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카톡 사진'의 비극

淸潭 2014. 1. 18. 16:32

 

'카톡 사진'의 비극

  • 신수지 기자
  • 입력 : 2014.01.18 03:16

    아내 불륜 의심하던 남편… 수면제로 재운 뒤 카톡 뒤져
    남자 사진 확인… 아내 살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던 오모(35)씨는 지난 5일 수면제를 탄 두유를 아내 추모(35)씨에게 먹여 재운 후, 아내의 휴대폰을 켜 SNS '카카오톡' 메시지 기록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몰라 메시지를 읽을 수 없자 아내의 휴대폰에 깔려 있던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아예 초기화시켰다. 프로그램이 초기화되면서 비밀번호 설정은 풀렸지만, 아내가 그동안 주고 받은 메시지도 모두 삭제됐다. 그러나 아내의 휴대폰을 샅샅이 뒤지던 오씨의 눈에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뜬 선글라스를 낀 남성의 사진이 띄었다. 그동안 아내의 불륜 상대로 의심했던 A씨였다. 오씨는 불륜을 확신하고 아내의 목을 줄넘기 줄로 졸라 살해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5일 오전 3시쯤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아내 추씨를 살해하고, 9일 오전 경남 고성군 연화산 톨게이트 부근에 시신을 버린 혐의로 오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결혼 8년 차인 오씨 부부는 최근 아내 추씨가 결혼 전 인터넷 띠동갑 모임 카페에서 알고 지내던 남자친구 A씨와 연락하는 문제로 자주 다투었다. 추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번이나 자녀들을 집에 두고 가출하기도 했다. 오씨는 "가출 기간 동안 아내가 A씨를 만났을 것이라고 생각해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추씨를 살해한 오씨는 시신을 상자에 넣어 현관에 보관하다가 8일, 아내의 시신을 넣은 여행용 가방을 렌터카 뒷자리에 싣고 경남 거제시로 향했다. 직장 동료였던 부부는 결혼 전 거제로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오씨는 "아내와 다시 가보고 싶어 거제로 간 것"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목인 경남 고성에서 오씨는 연화산 톨게이트 부근 하수구에 추씨의 시신을 유기했다. 오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11일 경찰에 아내가 가출했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오씨는 16일 오후 2시쯤 광진서 실종팀에 찾아가 자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