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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한-일전 분석:조광래호 승부차기 전략에서 완패

淸潭 2011. 1. 26. 17:31

[아시안컵]한-일전 분석:조광래호 승부차기 전략에서 완패

스포츠조선 | 김성원 | 입력 2011.01.26 01:27 | 수정 2011.01.26 01:56

 





손흥민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자 기성용이 위로하고 있다. 도하(카타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기사회생했다.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한반도가 들썩였다. 승부는 잔인한 '신의 룰렛 게임'인 11m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조광래 감독은 이란과의 8강전에 앞서 비공개로 승부차기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눈을 의심케 했다. 틀을 완전히 깬 도박을 감행했다.

승부차기에는 공식이 있다. 터질듯한 가슴을 통제할 수 있는 경험있는 선수가 첫 번째 키커로 나서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황선홍이 첫 번째로 등장한 것이 예다. 포지션의 경우 공격수가 1순위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골 맛도 본 사람이 잘 넣는다는 불문율 때문이다.

조광래호엔 공격수가 바닥나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3명이나 그라운드에 있었다. 주장 박지성과 좌우측 윙백 이영표 차두리 등이다. 박지성은 승부차기 악몽은 있지만 감독이 지시하면 찰 수 있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전반 페널티킥으로 골을 뽑은 전문 프리키커 기성용도 있었다.

그러나 조 감독은 젊은피 카드를 꺼냈다. 변칙 승부수였다. 반면 일본은 공식을 지켰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 혼다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트린 오카자키, 28세 곤노가 차례로 골을 성공시켰다. 반면 한국은 22세의 구자철, 아시안컵이 국제 무대 데뷔무대인 이용래에 이어 21세 홍정호가 키커로 나섰다. 허망하게 무너졌다. 단 한 명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승부차기 0-3이 마침표였다.

경기도 일본의 박빙 우세였다. 조광래 감독과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비슷한 무늬로 4강에 올랐다. 시스템이 4-2-3-1 동색이었다. 짧은 패스를 위주로 한 미드필드 장악이 컬러였다.

중원 싸움이 승부처였다. 정면 충돌했다. 하지만 운명은 일본을 향해 손을 잡았다. 경기 시작과 함께 중원을 장악한 팀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거세게 몰아쳤다. 수비형 미드필더 엔도의 영리한 경기 운영과 섀도 스트라이커 혼다의 개인기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은 전반 6분여 만에 코너킥을 3개나 허용했다.

힘과 기량에서 밀렸다. 일본의 자로잰듯한 스루패스는 환상적이었다. 속수무책이었다. 반면 한국은 패스의 기가 죽었다. 전체적인 플레이가 둔탁했다. 일본의 강한 압박에 밀려 패스를 줄 곳이 없었다. 짧은 패스 대신 롱볼이 대세를 이뤘다. 몸도 무거웠다. 일본보다 하루 늦게 8강전을 치른 한국은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혈투를 치렀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보였다.

다행히 박지성이 전반 23분 페널티킥을 얻어, 기성용이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측면을 무너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초반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광활한 활동반경에 장사는 없었다. 제 풀에 꺾였다. 일본의 기세는 후반 15분을 기점으로 꺾였다. 체력이 떨어졌다. 패싱력도 느슨해졌다.

조광래 감독은 반전을 단행했다. 후반 21분 교체카드로 꺼낸 후 시스템도 바꿨다. 지동원을 빼고 중앙수비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한 홍정호를 투입했다. 시스템은 4-2-3-1에서 4-1-4-1로 말을 바꿔탔다. 원톱에 구자철이 포진했고, 포백 바로 위에 홍정호가 섰다. 지루한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전반과는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일본이 연장 전반 7분 호소가이가 역전골을 터트렸다. 극적인 드라마가 경기 종료 직전 연출됐다. 황재원이 연장 후반 15분 골망을 흔들었다. 2대2. 하지만 한국의 반전 드라마는 그것으로 막을 내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