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명법문 명강의

“부처님 깨달은 진리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淸潭 2013. 5. 19. 21:49

“부처님 깨달은 진리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봉축특집-1]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부처님오신날 법문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평소에는 굳게 닫혔던 조계종립 특별선원 희양산문이 열렸다. 10만 대중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문경 봉암사(주지 석곡 스님)를 찾았다. 봉암사 입구는 몰려든 참배객들로 인해 10km 전부터 정체를 빚기도 했다.

이날 대웅보전에서 봉행된 봉축법회에서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은 부처님 일대기를 언급하며 깨달음과 부처님오신날의 참된 의미를 대중에게 일깨웠다.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은 17일 불기2557년 부처님오신날 봉암사 봉축법회에서 반야사상을 언급하며 수행을 통해 체득한 것만을 믿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깨달음은 나 아닌 모든 존재 역시 나라는 것을 바로 아는 것이다. 깨달은 이는 나와 남 구분 없이 모두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없는 자비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까닭을 “부처님은 성도 후 (인간 苦의 근원인) 생노병사는 깨닫지 못했을 때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들이 진면목을 바로 보기만 하면 해탈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부처님이 오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를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진리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믿을 수 있는 참다운 법은 반드시 스스로 수행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봉축법회 후 참배객들이 관욕을 하는 동안 석가모니 정근을 하는 봉암사 주지 석곡 스님(왼쪽)과 수좌 영진 스님.

"사물 형상에 집착 말고 본질 봐야"

적명 스님은 부산에 갔을 때 오륙도 유람선을 탔던 일화를 소개하며 사물의 형상에 집착하지 말고 본질을 바로 볼 것을 강조했다.

스님은 “멀리서 두 개로 보이던 섬이 가까이 가서 보니 하나의 바위였다”며 “깨달음의 세계도 이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상만을 보는 사람은 산은 산이라서 결코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라서 결코 물이 아닌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본질을 보는 사람은 산과 물이 둘이 아님을 깨닫는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본성과 형상의 예로 구름, 안개, 비·눈, 얼음을 들었다.

구름은 작은 물방울이 떠 있는 것이고, 이것들이 뭉쳐다보면 무거워져서 빗방울이 돼 땅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그 빗물이 모이면 호수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추운 겨울이 되면 얼음이 된다는 것.

스님은 “안개와 물, 얼음은 서로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작은 물방울로 같다. 물 분자가 서로 떨어져 가벼울 때는 구름인 것이고, 무거워지면 눈·비가 되고 얼음이 되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조건으로 형상이 바뀌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봉암사 대웅보전 앞에 마련된 아기부처에게 참배객들이 관욕을 하고 있다.

"본질 깨치면 삼라만상 하나임을 절로 알아"

스님은 깨달음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본질을 깨달으면 삼라만상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나는 나일 뿐이고, 너는 결코 내가 아니라고 분별하던 중생들 사이에서 부처님은 바로 모두가 당신 자신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자신과 똑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셨다. 중생들이 모든 것을 있다고 착각해 집착하고 번뇌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부처님만은 있다는 것이 실은 없다는 사실을 보았다. 이것이 불교의 수행”이라고 말했다.

적명 스님은 “깨닫는 순간, 모든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고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러나 부처님은 깨닫는 순간 해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들에 집착하는 중생들을 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세상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어머니가 어린 아이에게 젖먹일 때 갖는 애정 어린 시선을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라며 “어머니의 그런 깊은 사랑은 아이를 남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체감을 느낄 때만이 상대를 사랑할 수 있다. 깨달음은 진정한 사랑이고, 깨달은 사람은 헌신을 안할 수 없다. 보살행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개방한 봉암사에는 10만여 대중이 방문했다. 참배객들은 법당 참배 후 등표를 직접 쓰고, 자신의 등을 직접 내걸었다.

"부처님, 자신의 깨달음 얼마나 당당했으면 아들까지 출가를"

스님은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가 부처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배를 달라”고 했을 때 부처님이 발우를 건네며 숲속으로 데려와 출가시킨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설화를 보면 부처님이 얼마나 당신의 깨달음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며 대중에게 하루 10분씩이라도 참선하는 습관을 가질 것을 권했다.

스님은 “봉암사에는 100여 수좌들이 불철주야 용맹정진을 하고 있다. 그 목적은 오로지 부처님이 말씀한 해탈, 영원한 사랑과 행복의 세계를 성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러분이 진정으로 부처님을 위한다면 집에 돌아가서 하루 10분씩이라도 참선을 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참선이 처음 재미없어도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그 어떤 시간보다도 참선하는 시간이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암사 마애불 앞에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참배객들로 붐볐다.


스님은 “참선이 익숙해지면 깊은 경지를 얻고 깨달음도 얻게 된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 부처님 은혜를 갚는 가장 큰 일”이라고 했다.

이어 봉암사 주지 석곡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옛 선사가 말씀하시길 ‘첩첩이 쌓인 산과 흐르는 물이여, 맑고 깨끗한 옛고향 소식이구나’라고 했다. 우리가 옛고향을 떠난 나그네가 아닌가 싶다”며 “부처님오신날을 찾아 봉암사를 찾은 대중 모두 불퇴전의 보리심으로 맑고 깨끗한 옛고향 소식을 전하는,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소식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 문경 봉암사 = 조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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