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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맑은 묵향’

淸潭 2010. 6. 14. 14:56

법정스님 ‘맑은 묵향’

대원사 티벳박물관 20일까지 선묵전

 
 
 
 
법정스님이 보덕행 보살에게 써준 작품(사진 왼쪽).
 
법정스님이 대자화 보살에게 써준 작품(사진 위).
 
 
 
 
올해 ‘무소유’라는 화두를 사회에 던져놓고 홀연히 떠난 법정스님. 맑고 향기로운 글로 유명한 법정스님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관장 현장스님)은 오는 20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법정스님 선묵전’을 연다.
 
법정스님이 붓을 들어 표현한 글과 그림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에서는 스님의 유작 30여 점을 볼 수 있다. 박물관장 현장스님에게 쓴 글과 인연이 있었던 재가불자들에게 써준 선묵화도 있으며, 이해인 수녀에게 선물로 준 붓글씨도 선보인다. 법정스님을 추모하는 전시회를 위해 글과 그림을 받았던 인연들이 선뜻 유작들을 내놓았다.
 
붓으로 쓴 글과 그림은 스님의 수행 경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화려한 멋은 없지만, 글씨는 곧고 바르며 그림은 투박하지만 정갈하다. 책이라는 인쇄물이 아닌 친필로 보는 법정스님의 신념과 사상 또한 색다르게 비춰진다. 한 재가불자에게 준 스님의 선묵화의 한 대목이다. ‘다섯이랑 다를 심고 다섯이랑 채소 갈고 한나절은 좌선하고 한나절은 글을 읽고….’
 
이해인 수녀에게는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의 유명한 경구를 인용해 써주기도 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정스님은 자신이 손수 쓴 글과 그림을 ‘붓장난’이라고 표현했다. 이해인 수녀에게 준 글에서도 끄트머리에 ‘…붓장난하다’라고 마무리했다. 박물관장 현장스님은 “세상에서 스님의 글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스님의 글씨에 담긴 매력과 가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세월이 지나면 스님이 ‘붓장난’으로 남긴 유묵들이 사라질 것을 염려해 서간과 묵적 30점을 모아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불교신문 2628호/ 6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