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神' 안토니 가우디 서울서 만나다
'바르셀로나를 꿈꾸다 안토니 가우디' 전우아한 곡면·다채로운 색채 대가구엘저택·파밀리아성당 등도면·스케치·모형 200여점영상 통해 삶과 작품세계도 담아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1월1일까지
이데일리 김용운 입력 2015.08.07. 06:16
1878년 스페인 카탈루냐지방의 중심인 바르셀로나는 도시가 온통 공사판이었다. 산업화로 인구가 대거 몰렸고 식민지개척을 하면서 신흥 갑부가 출현해 주택과 상점, 관공서, 공장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덕분에 건축가의 인기가 높아졌다. 1871년 문을 연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는 이즈음 2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날 졸업식장에서 엘리아스 로렌 교장은 26세의 한 청년에게 ‘천재’ 또는 ‘광인’이라 지칭하며 졸업장을 수여했는데 그가 바로 안토니 가우디(1852~1926)였다.
안토니 가우디 타계 100주기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축 중인 바르셀로나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의 현재 모습(왼쪽 @ 윤준환)과 완성했을 때의 전시모형(사진=씨씨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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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하며 건축사 자격을 획득한 가우디는 그해 열린 파리만국박람회를 위한 코메아 상점의 진열대를 설계한다. 우연치 않게 그 진열대를 보게 된 신흥 갑부 에우세비 구엘(1846~1918)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에 감탄을 하면서 ‘광인이 아닌 천재의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이후 구엘은 가우디의 후원자이자 친구로 가우디가 ‘천재 건축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오는 11월 1일까지 여는 ‘바르셀로나를 꿈꾸다 안토니 가우디’ 전은 스페인이 자랑하는 건축거장 가우디의 삶과 작품을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전시다. 가우디는 1882년부터 아직도 건설 중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비롯해 구엘의 지원으로 만든 구엘공원과 구엘저택 등 7개의 건축물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킬 만큼 세계 건축사의 거성이다. 이번 전시는 그런 가우디가 남긴 건축·디자인도면, 청사진, 스케치, 가구, 기록사진과 건축 모형 등 20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 가우디 연구의 권위를 자랑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공대의 가우디연구원이 마련한 순회전인 만큼 전시품과 구성이 알찬 편이다.
안토니 가우디가 1877년 그린 ‘대학 강당-단면도’(사진=씨씨오씨 ⓒ 카테드라 가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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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여섯 개의 섹션으로 나눴지만 크게 세 가지다. 가우디의 일생을 아카이브자료 등을 통해 연대기로 살필 수 있는 부분, 가우디가 남긴 건축과 디자인을 실제 도면·모형 등으로 모은 부분,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의 상징이 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관한 내용을 집약한 부분. 가우디의 탁월함은 전시장 곳곳에서 드러난다. 건축학교 시절 남긴 도면을 보면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도면을 만드는 건축설계 이전에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877년의 ‘대학 강당 계획안의 내부 전경 스케치’나 ‘대학 강당: 단면도’ 등을 보면 그 자체로 미적인 감각이 넘친다.
구엘별장과 구엘저택의 모형과 단면도, 사진을 비롯해 특히 1900년부터 15년간 공사한 구엘공원 등의 청사진은 가우디가 어떻게 건축가로서 명성을 얻게 됐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구엘공원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더불어 가우디의 대표작. 특히 트렌카디스(유리나 대리석, 에나멜이나 유약의 도자기 조각으로 만드는 모자이크의 일종)를 활용한 구엘공원은 가우디가 색채를 얼마나 유려하게 다룰 줄 알았는지 증명한다.
안토니 가우디가 트렌카디스 기법으로 장식한 구엘공원(사진=씨씨오씨 ⓒ김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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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점은 1883년부터 가우디가 죽을 때까지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있다. 전시에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건축 상황이 담긴 옛 사진과 배치도, 성당 내 각종 기둥과 조형물, 또 전체를 조망한 모형 등을 통해 가우디가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성당 건축에 매달렸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을 산 가우디는 말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현장의 검소한 작업실에 머물며 숱한 반대를 누르고 자신의 의지대로 성당을 지어갔다. 이전의 고딕양식을 벗어나 독창적이고 초월적인 성당을 지으면서 가우디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덕분에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2026년 가우디 타계 100주기 때 완공을 목표로 지금도 건축 중이다.
전시에선 가우디 외에 피카소와 더불어 초현실주의 화가로 꼽히는 후안 미로(1893~1983)의 작품을 덤으로 볼 수 있다. 미로가 가우디에 대한 오마주로 작업한 21점의 판화다. 가우디가 구엘공원을 만들며 사용한 트렌카디스의 유리조각을 연상케 하는 미로의 작품들은 ‘거장과 거장의 교감’이란 묘한 여운을 남긴다.
20대 중반의 안토니 가우디. 1878년에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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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luc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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