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실/인물초대석

김홍신 소설가

淸潭 2011. 7. 18. 15:29

 

“행복, 조건에서 찾지 말고 마음 안에서 느껴라”
동산불교대·본지, 16일 김홍신 작가 초청특강
“보석 같은 존재 자각하고 인생의 주인 돼야”
2011.07.18 11:04 입력 발행호수 : 1106 호

 

▲7월16일 동산불교회관에서 행복론을 강의한 김홍신 작가.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대부분 마음속이 있다고 답합니다. 그런데 다들 마음 밖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행복은 지금 내 마음 속에 있습니까?”

 

김홍신(건국대 석좌교수) 작가가 행복을 물었다. 동산불교대학․동산불교대학총동문회와 법보신문이 공동 주최한 명사초청특강에서다. ‘불교의 행복론과 인생사용설명서’ 강의를 듣고자 동산불교회관 2층 교육관과 3층 법당을 가득 메운 불자 300여명은 의아해했다. 반사적으로  모두 “행복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꼭 물어야 자신이 행복한 걸 안다”며 좌중을 웃겼다. 그는 이내 “진정 마음속에 행복을 느끼느냐”고 되물었다.

 

“세상이 왜 불행한가요? 스스로 사회적 가격이 낮다고 여기고 열등감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권력, 명예, 재물, 인물, 학연, 지연, 가족 등을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보잘 것 없다고 자탄합니다. 진정 당신은 가격이 낮을까요? 분명한 것은 세계 67억 인구 중 영혼과 육신이 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귀한 존재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사회적 가격이라고 부르는 재산이 과연 목숨보다 중요할까. 흉악범이 흉기를 들이대며 재산과 목숨 중 하나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때야 목숨이 소중하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했다. 그는 재산을 버리면서까지 악착 같이 살려는 이유가 오늘보다 내일이 좋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단다. 가능성이 희망이고 희망을 풀어 말하면 ‘행복’이란 낱말이랬다.

 

중요한 사실은 행복은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이 만든다는 것. 돈과 명예, 권력, 비싼 집과 좋은 차가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순간 세상은 따분하고 지겹고 짜증나는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날마다 기적이 일어납니다. 코를 막고 숨을 참으면 30초를 넘기기 쉽지 않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깨닫지요. 훗날 병원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숨을 쉴 때야 숨 쉬는 게 행복했다는 걸 알게 되면 이미 행복을 놓친 겁니다. 심장이 멈추지 않고 숨이 끊이지 않는 기적을 우리는 매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만 홀로 소중하다는 생각을 경계했다. 내가 존귀하듯 나 아닌 모든 존재가 존엄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자비와 사랑의 출발이 이 지점이며 “인간의 향기는 인간애를 발휘하는 순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훌륭한 스승과 도반을 만나고 용서와 미움을 포기하는 법을 배우길 바랐다. 공짜로 얻은 숨 쉬고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의 기적을 감사하고 인생을 즐기길 권했다.

 

10분 웃고 사랑하면 10분 예수님, 10분 부처님이지만 찡그리고 미워하면 악귀, 마귀라 했다. 소박하게 먹고 생각하고 절약하며, 행복을 나누며 살라 했다. 살아있는 오늘을 감사하고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말하자고 했다.

 

“한 번 뿐일지도 모르는 인생 근사하게 즐기다 가세요. 다만 뭘 즐기느냐가 중요합니다. 보람이 있어야 하고 보람이 있다면 기쁨이 절로 따라옵니다. 이게 바로 행복입니다. 보람이 없다면 쾌락이나 짧은 만족에 불과합니다.”

 

194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자란 김홍신 작가는 건국대 국문과 졸업 뒤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으로 시민운동을 했으며 15, 16대 국회의원 당시 각종 언론, 시민단체, 기관에서 8년 연속 그를 1등 의원으로 선정했다.

 

1981년 장편소설 ‘인간시장’은 국내 역사상 최초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고 ‘해방영장’ ‘난장판’ ‘대곡’ ‘풍객’ ‘내륙풍’ ‘칼날위의 전쟁’ ‘삼국지’ ‘초한지’를 비롯한 128권의 저서가 있다. 특히 2007년 여름 발간한 대하역사소설 ‘김홍신의 대발해’ 10권은 장엄한 민족사를 복구한 대작으로 평가받았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