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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구종 맘대로… 괴물은 괴물”

淸潭 2010. 8. 26. 10:30

“4개 구종 맘대로… 괴물은 괴물”

 

“사재 털어서라도 데려오고 싶어”

8개구단 감독들의 ‘류현진 찬가’






선동열 삼성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 투수’로 불렸다.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만으로도 상대 팀에 위압감을 줄 정도였다. 선 감독은 요즘 한화의 ‘괴물투수’ 류현진(사진)과 비교되곤 한다. 류현진은 최약체 팀으로 평가받는 한화 소속으로 25일 현재 15승 4패 평균자책 1.64의 빼어난 피칭을 하고 있다. 올해 23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선발로 나간 29경기에서 연속 퀄리트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 감독은 항상 “류현진이 나보다 낫다”고 말한다. 선 감독은 “8, 9회는 너끈히 던지는 류현진이 괴물은 괴물이다. 특히 29경기 연속 선발투수로서 자기 몫을 다 해냈다는 게 신통하다”며 “나는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버텼지만 류현진은 직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4개의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고 설명했다.

시대가 달라졌고 타자들의 수준도 달라져 두 사람을 직접 비교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선 감독으로서는 류현진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낸 것이다.

○ 류현진 칭찬 릴레이

 

타 구단 감독들 역시 류현진에 대한 칭찬으로 입이 닳을 정도다. 역시 현역 시절 최고의 오른손 투수로 활약했던 넥센 김시진 감독은 “내가 본 왼손 투수 중 역대 최고”라고 극찬했다. 김 감독이 특히 높은 점수를 준 것은 바로 경기운영 능력이다. 김 감독은 “전력투구할 때와 힘을 빼고 던질 때를 잘 이용한다. 몸속에 구렁이가 10마리쯤 있는 것 같다. 아예 타자들을 가지고 논다”고 말했다.

쓴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김성근 SK 감독도 “에이스란 승률 7할에서 8할 정도를 거두면서 투구 수 110개로 7, 8회를 버텨야 한다. 현재 진정한 에이스라고 불릴 만한 선수는 류현진밖에 없다”고 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더는 말할 게 없는 투수 아니냐”고 했다. 조범현 KIA 감독은 “타격 7관왕을 달리는 이대호(롯데)와 류현진 중 한 명만 데려올 수 있다면 단연 류현진”이라고 말했다.


○ 해외에서도 통한다

미국 야구에 정통한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투수”라고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C C 사바티아를 거론하며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 정도가 아니라 9이닝을 1, 2점으로 막는 투수다. 사바티아처럼 길게 잘 던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류현진이 던지는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으로 분류될 정도라고 했다.

일본 주니치에서 4년간 뛰었던 선동열 감독은 “세이부의 에이스로 뛰다 메이저리그 보스턴에 입단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보다 류현진이 훨씬 낫다”고 잘라 말했다. 선 감독은 “볼의 위력은 마쓰자카가 나을지 몰라도 경기를 풀어가는 운영 능력은 류현진이 한 수 위”라고 말했다.

○ “사재를 털어서라도…”

하지만 류현진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박종훈 LG 감독으로부터 나왔다. 박 감독은 “류현진은 내 사재를 털어서라도, 아니 주변 사람들의 돈까지 모두 보태서라도 데려오고 싶은 선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즌 초 박 감독과 한대화 한화 감독 사이에선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선발진 붕괴로 어려움을 겪던 박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류현진을 우리 팀에 준다면 누구라도 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 이에 한 감독이 “그렇게 어렵게 하지 말고 차라리 우리 둘이 팀을 바꾸면 되겠다”고 말해 대화는 끝이 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