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기다림 /이옥봉(李玉峰)|

淸潭 2010. 3. 30. 09:42

한시의 산책







      - 기다림
      - 이옥봉(李玉峰),閨情 有約來何晩 庭梅欲謝時 유약래하만 정매욕사시 忽聞枝上鵲 虛畵鏡中眉 홀문지상작 허화경중미 약속을 해놓고 어찌 이리 늦는지요 뜰 앞의 매화꽃이 시들려고 하네요 갑자기 나무 위에 반가운 까치소리 부질없이 거울보고 눈썹을 그려봅니다 봄이 되면 오신다고 다짐두고 가시더니 뜰 끝에 매화 다 져도 오실 줄을 모르시네. 문 앞 나무 가지 위에 까치 깍깍 짖사옵기 허사인 줄 알면서도 화장 곱게 하였소. 연인을 기다리는 한 여인의 내밀(內密)한 감정이 깜찍하게 살아 있다. "명년 춘삼월 꽃피면 돌아오마." 이는 정인(情人) 사이에서 하는 전래의 애틋한 언약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꽃`은 그저 그런 막연한 `꽃`이 아니라, 매화꽃이요, 그것도 그녀의 집 뜰에 서있는 매화나무에 건 기약이다. 기약이 이처럼 긴밀했음에야 기다림 또한 그러 할 밖에.. 매화 피자 님이 오는, 그 황홀한 날을 그리며, 초조로이 기다려 온 긴긴 나날이었건만, 그러나 그 매화 이젠 벌써 지고 있음에야, 그 조바심 또한 오죽하랴. 바로 이때다. 문득, 그 매화나무 가지에서 짖어대는 까치소리.. 님오신다는 기별이 틀림없다. 갑자기 님 맞을 마음에 가슴이 뛴다. 부랴부랴 거울 앞으로 달려가 화장을 고친다. 옷매무새를 바로 잡는다. 심호흡을 하며 부산을 떤다. 그러나 끝내, 헛탕치고 만 기다림은 `눈썹만 공연히 그린` 후회로 이어진다. 부질없이 속내 보인 일이, 비록 누가 보았대서가 아닐망정 스스로 못내 열없고도 맥풀림을 어찌할 수 없다. 이러한 감정을 약간의 익살로 처리한 `虛`의 묘용(妙用)은 볼수록 새뜻하다. 지분(脂粉) 내음 솔솔 풍기는 향렴시(香奩詩)이다. 고려말에 정당 문학(政堂文學)을 지낸 정공권(鄭公權)의 친구를 그리는 시의 한구절: 有約不來花盡謝 相思不見月重圓 유약불래화진사 상사불견월중원 피면 오마던 약속 다 지도록 아니 오고, 그리며 못 보는 사이 달만 거듭 둥글었네. 다 알뜰한 고인들의 정겨운 마음씨들이다. 끝으로 당(唐) 시인 시견오(施肩吾)의 `不見來詞`를 옮겨 본다. 烏鵲語千回 黃昏不見來 오작어천회 황혼불견래 漫敎脂粉匣 閉了又重開 만교지분갑 폐료우중개 `님 오신다` 골백번 까치는 짖었건만 해 다 져물어도 님 그림자 아니 뵈네 공연히 연지분갑만 닫았다가 열었다가.. 시상이 서로 비슷하나 화장을 할까말까 하는 망설임 정도로는, 이미 화장까지 하고 나선 뒤의 허탈도(虛脫度)에 있어, 이옥봉(李玉峰)의 규정(閨情)에는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창 밖을 내다본다. 봄비에 매화가 지고 있다. * 이옥봉(李玉峰): 여류시인. 선조 때 옥천 군수를 지낸 봉(逢)의 서녀로, 진사 조원(趙瑗)의 소실이 되었다. 시 32편이 수록된 <옥봉집> 한 권이 <가림세고(嘉林世稿)>의 부록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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