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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

淸潭 2014. 3. 13. 18:19

오늘의 주제는 '효' 입니다....감동적인 이야기...다시 들어도 감동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웅"

74세 노인이 99세 어머니와 900일 동안 여행을 떠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의 교통수단은 '수레를 매단 세발자전거'였습니다.

중국 흑룡강에 사는 74세 노인 왕일민 씨가 99세 어머니를 위해 세상 나들이를 떠난 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졌고,

 "어머니와 함께 한 900일간의 소풍"이라는 책에도 담겨 있습니다.

어머니는 '서장까지 갈 수 있을까?'라며 아주 먼 곳에 있는
그곳에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그곳,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인 서장을 어떻게 아셨는지,
왜 그곳에 가고 싶어 하시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머니가 가고 싶어 하셨기에 아들은 그곳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돈이 없어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자동차도 없는 아들은,
어머니를 태울 자전거 수레를 만들어 놓고 흐뭇해합니다.

'어머니, 거기 그렇게 앉아 계세요. 편히 앉아서 세상 구경하세요.

이 아들이 자전거 수레를 끌고 가겠습니다.'

평생 희생만 하며 늙어 온 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힘들까 봐 '천천히 가라'고 하면서도

하나 남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곤 했습니다.

중간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고, 노숙을 하기도 여러 날이었습니다.

길에서 먹고, 냇가에서 빨래를 해가며 아들과 어머니는 900일 동안의 소풍을 즐깁니다.

어머니는 원하던 서장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

103번째 생일을 앞두고 어머니는 눈을 감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너와 세상 구경하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

남겨진 아들은 서장에 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골을 수레에 싣고 7개월간 더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해를 서장에 뿌렸습니다.

어머니가 뿌연 바람이 되어 늙은 아들의 볼을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조용히 달아나는 바람을 향해 아들은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

 

책소개

세상구경이 소원인 어머니를 위해 자전거수레로 함께 세상나들이를 떠난 100세 노모와 70대 아들의 이야기. 중국인 왕일민 씨와 102세를 일기로 작고한 그의 어머니가 생전에 함께한 대륙 종단 여행을 사진과 함께 담은 논픽션이다. 한국 작가 유현민이 주인공과의 인터뷰 및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집필했다.

 

저자 : 왕일민

왕일민 (王一民) - 1923년 중국 심양(瀋楊, 선양)에서 태어났다. 국민당원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등 평탄치 못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농사와 목공일을 하며 가난하고 평범하게 살다가 부인과 사별한 후 홀로 계신 어머니를 보살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드리기 위해 어머니를 세발자전거 뒤에 매단 수레에 태운 채 3년 가까이 여행을 다니면서 중국 전역에 화제의 인물로 알려졌다.

유현민 - 지은 책으로 소설집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물안개>, <神앞의 自由人>, <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 등이 있다. 엮은 책으로는 <통나무 속의 거지철학자>, <빈자루바로 서지 않는다>, <재미있는 西洋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

- 작가의 말 / 어느 소중한 만남에 관하여
- 한국의 독자들에게 / 내 인생 마지막 효도 이야기를 펴내며
[1] 기나긴 소풍
1. 어머니, 세상구경 가실래요?
2. 떠나기 전에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3. 소풍을 가니까 곱게 차려입어야지
4. 쉬엄쉬엄 가자, 세상에 바쁠 것 없는데
5. 아우의 눈물
6. 혼자 몰래 불렀지, 너무 슬픈 노래들이라서
7. 마음의 고향 공주령에서
8. 길 위의 풍경화
9. 나 오줌 안 쌌다는데도!
10. 세상의 화젯거리
11. 석양호
12. 이제 안 아프면 되잖아
13. 흙 묻은 칼국수
14. 내가 백 년 된 인삼이오
15. 세상의 질서가 이끄는 대로
16. 재밌고 즐거워
17. 천신만고
18. 고속도로에서 생긴 일
19. 작두콩 꽃밭 앞에서
20. 붉은 꽃신
21. 길은 멀고 사람은 지치고
22. 애비가 해주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23. 빨래하던 날
24. 고백
25. 석양에 핀 미소
26. 청도에서
27. 태어나서 그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어
28. 어머니의 유언
29. 그동안 고마웠다
[2] 다시 길을 떠나다
1. 어서 먹지 않고 뭐해? 더 먹어!
2. 어머니, 다시 떠나볼까요?
3. 가야지요, 어떻게든 가야지요
4. 세상 모든 아들들과 함께
5. 자동차수레
6. 어머니, 서장이에요!
7. 이별의 시간
8. 어머니께 돌아가겠습니다

 

 

 

"멀어도 난 거기 꼭 가보고 싶은데……." 세계 최대·최고의 고원인 티베트에서도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서장. 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맥과 빙하로 이루어진 고원의 남쪽,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 그런 서장을 산골에 붙박여 살아온 어머니가 대체 어떻게 아셨을까. 왜 그곳에 가고 싶다고 하셨을까. 도무지 그 연유를 알 수 없었다. 하늘과 맞닿은 그곳에서 가슴 한번 쫙 펴보고 싶으셨던 것일까.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이니 그곳에서 하늘로 가기 편하겠다 싶으셨던 것일까. 전생에 그곳과 어떤 인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어쨌든 어머니는 계속해서 서장을 고집하셨다.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턱없는 일 같았고, 어머니의 건강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어머니는 더 재촉하지 않고 순한 아이 같은 눈빛으로 내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래, 어머니가 가보고 싶어 하시는데, 일단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어머니를 위한 여행인 만큼 어머니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머니, 세상구경 가실래요?" 중에서

.

"애비야 설렌다." "저도 그래요. 어머니를 모시고 세상구경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즐겁고 신나는데요?" 페달에 힘을 주자 자전거수레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수레를 따라오며 손을 흔들며 어머니와 아들의 동행에 행운을 빌어주었다. 어머니에겐 어쩌면 이 첫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지금 이 뒷모습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우리 모자를 전송하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생각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아흔아홉 살의 어머니와 이른네 살 아들의 기나긴 여행은 시작되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를 우리네 인생과도 같은 여정이. --- "소풍을 가니까 곱게 차려입어야지" 중에서

 

"어머니, 오줌 싸셨어요?" "오줌은 무슨……. 나 안 쌌어." 나는 어머니를 나무라려는 게 아니라 새 옷을 꺼내드리려고 한 말이었다. 당연히 그러실 수 있는 연세이셨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건 내 입장만 고려한 짧은 생각이었다. 어머니는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나 오줌 안 쌌다는데도!" (중략)

"괜찮아요. 어머니 연세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나쁜 자식!" "어머니, 제가 나쁜 자식이에요?" "오줌을 안 쌌다는데도 쌌다고 하는 자식이 그럼 나쁜 자식이지, 좋은 자식이냐?" "예, 맞아요. 나쁜 자식이에요. 어머니는 오줌을 안 싸셨어요. 제가 잘못 알고서 그랬어요." 그로부터 또 하루 내내 어머니는 말이 없으셨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어머니의 화를 풀어드리려 무수하게 말을 건넸지만 어머니는 마치 잠든 사람처럼 말이 없었다. --- "나 오줌 안 쌌다는데도!" 중에서

 

"네가 한 일이 큰일인가 보다.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사람들이 이렇게 알아보는 걸 보면." 어머니는 우리가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고, 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해가자 기뻐하셨다. 효자라는 말에 내가 부담스러워 고개를 못 들자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애비를 따라올 효자는 없지. 그 기자 눈이 똑바르다." 자식으로 부모를 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걸 인정받는 세상이니 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여느 자식과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어머니께 세상구경을 시켜드리겠다고 수레를 끌고 길을 나선 것뿐인데……. --- "세상의 화젯거리" 중에서

.

"에비야, 물을 더 부어!" 나는 더 이상의 군말 없이 물을 조금 더 붓는 시늉을 했다. 적당한 반죽이었지만, 물을 붓는 시늉을 해야만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략) 반죽을 밀기 위해 찾아낸 것은 신문지였다. 신문지를 땅에 깔고 일단 손으로 반죽을 최대한 눌러 넓힌 다음, 내가 마시던 술병을 꺼내 밀가루반죽을 밀기 시작했다. 궁하면 통한다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그러나 욕심이 과했던지 밀가루 반죽을 좀 더 얇게 하려다가 신문지가 찢어지고 반죽에 흙이 묻어버렸다.

"에이, 안 먹는다!" "흙 묻은 데는 조금 떼어내면 돼요. 정말 안 잡수실 거예요?" 그래도 드시고 싶었던 칼국수였던지라 끝까지 뿌리치진 못하고 어머니는 계속 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계셨다. "너는 뭐든지 잘하는 줄 알았더니만, 그게 뭐냐? 재주가 메주다." "그럼 밥을 할까요?" 그러자 어머니는 돌아앉아 반대편 창문으로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 "흙 묻은 칼국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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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재휘애비|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