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동산스님의 삼 서근과 운문스님의 보자공안

淸潭 2011. 3. 23. 09:40

동산스님의 삼 서근과 운문스님의 보자공안

   대우 수지(大愚守芝)스님의 게송은 가장 정교하고 고준하여 많은 노스님들이 애송하는

것을 나는 보아왔다.   스님은 한 스님이 동산 수초(洞山守初:910~990)스님에게 ‘무엇이

부처입니까?’ 라고 묻자, ‘삼 서근〔麻三斤〕’ 이라 답한 공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었다.

 

     곁눈질 흘금흘금 경전을 읽고

     혀를 차가며 진언을 외어대네

     불을 부는 그 입술 뽀족도 한데

     땔감에선 부엌 가득 뭉게 연기 피어나네.

 

     橫眫讀梵字    彈舌念眞言

     吹火長尖嘴    柴生滿竈煙

 

   운문(雲門)스님의 ‘보자(普字)’공안*에 대하여 게를 지었다.

 

     부처다 법이다 장광설함은

     화살 끝에 화살 끝을 더하는 너무도 어리석은 일

     눈 밝은 선승이 곁에서 훔쳐보니

     한가닥 주장자를 두 사람이 메고 있구나.

 

     說佛說法廣鋪舒    矢上加尖也太愚

     明眼衲僧旁覷見    一條拄杖兩人舁

 

   또한 대중에게 설법할 때 다음과 같은 게를 짓기도 하였다.

 

     모래속에 기름 없으니 가엾은 일

     취암에서 밥을 씹어 갓난아이 먹이나니

     뒷날 좋고 싫음을 똑바로 알면

     이제껏 얼굴이 재로 뒤덮여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으리.

 

     沙裏無油事可哀    翠巖嚼飯孩嬰餧

     他時好惡知端的    始覺從前滿面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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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자(普字) 공안 : "어떤 것이 정법안(正法眼)입니까." "보(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