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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투표에서 5060세대뿐 아니라 2030세대도 이명박 당선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냄으로써 한국호는 실용적 보수를 나침반으로 삼아 현실주의의 바다로 나아가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나아갈 항로에 대해 미리 점검하고 조망해야 한다.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각각 하나의 제(題)와 계(戒)를 마주하게 되었다.
먼저 2008의 제. 핵심은 희망의 격차에 절망하는 젊은 세대에게 다시금 꿈과 용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2007년 말의 현실주의 선회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2030세대의 실용주의 변신이었다. 불과 5년 전 노무현 현상에 열광하며 노 후보에게 59%의 높은 지지를 보냈던 2030세대는 이번 선거에서 42%(20대)와 46%(30대)의 지지를 이명박 당선자에게 보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이상주의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비정규직,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이라는 차가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이번에 현실의 뒷받침 없는 이상주의를 버리고 냉정한 현실주의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꿈을 버린 현실주의도 위험하다. 꿈을 잃은 현실주의는 천박해진다. 역설적으로 실용적 보수정치는 이제부터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이들에게 꿈을 준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선물-주택자금, 실업급여, 교육, 의료, 보건의 무상 서비스-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다. 좁게는 성장동력을 찾아내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넓게는 근면·성실·노력이 공정한 대가를 얻게 되는 합리적인 시스템의 구축만이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줄 수 있다.
다음으로 2008의 계. 민주화 이후 최대의 득표 차가 보여주듯이 이명박 당선자는 유권자로부터 커다란 위임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의 권력 위임이 백지수표는 아니다. 정동영 후보의 득표는 26%에 그쳤지만 문국현·권영길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이들 신구 진보의 지지율은 35%에 이른다. 다수에 의한 현실주의로의 선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3분의 1은 여전히 실용적 보수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새 정부 초기 여러 구상의 과정에서 ‘경계(caution)’가 필요하다. 특히 첫 단추가 되는 정부의 목표설정에 있어 의욕과 경계의 균형이 중요하다. 새 정부의 목표는 물론 야심 차고 면밀하게 세워져야 하지만 이 목표는 실제로 갖고 있는 권력과 위임의 범위 내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모든 대통령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역사책 속의 자신을 의식하게 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유일하게 전 국민으로부터 직접 위임을 받는 유일한 공직으로서 막중한 의무감과 포부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제의 역사가 보여 주듯이 대통령의 목표는 오직 현실 권력에 의해 뒷받침될 때에만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새 정부가 2008의 제와 계를 조화롭게 제어할 때 우리는 현실주의의 바다를 순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