉘며, 2004년부터 김 전 대통령이 41회에 걸쳐 직접 구술한 녹취와 일기 등을 바탕으로 쓰였다.(서울=연합뉴스) + 사진 더 보기
"내 어머니는 평생 '작은댁'으로 사셨다.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 출생과 어머니에 관해서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을 감춘다 해서 어머니의 명예가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셨고, 나 또한 누구보다 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 29일 출간됐다. '김대중 자서전'(삼인출판사)에는 김 전 대통령이 생전 한 번도 말한 적 없던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자신을 끊임없이 탄압했던 정적()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소회,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 남북정상 회담 뒷이야기,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심경 등이 담겼다. 자서전은 2004년부터 김 전 대통령이 41차례에 걸쳐 구술한 녹취와 일기 등을 바탕으로 쓰여졌으며, 서거 1주기(8월 18일)를 기념해 30일부터 시중에 판매된다.

김 전 대통령은 2004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표가 자신을 찾아와 "아버지 시절에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드립니다"라고 말한 일을 소개하면서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했다. 박정희가 환생해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 사과는 독재자의 딸이 했지만 정작 내가 구원을 받는 것 같았다"고 썼다.

 

민주화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1987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선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 "너무도 후회스럽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단일화했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저들의 선거 부정을 당시로서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고 덧붙여 단일화 실패를 민주진영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과거 건설회사에 재직할 때의 안하무인식 태도를 드러냈다" "실용적인 사람으로 알고 대세에 역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 내기 잘못 본 것 같다" "실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한국 외교 사상 가장 최악의 실패작을 다시 되풀이할 가능성… 앞선 두 정부에서 이룩한 10년의 공든 탑이 무너지려는가"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이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자살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 "이제 민의를 따르지 않는 독재자는 민의로 퇴출시켜야할 때가 됐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개헌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7·4 남북공동성명'의 예를 들면서 '임동원(당시 대통령 특보), 김용순(당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자고 했지만 적극 설득해 두 정상 명의로 선언문이 작성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 김 국방위원장이 "대통령이 전라도 태생이어서인지 무척 집요하군요"라고 말해 "김 위원장도 전주 김씨 아니오"라고 응수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아예 개선장군 칭호를 듣고 싶은 모양입니다"고 하자 "개선장군 좀 시켜 주시면 어떻습니까.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덕 좀 봅시다"고 다시 응수했다고 회고했다.

세 아들인 홍일, 홍업, 홍걸 씨가 로비 사건 등에 연루돼 기소되거나 구속된 데 대해선 "억울하다"며 '아버지'로서의 절절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