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시 이야기- 여행작가 이용한씨의 시가체
본래 시가체 북쪽 산자락에는 과거 창 지방을 지배했던 왕궁인 시가체 종(1613년 건설)이 있었으나, 1959년 라싸에 이어 시가체에서 일어난 극렬한 독립투쟁으로 시가체 종은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애당초 라싸의 포탈라궁은 이 시가체 종을 모델로 삼은 것이고, 16세기까지만 해도 시가체는 티베트의 수도 구실을 했다
시가체의 번성은 제1대 달라이라마 겐덴 드룹(Genden Drup·겔룩파를 창시한 총카파의 제자)이 1447년에 세운 타실룬포(Tashilhunpo) 사원에서 비롯되었는데, 17세기에 이르러 라싸를 중심으로 한 겔룩파의 성장과 권력다툼으로 티베트의 수도는 라싸로 옮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시가체는 여전히 창 지방의 중심이며, 타실룬포 또한 판첸 라마의 거주 사원으로서 라싸의 조캉사원에 버금가는 성지로 통한다. 과거 네팔로 이어지던 차마고도 역시 중요한 교역도시였던 시가체를 지나 서남쪽으로 히말라야를 넘어갔다. 아직도 시가체 재래시장과 일반시장에서는 수북하게 차를 내놓고 파는 차 도매상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시가체에 온 이상 전통구역 구경을 빼놓을 수 없다. 흙벽에 회칠을 한 이층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전통구역에서는 무작정 골목으로 들어갔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다. 골목과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티베탄 전통구역을 지나면 곧바로 눈부신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유채밭과 감자밭, 칭커밭이 에두른 시가체 들판은 우리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우리나라 시골보다 훨씬 시골답다.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우마차가 다니는 농로가 길게 뻗어 있고, 그 길로 농부는 마차를 끌거나 당나귀를 몰고 간다. 어떤 아낙은 푸성귀가 가득한 망태기를 지고 총총 내 앞을 지나친다. 내가 손을 흔들면 이웃이라도 되는 듯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번잡한 라싸를 벗어나 시가체에 당도한 뒤부터 비로소 나는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최대한 티베트의 시간을 즐겼다. 자동차보다는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가는 티베트의 시간을. 누군가 티베트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나는 소금계곡이 있는 옌징과 시가체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라싸보다 훨씬 티베트답고, 붐비지 않으며, 심심하기까지 한 시가체에서 나는 혼자만의 2박3일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두 번이나 타실룬포 사원을 방문했고, 두 번이나 근교의 들판을 더 헤매었다. 타실룬포의 황금지붕과 시가체의 눈부신 들판은 어디서건 눈에 띄었고, 찬란했던 티베트의 옛날을 나에게 가만가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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