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울며 겨자먹는 보험왕

淸潭 2013. 12. 17. 09:39



☞‘수십억 벌어도 40%는 다시..’ 울며 겨자먹는 보험왕


★... <이 기사는 2013년 12월 17일자 신문 1면에 게재되었습니다.>

보험료 대납부터 현금 리베이트까지 수십억 수당 30∼40%는 다시 고객에게

보험왕의 어두운 이면… 회사도 ‘쉬쉬’

1. 대전시 둔산동의 한 대형 보험사 영업지점에서 설계사로 근무 중인 A씨. 그는 최근 경기도 김포에서 목장을 운영 중이라는 한 고객과 월납 500만원의 연금 가입 상담을 진행하면서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그 고객은 노골적으로 얼마만큼의 '답례'를 할 것이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수수료와 영업지점에서 지급하는 시상금을 따져본 A씨는 결국 한 달치 보험료 대납과 골프라운딩을 약속한 뒤 계약을 성사시켰다.

2. 보험왕까지는 아니지만 지역 내에서 톱클래스 실적을 다투는 설계사 B씨. 최근 그는 매달 피가 마르는 경험을 하고 있다. 고객들이 형편이 어렵다며 보험료를 못 내겠다고 버티거나 아예 해약을 통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일 고객이 1년 내에 해약할 경우 B씨는 보험사로부터 받았던 모집수당을 내놔야 한다. B씨는 수금일이 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몇몇 고객들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면서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보험왕'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포착하면서 그간 쉬쉬해 오던 보험영업의 어두운 이면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설계사들과 고액자산가들 간에 보험계약을 둘러싼 이면계약은 업계에서도 암암리에 알려져온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왕 출신 설계사가 고액자산가의 탈세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을 점검한 결과 보험왕 출신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적발하고 경영 유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왕의 어두운 그림자

보험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액 연봉을 받는 설계사 중 일부가 고객에게 불법적인 이익을 제공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관행이다. 설계사들은 고액 계약이면서 판매하기 어려운 상품을 팔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

또 실적이 좋을 경우 보험사들이 영업조직에 프로모션 형태로 제공하는 '영업 장려금'을 독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설계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받는 수수료 중 일부를 고객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하더라도 더 많은 고액 계약자들을 유치하는 게 유리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보험설계사는 "보험왕 정도 된다면 1년에 20억∼30억원 정도의 수당을 챙겨 가는데 이 중 30~40%는 음양으로 고객들에게 되돌아 간다고 보면 된다"며 "공식적으로 줄 수 있는 선물도 있지만, 그 이외에 몇 회 정도의 보험료를 대납해 주거나 아니면 아예 현금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형 생보사들의 경우 설계사가 10년 납입으로 월납 1000만원짜리 계약을 성사시키면 그 다음 달에 곧바로 '모집수당' 명목으로 1200만원 정도 수당을 지급한다. 여기에 매달 보험료가 들어올 때마다 '수금 수당' '계약 유지 수당' '고객관리 수당' 명목으로 추가 수수료도 지급한다. 또 일시납 10억원 규모의 즉시연금을 유치하면 1300만원 수준의 수수료가 설계사에게 돌아간다. 여기에 실적이 좋은 설계사에게는 업적 시상 개념으로 보험사 영업본부나 지점으로부터 수백만원의 장려금까지 받기 때문에 일부 설계사들은 계약 수당은 자신이 챙기고, 업적 시상금은 고객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보험사, 알고도 모른 척(?)

현재 보험업법에는 특별이익 제공 금지 관련법에 따라 보험설계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선물은 1년간 납입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으로 한정돼 있다.

보험사들은 일부 스타급 설계사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설계사들의 영업내용을 회사 측이 관리하거나 제약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제로 내부 감사에서 이를 적발할 경우 해당 설계사에 대한 징계를 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설계사와 보험사는 위촉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그들의 영업내용을 일일이 들춰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 보험사들은 고액을 유치하는 설계사들의 불법적인 영업을 암묵적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보험사별로 보험왕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많게는 1년에 100억원 이상, 적게 잡아도 70억~80억원대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수익원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에서는 스타급 설계사에게 명예 임원 직함은 물론 전담 심사역과 사무실, 비서를 제공하는 등 극진히 모시게 마련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올려 주는 설계사의 경우 회사에서도 건드리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눈감아 주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출처]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