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악마가 따로있나....

淸潭 2014. 1. 13. 12:12

원칙 없는 팀장… 직원 생산성 갉아먹고 조직 효율성 떨어뜨려

 

회사원 김준(필명·에세이스트)

입력 : 2014.01.12 22:32

연초부터 C대리의 한숨이 깊다. 매일같이 팀장에게 10번 정도 불려다닌다. 온종일 팀장에게 호출당하고, 자리로 돌아와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가 줄담배만 피워대는 게 C대리의 하루 일과이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C대리는 1년간 팀의 프로젝트와 일정들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았다. 수차례의 회의를 거치고 팀원들의 의견을 모아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어떻게 해도 팀장의 성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해에 보고서 작성을 담당한 P과장으로부터 팀장의 성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미리 3가지 버전의 보고서를 준비했지만 모두 팀장으로부터 '수정 및 보완' 지시를 받았다. 팀장은 보고서마다 빨간색 펜으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표시할 뿐, 어떻게 수정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멘트는 없었다. 그저 "좀 더 잘 만들어 봐라"는 추상적인 요구만 더해질 뿐이었다.

보고서의 내용이 보완되니 이젠 보고서의 글자체와 레이아웃을 좀 더 산뜻하게 다듬어 보라는 팀장의 요구가 나왔다. C대리는 책상 위에 보고서를 (소심하게) 집어던졌다. "내용이 중요하지 글자체가 뭐 그리 중요하냐. 무슨 유치원 학예회 하느냐." C대리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수천 번의 한숨으로 완성된 C대리의 최종 보고서는 맨 처음 제출한 보고서와 거의 동일했다. 돌고 돌아 처음에 만든 보고서가 채택된 것이다. 최종 결재가 났으니 속이 시원할 법도 한데 C대리는 분노를 터뜨렸다. "이럴 거면 그 고생을 왜 한 건지 모르겠다. 처음에 그냥 OK 했으면, 그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았겠나."

팀장은 애초에 원칙이 없었다. 처음부터 OK를 하면 자신의 자존심에 금이 갈 것 같아서 C대리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한 것이다. 관리자의 무원칙과 결정 장애(障碍)는 직원의 생산성을 갉아먹고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마련인데, 팀장은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