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과 같이 보는 그림 -동지(冬至)
동지(冬至) -목은 이색
쓸쓸한 백발은 비녀에도 꽉 차지 않는데 / 白髮蕭蕭不滿簪
문을 닫고 조용히 앉아 천심에 부응하네 / 閉關靜坐契天心
병상의 약물은 날것 익힌 것이 쌓여 있고 / 病狀藥物堆生熟
늘그막의 시편은 고금의 것이 섞였도다 / 老境詩篇雜古今
진흙탕 길 수레는 무거운 짐 끌기 어렵고 / 泥上車輪難重載
안개 속의 산악은 모두 펀펀히 묻히었네 / 霧中山岳盡平沈
금년의 시절 또한 지난해처럼 좋아서 / 今年比似前年好
연유 같은 팥죽이 푸른 사발에 가득쿠나 / 豆粥如酥翠鉢深
새벽 등잔불 아래 옥비녀를 머리에 꽂고 / 向曉燈花綴玉簪
문을 닫으니 바야흐로 성인의 마음 알겠네 / 閉關方見聖人心
삼한의 예악은 스스로 예전과 같거니와 / 三韓禮樂自如昔
사해의 병란은 유독 오늘뿐이 아니로세 / 四海兵戈非獨今
혁혁한 영대는 열고 닫음을 통하고 / 赫赫靈臺通闢闔
아득한 기해는 뜨고 잠긴 걸 실었나니 / 茫茫氣海載浮沈
분명히 알겠네 잘 기르기가 어려운 게 아니요 / 明知善養非難事
다만 이 공부에 깊고 얕음이 있을 뿐임을 / 祗是工夫有淺深
마판의 말 우는 가운데 친구들 자주 모였지 / 櫪馬聲中屢盍簪
병든 나머지 옛 놀이가 언뜻언뜻 생각나네 / 病餘頻起舊游心
문장의 체제는 자못 고아하지 못하거니와 / 文章體製殊非古
고관대작 친구는 모두 지금에 있다오 / 冠蓋交游盡在今
화려한 배 띄운 강물엔 하늘이 아득하고 / 綵鷁碧江天漠漠
좋은 술 화려한 자리엔 밤이 고요했었지 / 浮蛆錦席夜沈沈
손꼽아 헤어보니 참으로 꿈만 같은데 / 回頭屈指眞如夢
겨울에 화기 넘치는 게 다시 기쁘구려 / 更喜小春和氣深
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다. 목은 이색
동지에는 음이 극도에 이르러서 / 冬至陰乃極
이 때문에 일양이 생기는 것이라 / 故有一陽生
성인이 그것을 대단히 기뻐하여 / 聖人喜之甚
괘상을 살펴 복괘로 이름하였네 / 考卦以復名
이것을 하늘의 봄이라 하나니 / 是曰天之春
만물이 싹트게 되는 바이로다 / 萬物所由萌
사람 마음도 욕심에 가려졌다가 / 人心敝於欲
착한 단서가 수시로 드러나는데 / 善端時露呈
그것을 기름은 군자에 달렸으되 / 養之在君子
다름 아니라 성실함이 우선이니 / 匪他先立誠
예 아닌 것을 부지런히 버려야만 / 勤勤去非禮
비로소 밝은 본성을 보게 되리라 / 始見本然明
팥죽 먹어 오장을 깨끗이 씻으니 / 豆粥澡五內
혈기가 조화 이루어 평온하여라 / 血氣調以平
유익함이 참으로 적지를 않으니 / 爲益信不淺
성인의 마음을 진정 알 만하구려 / 可見聖人情
세도는 점차로 내려가기만 하니 / 世道漸以降
이공이 어느 날에나 이뤄질런고 / 理功何日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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