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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극단적 리빌딩을 보는 불편한 시각들

淸潭 2020. 6. 15. 10:28

한화 극단적 리빌딩을 보는 불편한 시각들

이웅희 입력 2020.06.15. 07:33 댓글 155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 대행이 14일 대전 두산전에서 승리한 뒤 이용규와 김범수 등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2020.06.1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한화가 극단적인 리빌딩 중이다. 미래를 위해 파격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화지만 이를 보는 불편한 시각들이 존재한다.

한화는 2018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한용덕 감독과 결별했다. 한 감독은 지난 7일 대전 NC전 패배로 14연패 늪에 빠진 뒤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며 물러났다. 한화는 퓨처스팀을 이끌던 최원호 감독대행에게 1군 지휘권을 맡겼다. 그 이후 최 감독대행은 베테랑을 대거 1군에서 제외하고 신인 등 어린 유망주를 1군으로 불러 기회를 주고 있다.

기대보다 희망에 가까운 2군급 선수들로 짠 라인업 결과는 참담했다. 총력전을 통해 연패를 먼저 끊는 게 먼저였는데 프로 2년차 노시환을 4번타순에 배치하는 등 쇄신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15연패 뒤 부랴부랴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연패는 18연패까지 길어졌다.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14일 서스펜디드 경기로 진행된 대전 두산전에서야 9회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로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2010년대 암흑기를 걸었던 한화는 그만큼 어린 유망주들을 먼저 뽑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잡았다. 그러나 스카우트와 육성은 번번이 실패했다. 지금의 한화가 된 이유다. 성적부진을 이유로 이전 코칭스태프 사퇴와 함께 몇몇 선수들을 1군 선수단에서 제외시킨 한화는 그 자리를 2군 코칭스태프와 어린 선수들로 채웠다. 아직 100경기 넘게 시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한화는 리빌딩을 위해 시즌을 포기한 듯한 구단 운용을 하고 있다. 리빌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모 아니면 도’식의 팀 운용은 곤란하다. 구심점, 선봉장 없이 ‘넌 할 수 있다’라고 다독거리며 어린 선수들만 전장(戰場)에 내보내는 꼴이다. 연패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뒤늦게 총력전으로 태세전환했고 힘겹게 연패사슬을 끊었다.

최근 한화를 보는 ‘동업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A구단 관계자는 “한화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 사퇴 후 첫 경기 라인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직 100경기 넘게 남은 시점이고, 긴 연패로 감독이 물러났는데 팀이 정말 연패를 끊으려는 의지는 있는건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라며 “경기에 나서는 어린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리빌딩을 하려면 포지션과 타순, 상대투수 등등 여러 부분들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한화의 리빌딩은 너무 극단적이다. 죄다 투입해본 뒤 좋은 선수를 골라 써보겠다는 것으로 보일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B구단 관계자도 “한화는 감독이 물러난 뒤 시즌 성적을 완전히 포기하고 리빌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도 프로 구단의 의무라 생각한다. 리빌딩을 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100경기 넘게 남았는데 너무 어린 선수로만 라인업을 짜는 것도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C구단 관계자도 “지금 한화를 빨리 만나고 싶어하는 팀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승수쌓기 희생양이 되고 있다. 관중이 없어서 그런건지 성적에 대한 부담도 구단이 크게 느끼지 않는 듯 하다”면서 “어린 선수들 위주로 한 시즌을 치러 좋은 선수를 발굴해 키워내면 한화 입장에선 희생을 감수하며 얻은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전례가 돼 향후 한화같은 팀이 또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라고 걱정했다.

한화도 깨달은 게 있는 것일까. 최 감독대행은 “(2군에 내려갔던,)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일부 선수들이 목요일(18일)에 (1군에)복귀할 수 있다. 좀 더 힘있는 라인업을 꾸릴 수 있을 듯 하다”고 밝혔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2홈런을 터뜨린 이성열 등의 복귀가 예상되고 있다.

한화가 뒤늦게 육성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하지만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주위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과속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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