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12 22:32
연초부터 C대리의 한숨이 깊다. 매일같이 팀장에게 10번 정도 불려다닌다. 온종일 팀장에게 호출당하고, 자리로 돌아와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가 줄담배만 피워대는 게 C대리의 하루 일과이다.
보고서의 내용이 보완되니 이젠 보고서의 글자체와 레이아웃을 좀 더 산뜻하게 다듬어 보라는 팀장의 요구가 나왔다. C대리는 책상 위에 보고서를 (소심하게) 집어던졌다. "내용이 중요하지 글자체가 뭐 그리 중요하냐. 무슨 유치원 학예회 하느냐." C대리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수천 번의 한숨으로 완성된 C대리의 최종 보고서는 맨 처음 제출한 보고서와 거의 동일했다. 돌고 돌아 처음에 만든 보고서가 채택된 것이다. 최종 결재가 났으니 속이 시원할 법도 한데 C대리는 분노를 터뜨렸다. "이럴 거면 그 고생을 왜 한 건지 모르겠다. 처음에 그냥 OK 했으면, 그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았겠나."
팀장은 애초에 원칙이 없었다. 처음부터 OK를 하면 자신의 자존심에 금이 갈 것 같아서 C대리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한 것이다. 관리자의 무원칙과 결정 장애(障碍)는 직원의 생산성을 갉아먹고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마련인데, 팀장은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