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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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潭 2013. 12. 6. 21:02

 

흡연율 20%→5%로 떨어뜨린 세명高의 1박2일 '師弟 캠프'

  • 제천=윤형준 기자 
  • 입력 : 2013.12.06 03:01

    "담배 끊어라" 혼내는 대신 하룻밤 보내며 터놓고 대화… 내년엔 금연 치료제도 제공

    지난달 22일 오후 7시쯤 충북 제천 세명고등학교. 수업이 끝나 텅 빈 학교에서 생활지도부 교사들이 트레이닝복 차림의 학생 4명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이 캠프를 준비한 전재형(35) 교사는 "삼겹살 맛있다고 캠프에 또 올 생각은 절대 마라. 밖에서 얼마든지 사주겠다"고 했다.

    세명고는 2011년부터 담배를 피우다 걸린 학생들을 모아 '사제(師弟)동행 1박 캠프'를 열고 있다. 생활지도부 교사들이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흡연자' 학생들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터놓고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전 교사는 "'담배 끊으라'고 아이들을 혼내고 다그치기만 하면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도리어 '괴로우면 한 대 편하게 피우는 대신 꼭 얘기하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하는 교사에게 마음을 열고 담배도 끊는다"고 했다. 전씨는 지금까지 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다시 담배를 피우다 걸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충북 제천 세명고는 담배를 피웠다가 걸린 학생들을 대상으로‘사제동행 1박 캠프’를 열면서 운동장에 텐트 두 동(사진 아래)을 세웠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불빛이 환한 텐트 안에서 전재형 교사와 컵라면을 나눠 먹고 있다.
    지난달 22일 충북 제천 세명고는 담배를 피웠다가 걸린 학생들을 대상으로‘사제동행 1박 캠프’를 열면서 운동장에 텐트 두 동(사진 아래)을 세웠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불빛이 환한 텐트 안에서 전재형 교사와 컵라면을 나눠 먹고 있다. /제천=윤형준 기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김승태(가명·17)군은 "선생님은 제가 담배 피우다 걸렸을 때 혼내기보다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해주려 했다"며 "그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꼭 담배를 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명고는 사제동행 캠프를 포함해 다양한 금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금연 전문가 등을 초청해 한 학기에 17시간 이상 금연 교육을 진행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흡연 예방 포스터·표어 등 공모전을 연다. 제천 보건소와 함께 금연 교실을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금연 시도 학생들에게 금연 치료제, 금연 침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렇게 '담배 끊겠다'고 나선 학생은 힘껏 돕지만, 몰래 피우는 학생은 엄격하게 처벌한다. 흡연 학생을 적발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학교 사이에 직통 전화를 설치하고 신고를 받는다. 신고는 한 달에 6~7통. 적발되면 33일 계도 기간을 두고 매일 A4 두 장짜리 흡연 반성문을 쓰게 하고, 니코틴 측정기로 불시 측정도 한다. 7번 적발되면 퇴학 조치한다.

    금연 프로그램 덕에 2010년 20%(약 200명)가 넘던 이 학교의 학생 흡연율은 이듬해 13.3%(약 130명), 지난해 5.1%(약 50명)까지 떨어졌다. 올해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현재 흡연율'(9.7%·최근 한 달간 한 번 이상 담배를 피운 경우)의 절반 수준이다. 흡연율과 함께 사제동행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번 캠프를 열면 15명 정도가 참석했지만, 올해부터는 참석하는 학생이 4~5명 정도로 줄었다. 세명고는 이 성과를 인정받아 충북도교육청이 꼽은 흡연 예방 선도 학교로 지정됐고, 최근 국립암센터가 주는 제5회 학교 부문 금연 대상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이경은 건강증진과장은 "학교가 나서야 청소년 흡연을 줄일 수 있다"며 "학교가 학생들을 계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