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붓다를 만난 사람들] 6.암바파리

淸潭 2010. 7. 13. 13:54

[붓다를 만난 사람들] 6.암바파리
 
빛나던 미모, 세월따라 퇴색됨 보며 무상 깨달아
기사등록일 [2010년 07월 12일 17:59 월요일]
 

인도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던 여인
창녀에서 위대한 성자로 이름남겨

 
삽화=김재일

부처님 재세 당시 활발한 교역으로 인해 화려한 도시문화가 꽃을 피우던 북인도에는 여기저기서 그 이름을 떨치며 활약하던 고급 창녀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미모와 눈부신 젊음, 게다가 뛰어난 기예까지 갖춘 이들은 고급 창녀로 이름을 떨치며 부와 명예를 얻고 있었다. 이들은 단순한 창녀가 아닌 노래와 춤 그리고 학문에도 조예가 깊어 그야말로 사교계의 꽃이었다.

그녀들과 하루 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한 나라의 하루 세금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할 정도였지만 수많은 남성들이 그녀들의 매력에 빠져 몰려들었다. 그 중에서도 한층 더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모든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당시 대표적인 상업도시였던 왓지국의 웨살리에서 활동하던 암바파리였다.

태어나자마자 웨살리 교외에 있는 한 망고 숲에 버려졌던 암바파리. 그녀를 처음 발견한 것은 그 숲의 관리인이었다. 그는 아기를 데려다가 직접 키웠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은 망고를 의미하는 암바(amba)와 관리인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파라(pāla)의 여성형인 파리(pālī)를 붙여 암바파리가 되었다. 성장할수록 암바파리의 미모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빛나는 눈동자, 오똑하게 선 콧날, 도톰한 입술, 그리고 연꽃처럼 발그스름한 뺨, 게다가 요염함과 영리함까지 갖춘 그녀는 결국 모든 남성들의 연인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까. 그녀를 서로 차지하고자 몰려든 남성들 사이에서는 결투까지 벌어졌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설사 누군가와 그녀가 결혼한다 해도 시끄러워질듯 하자 결국 재판관들이 상의해서 그녀를 이 도시의 공인 창녀로 만들어버렸다.

출생 직후 망고 숲에 버려져

당시 상업도시에서는 손님을 유치할 목적으로 외모가 뛰어난 미녀를 창녀로 만드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고급 창녀로서의 그녀의 명성은 왓지국을 넘어 이웃 나라에까지 퍼졌고, 온 나라의 왕자들을 비롯하여 돈과 명예를 갖춘 남성들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웨살리가 사람으로 넘쳐나고 번창하는 것은 연꽃과 같은 아름다운 용모에 기예까지 갖춘 창녀 암바파리 덕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곳 사람들에게 있어 부처님은 특별한 존재였다. 웨살리에 역병이 돌 때 부처님이 와서 구해준 인연도 있었다. 부처님도 마가다국에서 갠지스강을 건너 북쪽으로 가실 때면 항상 웨살리에 들러 설법을 하셨다. 열반이 멀지 않은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마지막 안거를 보내기 위해 웨살리로 오셨다가 암바파리 소유의 망고 숲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암바파리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가르침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부처님과 제자들을 모두 자신의 집으로 식사 초대를 했다.

부처님으로부터 흔쾌히 승낙 받은 암바파리는 돌아가는 길에 웨살리의 귀공자들인 리챠비족과 마주쳤다. 이들은 암바파리에게 자신들이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초대할 수 있도록 양보해 달라고 했으나 그녀는 거절했다. 그러자 리챠비족들은 부처님을 찾아와 자신들의 집에서 내일 식사를 대접하겠노라 제안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암바파리와 약속이 되어 있다고 하시며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셨다고 한다.

창녀와 귀공자, 이들 사이에 그 어떤 차별도 부처님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다음 날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훌륭한 음식을 대접한 후 암바파리는 말했다. “부처님, 저는 이 원림을 부처님을 위시한 수행승들의 수행 장소로 바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셨다고 한다.

부처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암바파리는 우바이가 되어 이후 오계를 철저히 수지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훗날 암바파리는 비구니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녀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출가했는지 구체적인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출가한 아들 위마라 콘단냐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위마라 콘단냐는 암바파리와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웨살리에 온 부처님에게 감복하여 비구가 되었다고 한다. 출가하여 성자의 경지에 도달한 아들의 설법으로부터 암바파리는 자신의 빛나는 미모도 언젠가는 무상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망고 숲에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고, 또 가난한 관리인의 손에 클 수밖에 없었던 암바파리. 그러나 그녀에게는 타고난 미모가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남성들의 마음을 녹여버릴 수 있는 매력적인 미모는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최대의 재산이었고, 아무것도 없는 그녀에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과 함께 빛나던 아름다움도 쓸쓸한 자취만을 남긴 채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무도 시든 꽃에 눈길을 주지 않듯이 젊음을 잃고 색 바랜 그녀를 돌아보는 남자는 없었다. 그 무관심한 표정 앞에 어쩌면 모든 것을 다 잃버렸다는 상실감에 절망의 나락에 빠져 방황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미 불법을 만난 암바파리에게는 부처님이 설하신 무상의 가르침을 확인하는 순간들일 뿐이었다.

불법 접한 후 지계의 삶 살아

여성출가자들의 고백과 회상을 담은 『테리가타』라는 초기문헌에는 훗날 암바파리가 머리카락, 눈썹, 눈, 코, 귓불, 치아, 목소리, 목, 팔, 손, 유방, 몸통, 허벅지, 무릎, 발, 전신. 머리부터 발끝에 이르는 신체의 열다섯 부분, 그리고 이 모두를 갖춘 전신의 노화를 생생하게 그리며 읊었다는 다음과 같은 절절한 시구가 전해진다.

“예전에 내 머리카락은 빽빽하게 우거진 숲처럼 핀이나 빗으로 잘 정돈되어 꾸며져 있었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여기저기 머리가 빠져 휑합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내 눈썹은 마치 화가가 그린 멋진 그림처럼 아름다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주름이 잡혀 축 쳐져 있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내 눈은 보석처럼 빛나는 감청색으로 길고 가느다란 눈꼬리였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코는 매끄러운 봉오리처럼 아름다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탄력을 잃었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귓불은 잘 만들어진 팔찌처럼 아름다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주름이 생겨 축 쳐져 있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치아는 마치 파초 봉오리의 색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부서져 마치 보리처럼 누래졌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목소리는 숲 속의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뻐꾸기처럼 감미로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뚝뚝 끊어집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목은 잘 다듬어져 매끄러운 소라고둥처럼 아름다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구부러졌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손은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었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나무뿌리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유방은 풍만하게 부풀어 올라 둥그렇고 균형이 잡혀있었으며 위를 향해 있었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물 빠진 피부껍질처럼 축 늘어져 버렸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몸통은 잘 다듬어진 황금의 판처럼 아름다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얇은 주름으로 뒤덮여 있을 뿐입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두 허벅지는 매끈한 발찌를 차고 황금으로 장식되어 아름다웠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참깨줄기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예전에 나의 두 발은 면을 채워 넣은 신발과도 같이 훌륭했지만 늙어버린 지금은 살갗이 트고 주름이 잡혀 있습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이렇게 잘 모여 만들어진 나의 몸은 늙어 뼈만 앙상하게 남아 많은 괴로움만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것은 도료가 벗겨 떨어져 나간 황폐한 집입니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에 거짓은 없습니다.”

아들 콘단냐 법문에 출가 결심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과 지금의 늙은 모습을 몸의 각 부분에 걸쳐 세세히 대비시키며 그 무상함을 읊고 있는 이 시는 한 때 아름다움을 최고의 무기로 삼고 살아온 암바파리이기에 가능한 내용인지도 모른다. 그리도 아름답던 자신의 신체가 하루하루 그 모습을 바꾸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암바파리는 누구보다 무상의 진리를 직시하게 되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거짓은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리라. 더 이상 빛나는 외모는 없지만 이제 진리를 깨달은 성자로서 내면의 빛을 발하고 있는 암바파리.

아무 것도 없는 그녀에게 세속적인 삶의 문을 열어주었던 아름다운 외모는 그 모습을 바꾸어 나타남으로써 오히려 그녀를 세속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출세간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인도를 대표하는 미인으로 거론되는 암바파리, 진리를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그녀이기에 더욱 더 빛나는 것이리라.

이자랑 박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1056호 [2010년 07월 12일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