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二十一除夜 / 최해(崔瀣)

淸潭 2025. 1. 1. 14:15

二十一除夜 / 최해(崔瀣)

스물 한 살의 섣달 그믐날 밤에

 

스물 한 살의 섣달 그믐날 밤 / 二十一除夜

등불 앞에 글 읽는 책상 / 燈火一書帷

오늘 저녁이 어떤 날 저녁인가 / 今夕是何夕

제야시를 또 짓네 / 又作除夜詩

시의 뜻은 어이 괴롭나 / 詩意一何苦

옛 일을 돌아보며 내 생각 괴롭구나 / 念昔勞我思

열 살 때엔 마음 아직 어렸거니 / 十歲心尙孩

기뻐하고 성내기 옳게 몰랐네 / 安得知

내 나이 바야흐로 열 한 살 되어 / 我年方十一

글자 물어 비로소 스승 따랐네 / 問字始從師

열 한 살에서 열 다섯까지 / 自一至於五

학해에서 길 몰라 헤매었네 / 學海迷津涯

열 여섯 살에 과거꾼에 섞이어 / 十六充擧子

선비들 판에 들어 서로 따르게 되었네 / 士版得相隨

열 일곱에 시험 치러 춘관(예부(禮部))에 합격하고 / 十七戰春官

기꺼이 눈썹 치뜨네 / 中策欣揚眉

스스로 생각하기를 부모 계시거니 / 自謂有怙恃

즐기지 않고 시름해 무엇하리 / 不樂愁何爲

이때부터는 몸 단속 적어지고 / 是時少檢束

방랑하면서 날마다 술 마셨네 / 放浪日舍巵

다만 나이 젊음을 스스로 믿었거니 / 但倚富年華

이름과 벼슬이 더딜 줄 알았으리 / 豈慮名宦遲

세상 일 어그러짐 많아서 괴로워라 / 世事苦多乖

하늘이여 사람의 마음대로 안 되었네 / 天也非人私

어이 생각했으리 나이 겨우 스물에 / 何圖纔及冠

갑자기 어머님 여윌 줄을 / 倏忽悶母慈

도독(괴로움)이 창자 속에 들어갔거니 / 毒入中腸

통곡한들 어이 미칠 것인가 / 痛哭何可追

거기에다 늙으신 아버지 마저 / 況今老夫子

첫여름에 나라의 부름을 받아 / 夏孟承疇咨

이내 동남쪽으로 말고삐 잡았거니 / 仍按東南轡

뵈옵지 못한 지 일 년 되었네 / 違顔一歲彌

동생이 있었으나 멀리 노닐어 / 有弟亦遠遊

속절없이 할미새 노래를 읊조리네 / 空詠鴒辭

외로이 서 잠자코 사방을 돌아보매 / 孑立默四顧

말하려나 뉘라서 들어 줄건가 / 欲言聽者誰

그래서 내 마음 외롭고 슬퍼 / 所以傷我神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리네 / 泣涕謾漣

진상은 어릴 때에 허리에 / 秦相方乳臭

인끈이 주렁주렁 하였다네 / 斗印纍纍垂

공명이란 나이에 있지 않는 것 / 功名不在大

다만 때를 만나기에 달렸구나 / 只在遭其時

나이 스물에 이름 없으니 / 二十寂無聞

뉘라서 대장부라 일컬을 건가 / 誰稱丈夫兒

나는 이미 그(진상) 나이 지났는데도 / 我今旣云過

일찍이 일명의 벼슬도 못 얻었구나 / 一命未曾縻

스물 한 살의 섣달 그믐 밤에 / 二十一除夜

속절없이 해를 보내며 슬퍼하노라 / 空作徂年悲

 

[-D001] 동남쪽으로 말고삐 잡았거니 :

()나라 범방(范滂)이 지방의 탐관오리를 숙청하는 안찰사(按察使)로 임명되자, 수레에 올라 말고삐를 잡으면서 개연(慨然)히 천하를 밝힐 뜻이 있었다. 여기서는 동남에 안찰사로 갔다는 말이다.

[-D002] 할미새 노래 :

《시경(詩經)》에 〈칙령편(鴒篇)〉이 있는데, 형제의 우애를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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