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26회) 출신인 허명환씨는 2006년 국무총리실 국장을 끝으로 관복을 벗었다. 직전에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행정관(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18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책을 쓴 지 1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관료들의 DNA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조직을 바꾼다고 관료 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관 중심의 사고방식, 공직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왜 책을 썼나?
“미국에서 박사과정(행정학)을 하면서 우리나라 관료들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으면 영원한 2류 국가에 머물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귀국해 당시 근무했던 내무부라도 마인드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열 달간 내부 랜(Lan)망에 글을 올렸고, 책으로 묶었다.”
-책에 대한 반응이 어땠나?
“잘했다는 선후배도 있었고, 상관으로부터 질책도 받았다. 결국 의문사위원회로 좌천됐다.”
-본인도 관료면서 무엇이 그렇게 문제였다고 생각했나?
“관료사회는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같다. 정년은 보장되고, 때 되면 봉급은 무조건 나오고, 공무원이니 어디 가서 어깨에 힘도 준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는 혈연, 지연, 학연, 고시 등으로 파벌이 조성된다. 심지어 고향이 2~3곳인 사람도 있었다. 상관에 맞춰 고향보험을 든 것이다. 시대 흐름에 대한 고민은 없고 법률, 시행령, 규칙 등을 관 중심으로 움켜쥐고 놓지를 않는다.”
-서열·파벌 문화가 그렇게 심각한가?
“공무원들은 길을 걸어갈 때도 서열이 나온다. 제대로 된 인사 시스템이 없다 보니, 인사권자에게 충성 할 수밖에 없다. 인사권자는 사적 판단으로 ‘수우미양가’를 매긴다. 그래서 조폭 문화가 나오고, 지연·학연으로 파벌이 조성되는 것이다. 의지와 상관없는 변수(혈연·지연·학연)가 경쟁관계를 좌우하는 것은
배제돼야 한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현 정부 청와대에서 잠시 일했는데, ‘386 선수’들이 중앙부처 고위관료를 기생관료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영혼 없는 분들이 더 승승장구하더라는 말도 들었다. 지금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공무원 실무자들은 위에서 시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고위 관료라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새 정부와 전혀 다른 정책을 영향력 있게 주도한 고위 간부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
-책을 통해 ‘관료 시스템의 DNA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장기판 말 쓰듯 조직을 바꾼다고 관료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관료 DNA가 뭔가? 좋은 대학 나와 고시 붙으면 평생 우려먹는다. 성과가 반영되지 않는 보수 체계도 문제다. 감사제도도 문제다. 일하는 사람은 도둑 잡듯 감사하고, 일 안 하는 사람은 오히려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하도록 북돋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새 정부 개혁은 어떻게 보나?
“새 정권의 개혁은 초기 1년 정도 먹힌다. 이 시간이 지나면 유리에 금이 간다.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아울러 우수한 인재가 민간으로 가도록, 관료사회에 주어진 기득권과 혜택을 줄이는 마인드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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