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28 03:04 | 수정 : 2013.02.28 03:18
겉으로 보면 민주당은 운동권 출신들 외에 관료·법조·학계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실전 상황에 마주치자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운동권 세력이 주도권을 잡았다. 그 결과 통합진보당과 연대해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고 제주 해군기지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천안함 폭침(爆沈)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조사 결과도 부인했다. 친야(親野) 성향의 중도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던 한·미 FTA와 해군기지까지 반대하는 것을 보고 안철수 전 교수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총선 때 소외 계층, 다문화 가정 같은 진보가 마땅히 개척해야 할 영역은 소홀히 한 채, 30년 전 재야(在野) 투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민·언론·여성·노동단체 사람들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공천했다. 이게 바로 '운동권 체질'에서 비롯된 폐쇄성과 경직성이다.
서구 진보 정당들은 사회주의 이념에 기반을 두면서 노조 지지에 기대 정권을 잡으려다 연거푸 실패한 뒤 진보가 외면해왔던 환경·반핵(反核)·다문화로 진보의 가치를 확장하고 이념적 경직성을 버렸다. 그렇게 정당 문을 열어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받아들인 후에야 집권에 성공했다. 1960년대식 혁명 노선을 버리지 못한 정당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민주당이 민주화 투쟁 시대가 오래전에 지나갔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지금처럼 허공에 주먹질을 계속하면 결국 몰락한 서구 진보 정당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 패배 이후 "단일화에 매몰돼 미래 비전을 부각하지 못했다. 현실적 정책으로 이념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는 평가서를 만들었다. 제대로 짚은 평가였지만 이를 숨기고 대선을 치렀다. 이번에 또다시 민주당이 대선 패인(敗因)을 '운동권 체질'이라고 자평(自評)해 놓고도 적당히 넘어간다면 장차 '안철수 신당(新黨)'의 파도가 칠 경우 아예 침몰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