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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프린트대회 10연패에 이어 세계대회 4번째 우승

淸潭 2011. 1. 24. 18:28

 

<빙상 간판으로 다시 우뚝 선 이규혁>

 

이규혁(자료사진)
국내 스프린트대회 10연패에 이어 세계대회 4번째 우승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한국 빙속의 맏형 이규혁(33.서울시청)은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진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500m 15위, 1,000m 9위에 그친 이규혁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을 위해 4년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연습해왔다. 누구와 있어도 눈물이 난다. 안 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라며 목이 멨다.

   1994년 릴리함메르 대회에서 처음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뒤 20년 동안 총 5차례나 도전했지만 끝내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규혁은 심한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 때문에 은퇴도 심각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베테랑답게 아쉬움을 털고 다시 꿋꿋하게 링크에 섰다.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아시안게임까지 치르고 은퇴하려 했는데 메달을 따지 못한 바람에 고민하다가 한 시즌을 더 뛰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어렵사리 연장한 시즌에서 이규혁은 어느 때보다 찬란한 성적을 거두며 한국 빙상의 간판으로 다시 우뚝 섰다.

   지난해 12월21일 전국남녀 스프린트선수권 대회에서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후배 모태범(22.한국체대)을 물리치면서 무려 10연패를 달성했다.

   스프린트선수권대회는 이틀 동안 500m와 1,000m 두 종목을 각각 두 번씩 뛴 뒤 기록을 점수로 환산해서 종합 1위를 뽑는 대회.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피드 스케이팅 단거리에서 최강자임을 인정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하며 단기리 정상을 정복한 이규혁은 이번에는 국제대회에서 위업을 일궈냈다.

   24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4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규혁은 2007년과 2008년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와 올해 또다시 2연패를 거뒀다.

   역대 대회에서는 이고르 젤레조프스키(벨라루스)가 1991-1993년 3연패 등 최다인 6차례 우승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스프린터 에릭 헤이든은 1977~1980년까지 역대 최다인 4연패를 차지한 바 있다. 제레미 워더스푼도 1999년-2000년과 2002년-2003년 등 두 차례 2연패를 하면서 4번 우승했다.

   이규혁으로서는 젤레조프스키, 헤이든, 워더스푼 등 '빙속 황제'들과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규혁은 국내 대회 10연패를 일궈낸 뒤 "올림픽은 큰 대회지만 4년에 한 번 열린다"라며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다"라며 스프린트 대회에 강한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비록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스프린트선수권대회를 통해 당대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금자탑을 쌓은 셈이다.

   이규혁은 이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헤렌벤 대회를 마친 뒤 곧바로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넘어가는 이규혁은 1,500m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대표팀 선발전 500m에서는 탈락했지만 1,500m 부문에서는 선발전 2위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주종목인 1,000m는 이번 대회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이규혁은 동계아시안게임과 관련해서는 "1,500m는 체력 소모가 심해 운이 따라야 우승할 수 있다"라며 "이제 나보다는 후배인 태범이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말은 편하게 했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동계아시안게임 1,500m의 금메달도 이규혁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은퇴의 갈림길에 섰다가 화려하게 부활한 이규혁은 요즘 주변에서 3년 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까지 뛰라는 권유를 받고 있다.

   이규혁은 24일 스프린트선수권대회 4연패를 달성한 직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고 "남은 3년은 긴 시간이다. 하지만 노력해보겠다"라고 6번째 동계올림픽 금메달 도전 의사를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출전하는 대회마다 빙상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이규혁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더 일궈낼지 주목된다.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