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아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어머니와 뜨겁게 포옹했다.
그날은 강원도에선가 올라온 어머니가
무대 뒤에서 아들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는 군인 장병 여러분, 다 나오세요."
하는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군인들은 앞다투어 나갔다.
군인들은 모두 "저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고
외치며 여러 가지 어이없는(?) 이유를 대는 것이었다.
장내는 계속 웃음바다였다.
그러다 한 군인 차례가 되었다.
사회자는 마찬가지로 물었다.
"뒤에 있는 분이 어머니가 확실합니까?"
그러자 그 군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닙니다. 뒤에 계신 분은 제 어머니가 아닙니다."
하고 힘없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장내에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텔레비전에 출연하기 위해서 올라왔다고 하기엔
무언가 여느 군인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올라왔습니까?"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눈으로 군인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제가 군에 오기 일주일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군인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장내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랬군요. 그런데 왜 올라왔습니까?"
"예.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드릴 말씀이 있어 올라왔습니다."
사회자도 무어라고 해야 할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보고 계십니까?" 하고 겨우 물었다.
"예. 확실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군인의 목소리는 약간 울먹이는 듯 했다.
"그럼 아버님은 살아 계십니까?"
"아닙니다. 두 분 다 돌아가시고 형님 두 분과 살고 있습니다."
그 군인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그럼 어머니께 한 마디 하십시오."
그 군인은 눈물을 쓱~ 닦고는 경례 자세를 취했다.
"충성!
어머니. 이 막내아들은 형님들이 잘 돌봐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잠시 떨리는 듯 하더니 말을 다시 이었다.
"군 생활 잘 하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마시고 편안히 눈 감으십시오."
군인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어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충성!"
군인이 마지막 경례를 마치자 그때 장내가 술렁술렁하더니
모든 군인들이 일어나 다같이 "충성!"하고 외쳤다.
그리고는 하늘을 향해 "어머니!" 하고 소리쳤다.
그 군인이 눈물을 '쓱' 닦고 하늘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외치는 동안
장내의 '어머니' 하는 소리는 더욱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