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천불만다라] 9.참다운 수행자의 길

淸潭 2008. 6. 23. 15:33
[천불만다라] 9.참다운 수행자의 길
승리-성공은 언제나 패배-실패와 공존
기사등록일 [2008년 03월 03일 월요일]
 

참된 수행자는 이 대지를 정복하고
천상과 지옥을 정복할 수 있다
진실한 수행자만이 진리의 말씀을 엮을 수 있다
솜씨 있는 이가 고운 꽃을 꾸미듯이
 - 『법구경』

부처님을 모시고 긴 여행에서 돌아온 5백 명의 제자들은 각자 길을 걸으면서 보고 들은 세상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지금 세상에도 참으로 많은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만삭이 된 젊은 여인이 아기를 낳기 위하여 병원으로 종종 걸음을 치는 모습이 있는가하면, 그 반대로 조기(弔旗)를 달고 삶과의 슬픈 이별을 고하는 행렬도 있다.

노년에 접어든 황혼기의 노인들은 삼삼오오 공원 양지바른 곳을 찾아서 내려 쪼이는 햇볕을 마주한 채 할 말도 없이 마른 입술을 축이고 있을 뿐이다. 젊은이들의 천국인 종로1번지에 발을 들여놓으면 쌍쌍이 팔짱을 낀 젊은 남녀의 향연이 벌어지고 유행에 뒤질세라 최첨단의 멋을 휘날리며 걷는 그룹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 지하철을 타기위하여 입구를 찾아서 계단을 내려오려면 어김없이 굶주린 자의 구걸행위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외면하는 것도, 한 푼의 돈을 베푸는 것도 우리의 자유다.

우리는 부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강남의 땅을 밟아보라고 하지만 요즈음은 인터넷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새 정부의 각료로 발탁된 사람들 중에는 부자가 많기 때문이다. 일생에 한 채를 갖기도 어려운 비싼 집을 여러 채 보유한 각료 후보자가 많다고 연일 뉴스가 소란스럽다. 이 또한 부처님 당시나 지금이나 가진 자의 소유욕을 채우기 어렵다는 말씀을 증명하는 소유에 대한 욕망의 단면일 뿐이다.

나의 소유가 착취는 아닌지

굳이 욕하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소유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착취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책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지전능을 떠드는 신조차도 인간의 욕심과 죄업에서 발생하는 이 잡다한 삶의 모습을 공평하게 정리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승리는 원한을 낳고 패자는 괴로워 누워있다. 마음의 고요를 얻은 사람은 승패를 버리고 즐겁게 산다.’라는 진리의 말씀을 설하고 계신다. 승리라던가 성공에는 반드시 패배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을 너무 좋아하면 사람이 조잡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성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달리다보면 남의 삶을 짓밟아야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혀야 된다. 성공이란 반드시 그러한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잖은 마음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성공하려고 바둥거리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성공했을 때 오히려 나로 인하여 실패한 사람이 없는가를 살피고 겸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성공과 실패도 진리의 길이다. ‘참된 수행자가 대지를 정복하고 천상과 지옥을 정복할 수 있다.’라는 말이 그런 뜻이다. 수행자들이 걸어서 지나온 길에는 모든 생명이 자신의 삶의 무게를 걸머지고 승리하고 패배하는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우비고뇌(憂悲苦惱)가 만연해 있다. 이러한 희로애락과 우비고뇌에 마음이 동요됨 없이 모든 것을 진리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참다운 수행자만이 지상을 정복하고 천상을 다스릴 수 있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진실한 수행자만이 참다운 부처님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말씀에 귀기울여야한다. 요즈음은 말만 앞서가고 진실한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꽃다발을 아름답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꽃도 더욱 아름다운 꽃다발로 다시 만들어서 나누어 줄 수 있듯이 참다운 심성을 가진 사람이 진리의 말을 듣고 실천해 나가는 모습은 꽃을 다루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여운을 간직하게 된다.

삶은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데에만 가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열반경』에 나오는 두 자매의 이야기처럼 언니인 행복의 여신과 동생인 불행의 여신은 항상 함께 다닌다고 한다. 모두가 행복의 언니만을 맞이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언니는 늘 혼잣말을 하고 떠나버린다.

나로 인해 실패한 이 없나 살펴야

빛과 그림자가 있고, 환희와 고뇌가 있듯이 부처님말씀을 배우는 사람은 치우침이 없는 진리의 길을 올곧게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대지를 정복하고 천상을 정복하고 지옥을 정복하는 참다운 승리자가 될 것이다. 여기에 부처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외형적으로 보이는 지상과 천상의 여러 모습에 집착하여 옳고 그름을 논하기 보다는 지상을 다스리고 천상을 정복하는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해서 살펴보라고 충고하신다. 자신을 이루고 있는 토양은 비옥하며 기질은 선(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각하는 바는 참다움에 입각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외형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을 살필 줄 아는 자만이 진리에 순응하는 삶을 살게 되며 토양을 잘 다루고 꽃을 가꾸어서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들 듯이 참으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고 가르치고 계시는 것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939호 [2008-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