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하루에도 몇 번씩 제손으로 주사놔요”
UBS은행·高大 구로병원 음악회서 모처럼 환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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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쯤 전인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강화도에 살던 지수가 어느 날부터 몸무게가 줄더니 2주 새 5kg이 빠졌다. 그러다 자장면을 먹다가 기절했다. 응급실 선생님은 소아 당뇨라고 했다. “당뇨가 있는 상황에서 자장면이 순간적으로 혈당을 높여 쇼크가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지수가 자기 손으로 갈아 끼운 주삿바늘만 2000개가 넘는다. 하루 네 차례씩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혈당 체크도 해야 한다. 아이 속옷엔 늘 피가 묻어 있다. 당뇨를 앓는 사람의 피는 잘 굳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여름에 모기가 물고 간 자국도 딱지가 그대로다.
어른도 싫어하는 주사. 어느 날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 소리쳤다. “안 먹고 안 맞을래. 차라리 죽어 버릴래!” 어머니 전성인(38)씨는 “하루는 즐겁고 하루는 죽고 싶고, 그런 날의 연속”이라고 했다. 눈가가 붉어진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혈당 수치가 200만 넘어가도 헛배가 부르고 며칠 잠을 못 잔 느낌이 든대요. 그런데 지수는 툭하면 수치가 400이 넘어요. 신경질에, 피곤에, 자꾸 눕기만 하고….” 결국 지수는 올해 초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엄마랑 공부를 시작했다. 친구들과 떨어진 아이는 오늘도 무덤덤하게 자기 다리에 주삿바늘을 꽂는다.
그 외로운 아이가 23일 서울로 나들이를 했다.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이 병원의 연 4회 소아당뇨캠프를 후원하는 유럽 UBS은행이 주최한 ‘소아 당뇨 환아를 위한 작은 음악회’다. 나라별 실정에 맞게 사회공헌 사업을 벌이고 있는 UBS는 한국에선 아직 사회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소아 당뇨를 지원사업 분야로 삼았다.
내한공연을 온 전 세계 30여 개 나라 연주자 100여 명이 만든 UBS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UBS Verbier Festival Orchestra). 그 단원 가운데 타악기 연주자 2명이 탬버린과 트라이앵글 같은 타악기를 들고 아이들을 찾았다. 관중은 소아 당뇨를 앓는 아이들과 이 병원 어린이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 10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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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또 어둡다. 아직 국내엔 소아 당뇨환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나와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에만 약 70명의 어린 환자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로선 완치가 불가능하고, 성인이 될수록 망막증이나 만성신부전증 같은 각종 혈관 합병증에 걸릴 위험은 더 커진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또 다른 소아 당뇨환자 수연(여·12·중1)이는 3년 전 학교 소변검사에서 소아 당뇨 사실을 알게 됐다. 수연이의 어머니도 10년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다. 모녀는 둘이서 함께 아침저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수연이 어머니는 “이게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내가 잘 알아요. 저 어린 것이 자기 손으로 주사를 놓는 걸 보면….” 가슴을 벅차게 하는 타악 선율이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데, 아이들이 천사처럼 해맑게 웃는데, 그 해맑은 천사들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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