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 봄비 - 정몽주(鄭夢周),春雨 春雨細不適 夜中微有聲 춘우세부적 야중미유성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봄비 소록소록 기척없이 내리더니 , 한밤중 처정처정 낙수 소리 들려온다. 눈 녹아 시냇물 붇고 새싹 괘나 돋으리 - 봄비는 낱이 잘아 빗방울로 듣지 못하고, 이슬인 듯 안개인 듯 보슬보슬 내리는 것이, 맞아도 옷 젖는 줄 모르는, 그야말로 우산 접고 일부러라도 맞으면서 걸어보고 싶은 꿈 같은 비다. 그러나, 한밤중 어렴풋이 들려 오는 처정거리는 낙수 소리에 잠기를 가시고, 가만히 귀 재어 듣고 있노라니, 괘나 오는답게 오고 있는 비다. 해동(解冬) 비, 만물을 자양(滋養)할 좋은 비다. 저 부드러운 빗물이 대지의 살갗 실핏줄을 타고 골고루 스며들어 번지면, 겨울동안 응어리진 것들은 말끔히 녹아지리라. 눈, 얼음 녹은 봄물로 실개울은 오랫만에 맑은 노래 목이 틔고, 그 노래들 모여 그득 불어난 앞 시냇물은, 보는 마음도 흐뭇하게 이 봄을 관개(灌漑) 하리라. 또한 저 비는 봄의 전령사(傳令使), 온누리에 골고루 전해주는 봄소식에 나무나무엔 생명의 피가 돌고 흙 속에 잠자던 온갖 생명들은 부스스 눈을 뜨며 기지개를 켜리라. 병아리 솜털 같은 연약한 씨앗의 노란 목숨들이, 해방된 지상의 평화에 동참하려고 서로 다투어 머리를 쳐드는 바람에 땅속은 시방 어디없이 온통 스멀스멀 설렘으로 가득하리라.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만물 생성의 천지 조화를 마음 사이 그리면서 느긋이 흡족해 하고 있는, 유덕(有德)한 유자(儒者)의 풍모를 상상해 볼 것이다. 이 시는, 다음에 보이는 두보의 `春夜喜雨`에 차운(次韻)한 것이나, 봄비의 거룩함이야 `南溪漲` 만큼이나 그득하고, 군소리 없기야 두시보다 정미롭다.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야경운구흑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좋은 비 때를 알아 오니 봄을 맞아 새싹을 돋게 함이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만물을 적시되 가늘어 소리도 없네. 들길은 구름 따라 어둡고 강배엔 불이 외로 빤하다. 아침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꽃으로 뒤덮인 금관성이어라. * 정몽주(鄭夢周1337~1392) 고려말의 충신. 학자. 자 달가(達可). 호 포은(圃隱). 여말 삼은(三隱)의 한 사람. 대제학, 문하시중 등 역임. 본관 연일(延日). 성리학에 뛰어나, 동방 이학(東方理學)의 조(祖)로 추앙된다. 저서에 <포은집>이 있다. 시호는 문청(文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