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활짝 트인 것이 도인의 마음씀슴이다

淸潭 2010. 7. 12. 09:44

활짝 트인 것이 도인의 마음씀슴이다
                                회당조심(晦堂祖心)스님 / 1024∼1100

 

  1.
회당 조심(晦堂祖心)스님이 효월 공회(曉月公晦)스님을 보봉사(¿峯寺)에서 뵈었다. 공회스님은『능엄경(嚴脛)』의 심오한 뜻을 환하게 알아 바닷가 지방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회당스님은 그에게 한 구절 한 글자를 들을 때마다 마치 지극한 보배를 얻은 듯 기쁨을 가누지 못하였다. 납자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 이러쿵저러쿵하는 자가 있었는데, 회당스님이 이 소문을 듣고 말하였다.


"상대방의 장점을 본받아 나의 부족한 점을 메꾼다는데 나에게 무슨 거리낌이 있겠는가."
홍영 소무(洪英邵武 1012∼1070)스님은 말하였다.
"회당 스님의 도학은 참선하는 납자들 가운데서 으뜸이다. 그런데도 덕 있는 이를 높임으로써 스스로 나아지려고 애썼고, 아직 견문이 넓지 못하다고 부끄럽게 여겼다. 그러니 자기의 잘난 점을 가지고 남 못난 점을 멸시하는 총림의 납자들에게 본받게 한다면 어찌 도움이 적다 하겠는가." 『영원습유(靈源拾遺)』

 

  2.
주지(住持)의 요점은 원대(遠大)한 것은 하고 사소한 것은 생략하는 데에 있다. 일이 어려워 결단이 나지 않거든 덕도 있고 나이도 지긋한 분에게 자문해야 하고, 그래도 의심스러운 점에 대해서는 다시 잘 아는 사람에게 묻는다면 미진한 점이 있다 하여도 아주 잘못 되지는 않으리라.


혹시라도 책임을 맡은 사람이 사심(私心)을 내어 자기 멋대로 주고받다가 하루아침에 소인의 꾀부림을 만나게 되면 죄가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그러므로 "계획은 여럿이 세우되 결단은 나 혼자에게 있다"라고 말한다. `계획은 여럿이 세운다' 라고 한 말은 손익의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는 뜻이고, `결단은 나 혼자에게 있다' 함은 총림의 시비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초당서(與草堂書)』

 

  3.
회당스님이 위산스님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연평(延平)의 진영중(陳瑩中)이 편지를 보내 간곡하게 말하였다.
"옛날 주지에게는 사무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덕 있는 사람을 뽑아 그자리에 있게 하였으니, 이 책임을 감당한 사람은 반드시 도〔宗法〕로써 납자를 깨우쳐 주려 하였지 결코 세력이나 지위, 명성이나 이익 때문에 변하지는 않았읍니다.


그런데 요즈음 배우는 사람들은 대도(大道)는 아직 밝히지도 못하고서 각각 다른 학문을 좇아가 명상(名相)에 흘러들어갑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소리와 색에 움직여져서 훌륭한 사람과 어질지 못한 사람이 잡다하게 뒤섞여 흑백을 가리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읍니다. 덕 있고 연로하신 분이라면 바로 이러한 때에 측은한 마음을 내어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니, 도를 자기의 책임으로 여겨, 우(禹) 임금이 역류하는 모든 강물을 막고 물길을 돌려 틔웠듯이 순조롭게 제 갈길을 찾게 해주신다면 실로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물러나 고요함만을 구하고 편안함을 힘쓴다면, 자기 한 몸만을 위하고자 하는 사람의 독선(獨善)일 뿐, 총림이 큰스님에게 바라는 바는 아닙니다. 『출영원습유(出靈源拾遺)』

 

  4.
회당스님이 하루는 황룡스님의 편치 않은 기색을 눈치채고 물으니 황룡스님이 말씀하였다.
"감수(監收) 일을 맡길 만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당스님이 감부사(惑副寺)를 추천하자 황룡스님이 말씀하였다.
"감부사는 성미가 급하여 소인들의 꾀에 휘말릴까 염려스럽다."
회당스님이 "화시자(化侍者)가 청렴하고 근실한 편입니다"하고 추천하니 황룡스님이 그를 두고 말씀하였다.


"화시자가 비록 청렴하고 근실하기는 하나 도량도 있고 충직한 수장주(秀莊主)만은 못하다."
영원(靈源:?∼1117)스님이 한번은 회당스님에게, "황룡스님은 한 사람의 감수(監收)를 채용하는 데 왜 그렇게도 사려가 지나칠까요?"라고 하니, 스님이 말하였다.
"나라나 가문에서 책임을 맡은 자는 모두 다 적임자를 선발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으니, 어찌 유독 황룡스님만 그러하겠는가. 옛 성인들도 이 일을 조심하셨다." 『통암벽기(通庵璧記)』

 

  5.
회당스님이 급사(給事) 주세영(朱世英)에게 말하였다.
"내가 처음 입도(入道)하여서는 매우 쉽다고 스스로 믿었으나 돌아가신 황룡스님을 뵌 후 물러나서 나의 일상생활을 곰곰이 돌아보니 이치에 어긋난 점이 매우 많았다. 그리하여 심한 추위와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확고한 뜻을 바꾸지 않고 3년을 힘써 수행하고서야 바야흐로 일마다 이치에 맞게 되었으니, 지금은 기침하고 침뱉고 팔 흔드는 것까지도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되었다." 『장강집(章江集)』

 

  6.
주세영(朱世英)이 회당스님에게 물었다.
"군자는 불행히도 조그마한 허물만 있으면 듣고 보는 사람들이 틈도 없이 손가락질하지만 소인은 종일토록 악을 자행해도 그렇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군자의 덕은 아름다운 옥과도 같아서 안에 흠집이 있으면 반드시 밖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보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말하고 손가락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인은 날마다 하는 짓이 다 허물과 악이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장강집(章江集)』

 

  7.
성인의 도는 천지가 만물을 길러내는 것처럼 완전한 도를 갖추었다. 일반 사람의 도는 크고 작은 강과 바다, 산천의 능선과 골짜기나 초목 곤충들이 저마다 타고난 도량을 다할 뿐임과 같다. 그리하여 자기 밖에 모두를 다 갖추고 있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알지를 못한다.
도는 어째서 둘이 되었는가? 체득의 깊음과 얕음에 따라서 성취의 크고 작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답장무진서(答張無盡書)』

 

  8.
오래 폐지되었던 일은 신속하게 되살릴 수 없고, 누적된 폐단은 갑자기 제거하지 못하며, 여유롭게 노니는 것에 오래 마음을 두어서는 안된다. 또한 바라는 것을 다 채울 수는 없고, 재앙은 구차하게 면할 수 없다. 선지식이 되려는 자는 이 다섯 가지 일을 통달해야만 세상 살아가는 데에 번민이 없을 것이다. 『여상화상서(與祥和尙書)』

 

  9.
스승(황룡스님)께서는 행동이 엄중하시었으므로 뵙는 사람들이 공경하고 두려워하였다. 납자들이 어떤 일을 핑계삼아 여가를 내어 주십사고 청하면 따끔하게 거절하고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셨다. 단 부모와 노인을 살펴 모시겠노라는 말을 들을 경우만은 얼굴 색이 환해지시며, 예의를 극진히 하여 청하는 이를 나룻터까지 바래다 주곤 하셨다. 사람을 사랑하고 공손하게 효도하심이 이러하셨다.  『여사경온서(與謝景溫書)』

 

  10.
스승(황룡스님)께서 옛날 운봉 문열(雲峯文悅:998∼1062)스님과 형주 남쪽 봉림사(鳳林寺)에서 하안거를 할 때 일이다. 운봉스님은 말하기를 좋아하여 하루는 납자와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데 황룡스님께서는 태연자약하게 경전을 보며 마치 못 본 체하였다. 그러자 운봉스님이 황룡스님의 책상머리에 다가가서 눈을 부릅뜨고 "그대는 여기에서 선지식의 도량이나 익히고 있는가?"라고 따졌으나 황룡스님께서는 머리를 조아려 사과하고는 여전히 경전을 보았다.[영원습유(靈源拾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