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산책
- 봄 마음 - 이 달(李達) 曲欄晴日坐多時 閉却重門不賦詩 곡란청일좌다시 폐각중문불부시 墻角小梅風落盡 春心移上杏花枝 장각소매풍락진 춘심이상행화지 날이 맑아 굽은 난간에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서 겹문까지 닫아 걸고 시도 짓지 않았네 담 모롱이 작은 매화가 바람에 다 떨어지니 봄빛이 살구꽃 가지 위로 옮겨 가는구나.이른 봄, 아직 그늘엔 잔설이 남았는데 매화가 나무 가득 꽃을 피웠다. 흐믓함도 잠시, 시샘하는 봄바람에 한 잎 두 잎 꽃잎이 흩지다가 어느새 매화는 다 지고 없다. 서운한 눈길을 둘 데 없더니, 이번엔 마당 저편에서 살구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전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살구나무가 갑자기 어여쁘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라지만 정작 변덕스러운 것은 내 마음이다. 이 달(李達)이 허봉의 집에 놀러갔을 때, 아우인 허균(許筠)이 왔다가 이달의 꾀죄죄한 행색을 보고 업신여기는 빛이 있었다. 허봉이 운자를 부르자 즉석에서 대답해 부른 시다. 허균이 이 시를 보고 낯빛을 바꾸고 무릎 꿇고 사죄했다. 허균은 이후 그를 시 스승으로 섬겼다. 시 한 수가 오만한 마음을 싹 씻어가 버렸던 모양이다. * 이 달(李達 ?~?): 조선 선조 연간의 한시의 대가. 자 익지(益之). 호 손곡(蓀谷). 본관 홍주(洪州) 박순(朴淳)의 문인. 동문인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과 함께 삼당 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었으며, 허난설헌(蘭雪軒)과 허균(筠)은 그의 시 제자였다. 저서에 <손곡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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