拙老의 苦言(漢文功夫)
深山不宜獨行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깊은 산은 혼자 다니지 말아야 한다]
초학자의 교재를 만들면서 명심보감의 편자가
이 구절을 넣어 놓은이유가 무엇일까?
깊은 산은 위험하니까.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깊은 산엔 호랑이도 늑대도 있을 테니까.
길을 잃을 우려가 있으니까.
그럴 것이다. 깊은 산속에서 자칫 방향감각을
잃게 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명심보감의 그 말은 훌륭한 알피니스트를
만들기 위함도, 안전한 산행을 위한 덕담도 아니다.
어려운 공부일 수록 반드시 스승을 찾아 자신의 공부에
대해 지도를 받으라는 말이다.
한문공부를 오래 하면서, 더욱더욱 이 말의 심각성을
느끼는 바이지만, 특히나 한문의 경우 獨知獨覺한 사람일 수록
문제가 없는 사람이 없다.
30년 한문공부인이 풍수나 점에 몰두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文과 字의 차이, 馨과 香의 차이,
塘과 池의 차이 등을 주억거린다.
또 어떤 사람은 머리가 환하게 열리는 경지를 꿈꾼다.
혹은 눈을 감고도 오늘 오후에 누가 우리집을 방문 할 것인지
미리 알게되는 예지능력을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주역 공부의 열풍은 다른 한문 공부에 비해 대단하다.
주역에 매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위기지학의 인물이던가.
그게 아니다. 신비한 점술을 터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많은 주역 전문가들이 점친 결과로 신창원을 잡은
것도 아니고, 복권에 1등으로 당첨된 것도 아니고, 유병언의
소재를 제공한 것도 아니다.
명심보감에도 그런 말이 나와 있지만, 과거란 대낮 같이 환하나
앞일이란 칠흑처럼 깜깜할 따름이다.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 여하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미래사는
未定의 것이라 하는 편이 옳으리라.
어떤 사람이 어떤 논리를 편다 해도 한문 공부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사서오경은 한문의 세계에서 교과서와 같다는 사실이다.
옛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 책들을 가장 많이읽었기 때문에
그들이 남긴 문집에서도 사서오경의 표현이나 구문이 그대로 녹아
있다. 장자나 노자 순자등이 유가보다 철학적인 사유의 면에서 뒤떨어
지는 서물이 결코 아니지만, 수 많은 지난 시대의 지식들은 , 별로
그 책들을 읽지 않았다. 퇴계 선생의 문집에도 노자나 장자에 나오는
고사가 등장하지만 그러한 것은 반드시 그 고전들을 읽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학에 대해서도
전시대 사람들은 후한의 허신이 지은 설문해자를
최고의 남상으로 알았다. 그렇다고 한문공부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설문해자를 읽도록 권하지도 않았다. 사서오경이 공부의 시작이자 끝
이었다.
오늘날의 세상엔 참 박물군자도 많다. 字學에서부터 제자백가, 불경, 시에
이르기 까지 無不通한 인물도 많다. 그러나 내게 누가 한문공부의 指南을 묻는다면
나는 나의 뼈저린 후회와 반성과 자각의 말로서, 가장 먼저 사서오경을
完讀, 熟讀, 千讀, 萬讀, 口讀, 眼讀, 心讀 하기를 권한다. 사서오경에서도
사서를 먼저 읽어야 할 것이지만,
사서 중에서도 순서를 정한다면, 맹자를 먼저 읽기를 권한다. 맹자 다음으로
중용과 대학, 논어 순으로 읽을 것이다. 맹자가 가장 늦게 나왔고 논어가 그 중
가장 일찍 나왔기에 하는 말이다.
深山은 不宜獨行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섣부른 안내자의 말을 듣다간
영원히 이상한 길로 가게 되는 愚를 범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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