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지장백일기도 및 고승초청 대법회가 중반을 넘어섰다. 지난 8월 2일 소낙비가 내리는 우중에도 불구하고 범어사 설법전에는 법문을 듣기 위해 사부대중 2천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지장보살의 원력과 민족성’을 주제로 법상에 오른 각성 스님은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행의 실천으로 민족성을 회복하고 참된 불국토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각성 스님의 법문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지장보살은 원력의 상징으로 모든 보살 중에서 원력이 가장 지중한 보살님입니다. 지장보살님은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같은 덕을 갖추셨으며, 일체중생을 품안에 간직하고 있는 분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지장보살이 다른 보살에 비해 원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언제 어느 때에 성불하겠다는 원력이 아니라, 지옥 중생을 다 제도하여 모든 중생이 성불한 후에 자신도 성불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성불에 기한이 없다는 말과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그처럼 큰 원을 세운 보살이기에 대원본존 지장보살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지장보살은 몸을 나타내는 것도 다양합니다. 사람이나 귀신, 천상의 몸으로만 나타내지 않고 축생이나 초목, 약초 등 온갖 모습으로 몸을 나타내십니다. 보살께서 제도하고자 하는 중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몸을 나타낸다는 것이지요.
죄많은 일본, 지장신앙 불가피지장보살은 이러한 원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전쟁을 일으켜 피를 흘리는 등 죄를 많이 지은 일본 사람들 곁에도 나투시는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이가 바로 지장보살입니다. 일본 사람들에 의해서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피를 흘리는 등 죄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그 죄를 빨리 소멸하기 위해서는 지장보살 신앙이 불가피한 것입니다.
요즘 인기드라마 이순신에서도 보아 알 듯이 일본 사람들은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한 죄를 지었기에 지장신앙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장보살은 지옥 문전에 계시면서 항상 눈물을 흘리지 않을 때가 없다는 것입니다.
법당에 갔을 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보살들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는데, 유일하게 지장보살만은 머리에 관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관을 쓰고 있으면 승려인지 아닌지 잘 모르지요. 지장보살은 이렇게 머리를 깎은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겁니다.
이처럼 중생 곁에 자신의 모습을 보인 지장보살이 갖는 사상은 한마디로 이타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보통 악랄한 중생들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남에게 피해를 가하거나 해치려고 하며 손해를 끼치려고 하지요. 그러나 대승불교의 사상은 이타입니다. 자신의 이익은 놓아두고 먼저 남을 위해 이타의 정신으로 수행을 하는 것이 바로 대승보살입니다. 지장보살의 사상이 바로 이타인 것입니다.
우리민족 사상은 ‘이타’그렇다면 여기서 우리 민족은 과거에서 지금까지 어떠한 생각을 이어왔는가 봅시다. 세계는 우리나라를 백의민족이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이는 대승불교와 일치하는 이타의 사상과 같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후에 어머니를 위해 가장 먼저 설법하신 경도 바로 지장보살 본원경입니다. 부처님은 마야부인을 위해 도리천 궁에 가셔서 지장보살 본원경을 설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자신을 낳고 7일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다하지 못한 효를 성불하신 후에 지장보살 본원경 설법을 통해 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은 아버지인 정반왕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 “아버지의 상여이기 때문에 나의 신분을 볼 필요 없이 내가 어깨에 메고 가야 아들의 도리에 맞다”며 직접 상여를 메고 갔을 정도로 부모님에게 효를 다한 분입니다.
이러한 부처님이 어머니를 위해 지장경을 말씀하신 그 의도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은혜가 제일 지중하고 가장 가까운 어머니의 신세를 가장 많이 졌기에 그 보답으로 한 설법이 바로 지장보살 본원경인 것입니다. 어머니가 천상에서, 도리천 궁에서 천상락을 받고 계신데도 불구하고 지장보살 설법을 한 것은 어머니도 지장보살과 같은 보살이 되시라는 것입니다. 그 설법의 의미는 그런 것입니다. 불모로서 더 수행할 것은 지장보살의 공덕과 지장보살의 수행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그렇게 전한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민족에게 나하나 잘 살기 위해서 남을 해치거나 남을 못살게 하거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타는 그야말로 물질만능주의를 외치는 현대 서구사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가를 보면 동물보호나, 아동보호, 부녀자 보호는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사슴이나 노루를 함부로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요,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하면 폭력으로 신고하고 고발을 당하게 됩니다. 또한 부녀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아주 잘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잘하는 것이지만, 그밖에 다른 것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작은 것은 잘하는데 큰 것을 제대로 못합니다.
모든 중생에 이익주는 보살미국인들은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을 박대하고 자멸하게 만들었으며 흑인들을 천대합니다. 또 동양계 사람들을 천대합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사람을 형편없이 우습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LA에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지요.
지장보살의 사상은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다 즐겁게 다 잘살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그러한 대 원력과 대 염원 그리고 대 자비 사상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장보살은 이타의 마음으로 모든 사람과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주고자 하는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시종일관 지옥 중생이 다 없어질 때까지 성불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지옥 문전에 계시는 겁니다.
우리 국민들은 약소국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고 설움을 받았다고 하여 사대주의 근성으로 열등의식을 갖지 말고, 자존심과 긍지를 갖고 지장보살의 이타사상으로 이 세계를 불국토로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요즘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지금은 비가 와서 모든 나무와 풀에 있던 먼지와 때가 깨끗하게 가셨습니다. 또한 지장보살의 꽃비에 젖으며 우리의 업장이, 고뇌의 장이나 소지장, 삼장의 때, 그리고 육진의 때가 말끔히 청정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지장보살의 대 공덕이나 원력이 가장 뛰어난 것입니다.
지장보살 스승 삼아 불국토 건설그래서 우리 국민은 지장보살과 같은 대 원력, 이타의 정신으로서 모든 세계의 선봉이 되고 선구자가 되어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지도할 수 있는 그러한 위대한 성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불국토였기 때문에 그 불국토의 빛과 여광이 꺼졌다면 다시 켜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밤이 다하면 새벽이 되고 낮이 되는 법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불국토에서 살고 있는 선진 국민 중에서 최고의 선진 국민이었던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장보살과 같은 대 원력을 갖고서 이타의 정신으로 홍익인간의 그러한 사상으로서 다시 재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가섭불의 불국토가 아닙니까.
지장보살과 같은 이타의 정신, 그야말로 깨달음과 수행, 각행이 원만한 그런 공덕을 지닌 지장보살을 본받아서 지장보살을 스승으로 모시고 하루하루 더욱 더 수행하고 노력하여 불국토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부산지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각성 스님은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각성 스님은 20세가 되던 해 당대의 율사로 불리던 도원(道圓)스님을 은사로 해인사에서 득도하고 전국의 선원과 강원을 두루 넘나들며 수행에 전념해왔다. 각성 스님은 조계종의 대표적 강백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통도사, 범어사, 해인사, 백양사, 은해사 불교전문강원에서 강주를 역임했다.
스님은 화엄학연구원을 세워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삼일불교교육원 원장으로 후학 양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