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인연 없는 만남은 없다/법경 스님 지음

淸潭 2010. 6. 29. 14:27

‘나’ 집착 놓고 행복 찾는 인과 이야기
 
『인연 없는 만남은 없다』/법경 스님 지음/마음달
기사등록일 [2010년 06월 28일 15:39 월요일]
 

 
바랑 메고 길 떠나는 스님의 뒷 모습이 마치 ‘나’를 내려 놓고 행복 문으로 들어서는 듯 하다.
“하늘과 땅은 넓고 넓어 옹색함이 없는데, 이 세상 삼라만상 스스로 길고 짧네. 부귀하고 빈천함은 전생에 지은 것인데, 세상사람 이를 몰라 분수 밖을 구하네.”
구한말 혜월 스님의 제자이자 향곡 스님의 법사이기도 했던 운봉 선사가 남긴 게송이다.

우리의 인생은 누가 주어서 받는 것이 아니라 모두 과거 전생에 내가 지어서 받는 업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부유하고, 가난하고, 귀하고, 천한 것도 다 전생의 업(業)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지금 내 앞에 놓인 인생은 부모미생전인 과거 전생에 일으킨 내 생각의 그림자이며 그 생각을 행동에 옮긴 업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를 가르친다. ‘선은 반드시 선한 것을 낳고 악은 반드시 악한 것을 낳는다’는 말이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전생과 현생이 둘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즉 오늘이 내일의 연속이고 어제의 연속이 바로 오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금생도 전생의 연속이며 내생의 연속임을 깨닫고 항상 선한 일을 많이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본래 모습인 자성을 잊은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의 원인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과관계는 돌아보지도 않고 당장의 쾌락적 행복만을 추구하고 있으니, 그 업 또한 미래에 받아야할 과보일 뿐 결코 행복일 수 없다.

『인연 없는 만남은 없다』는 이러한 인과법을 부처님 당시의 이야기를 곁들여 풀어놓은 ‘인과 이야기’다. 활발한 봉사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 법경 스님은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병원 복도에 나타난다. 그리고 병실을 일일이 방문해 몸이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늘 웃는 모습에 활기찬 모습으로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면서 본인 스스로 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법경 스님은 한때 폐결핵 4기에까지 이르러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지극정성으로 기도한 덕분에 부처님 제자로서 또 한 번의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후 평생을 불법을 전하면서 불우한 이웃과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있다.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부처님 뜻에 따라 주위의 가난한 이웃과 힘든 사람들을 돕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연 없는 만남은 없다』는 이같은 삶을 살아가는 법경 스님이 인연법을 바로 알아 마음의 기쁨을 어디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것인지를 알도록 행복의 근원을 알려주고 있다.

스님은 책에서 부처님 당시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곁들여 인과의 중요함을 역설하면서 자기 자신을 한 없이 낮추고 자신의 마음자리를 살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것이 곧 선업을 쌓는 과정이 되고,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결국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에서다.

“사람들은 정말 좋은 세상에 살면서도 집착과 욕망을 끊지 못하고 삿된 생각과 망념에 빠져 헤매고 있어 본래의 모습인 ‘참 나’를 바로 보지 못하여 오히려 더 깊은 수렁 속에 빠져 있다”고 불행의 원인을 진단한 스님은 『인연 없는 만남은 없다』를 통해 윤회를 알아 스스로 죄업을 짓지 않고,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도리를 알아 선업을 쌓도록 노력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책 속에는 남을 돕는데서 큰 행복을 느끼는 스님이 대중들에게 행복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들려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과 간절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1만 5천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054호 [2010년 06월 28일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